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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를 ‘아마존’에서 쇼핑한다?

헬스케어를 ‘아마존’에서 쇼핑한다?

제프 베조스 CEO가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IT 대기업이 망가진 의료시스템 수리할 수 있을까
사진:HOTOILLUSTR AT IONBYNEWSWEEK; SOURCEIMAGES BY JFB / GETTY; MANDELNGAN / AFP/GETTY
당신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목숨을 믿고 맡기겠는가? 그래야 할지 모른다.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들이 소매유통·출판·금융 그리고 기타 현대생활의 각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의료계에서도 재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디지털 혁명을 일으키고자 한다.
 뭐가 잘못될 수 있을까?
소매유통 업계 판도를 뒤집어놓은 아마존이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미국의 망가진 시스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위부터) 미국 뉴저지주의 아마존 배송센터, 프랑스 오지 마을 어린이의 인후를 의사가 스마트폰 동영상을 통해 원격으로 검사한다, 아마존 에코 스마트 스피커의 음성비서 알렉사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페이지를 검색해 질문에 답변한다. / 사진:LUCAS JACKSON-REUTERS/YONHAP, SEBASTIEN BOZON/AFP/GETTY, ELAINE THOMPSON-AP/YONHAP
10년 전 연방정부가 헬스케어 기관들에 전자 의료기록의 도입을 장려하기 시작한 이래 애플·구글과 다수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저마다 원격의료의 실현을 모색해 왔다. 웨어러블 건강 모니터 기기, 인공지능, 스마트폰 앱 데이터가 거기에 터보엔진을 달아줬다. 최근 구글이 인수한 웨어러블 운동 모니터 핏비트와 애플의 생체 모니터링 기기들이 이제껏 출시된 제품의 두 가지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기업도 의료전문가들의 진단을 보강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제품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이 유망한 기술들은 실리콘밸리가 다른 많은 산업에서 이룬 포괄적인 변화를 구현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지금까지는 별개의 기술발전을 모두 묶어 뒤죽박죽으로 얽히고설킨 헬스케어 기관, 보험사, 서비스를 환자와 매끄럽게 연결하는 체계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법이 없었다. 예컨대 “헤이 알렉사”라고만 하면 아마존이 소매 상품을 거의 모두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것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아마존이 소매유통에서 이룬 것과 같은 혁명을 헬스케어에서 재현하는 데 우리는 준비됐을까? 아마존은 2일 배송을 도입해 수천 개 점포를 문 닫게 하면서 업계 전체의 패권을 잡았다. IT 대기업은 또한 우리들의 개인적 정치성향, 대인관계, 감추고 싶은 취미, 지출 습관이라고 생각하던 것을 마케팅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 거기서 얻는 수익을 챙긴다.그런데도 아마존은 본격적으로 헬스케어에 진출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 매출액 2300억 달러의 소매유통 대기업 아마존이 거의 모든 헬스 케어를 이용자 친화적인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아마존 온라인 매장의 온갖 편의성과 가격 투명성(그리고 뒤에 언급하겠지만 온갖 프라이버시 우려까지)을 갖춘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전문가들은 믿는다.

앱 기반의 헬스케어 의료 시스템은 대다수 환자가 1차 진료를 의사에게 받는 것보다 더 반응성이 뛰어날 수 있다. (위부터) 동영상으로 상담하는 환자와 의사, 애플 워치, 1970년대 의학 드라마에서 마커스 웰비 박사를 연기한 로버트 영 / 사진:GETTY IMAGES BANK,JOHANNES EISELE/AFP/GETTY, PINTEREST.COM
소비자가 스탠드를 새로 구입하려 할 때 아마존에 들어가서 상세한 규격, 광범위한 리뷰, 대폭적인 할인, 편리한 배달이 제공되는 다양한 제품 중에서 고를 수 있듯이 머지않아 아마존의 웹사이트나 앱을 열어 필요한 약품과 보급품까지 갖춘 원격의료나 대면 진찰 서비스 최상의 거래조건을 고를 수 있을지 모른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 리서치의 제프 베커 헬스케어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는 “헬스케어는 지금껏 쇼핑 가능한 산업이 아니었다”며 “그것을 아마존이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앞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 헬스케어야말로 심각한 기능마비에 빠진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을 쇄신하는 최상의 맞춤 처방전이라고 보는 의사가 많다. 헬스케어 시스템은 연간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의료비 청구서를 미국인에게 들이민다.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많이 들고 선진국 중 진료결과가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앱 기반의 고객 중심적인 의료 시스템은 전통적인 가정의 모델에서 대다수 환자가 받는 것보다 더 개인적이고 반응성 높은 진료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온 저명한 뉴잉글랜드 헬스케어 시스템 애트리어스 헬스의 스티븐 스트롱워터 CEO는 “마커스 웰비(메디컬 드라마 주인공) 같은 인자한 가정의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지만 첨단 시스템이 더 냉정해 보이기는 해도 실제로는 사람들을 돌보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물론 새 탁상용 스탠드 쇼핑과 복통에 대한 의사의 진단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앱 기반 헬스케어의 전망은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온라인 서비스가 정말로 건강보험에서 배정하는 의사와 병원을 순례하는 전통 방식만큼 많은 수요에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과 구글이 고객 데이터를 제멋대로 사용한다고 불신하는 사람들이 다른 IT 대기업에 자신들의 개인 의료기록을 자진해서 건네줄까? 그래야 할까?

많은 환자가 현재의 헬스케어 서비스에 염증을 느끼며 원격의료에 순응하는 듯하다. 사진은 화상통화로 의사와 상담하는 연금 생활자. / 사진:JAN WOITAS/PICTURE ALLIANCE/GETTY
아마존은 아직 어느 것도 일반대중에 선보이지 않았다. 지난 9월 그들은 사내 헬스케어 복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시애틀 지역 직원 대상으로 등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아마존 케어로 불리는 그 프로그램은 직원들에게 원격의료 앱을 제공한다. 모든 헬스케어 수요의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앱이다. 아마존의 딘 스팔먼 글로벌 복지국장은 “즉시 간호사나 의사와 연결될 수 있다”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면 상담료는 무료이며 동영상과 대면 상담은 소액의 수수료로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문의와 면담이 필요할 경우 연결해 줄 수 있다. 직원들이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걸 원치 않는다.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원한다.” 그 프로그램의 다른 장점으로는 이동 간호사의 직원 가정 또는 사무실 방문, 최저 2시간 이내의 처방약 배달 등이 꼽힌다.

직원 복지 프로그램은 그 혜택이 미치지 않는 회사 밖에서는 보통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지난해 1월 아마존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금융 대기업 JP 모건과 함께 3개사 직원 총 125만 명 대상의 헬스케어 솔루션을 마련하기 위한 비영리 합작벤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 벤처와 관련해 나온 정보는 거의 없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언젠가는 3개사를 뛰어넘어 헬스케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 준비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지난 9월의 아마존 케어 발표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널리 간주됐다. 원격의료 비중이 높은 아마존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잠재적인 정지작업인 셈이다. 그 발표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개발할 때 의존했던 것과 같은 전략을 따를 가능성을 시사한다. 처음에는 사내용으로 개발한 뒤 일반에 개방해 지금은 연간 350억 달러의 사업으로 키운 전략이다.

건강기술 벤처 베릴리는 휴대폰 앱을 통해 당뇨 환자가 자신의 식사와 간식 사진을 보내면 인공지능으로 100만 가지 식품을 가려낸다. (왼쪽부터) 태블릿으로 무릎 X선 사진을 살펴보는 의사, 베릴리의 비비안 리 건강 플랫폼 담당 사장, 프랑스 로잔의 환자가 지역의 약국에서 원격의료실을 이용한다. / 사진:HERO IMAGES/GETTY, COURTESY OF VERILY, PHILIPPE DESMAZES/ AFP/GETTY
아마존 헬스케어 서비스가 그런 전략을 따를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규모가 클 수 있다. 헬스케어 지출의 5%(업계를 지배하는 아마존의 기준으로는 높지 않은 비율)가 아마존 헬스케어 사업부로 유입된다면 통상적인 보험업계 이익률로 2000억 달러 가까운 매출액과 100억 달러의 순익에 상당한다. 그것은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컨설팅 업체 럭스 리서치에서 디지털 혁신 조사를 이끄는 존 맬닉은 말한다. “헬스케어에 원격의료를 추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 소비자 데이터 그리고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헬스케어에서 이런 광범위한 접근법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시장이 현재 규모 3조5000억 달러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아마존이 그 시장의 큰 몫을 차지하기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환자는 동영상이든 음성이든 문자든 각종 원격의료에 순응하는 듯하다. 실제로 2017년 해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환자 5명 중 1명이 일종의 원격진료 방식에 적극적인 의사를 요구했으며 록 헬스 서베이에선 2017~2018년 원격의료에 대한 환자의 관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부 대형 헬스케어 기관이 반응을 보였다. 애트리어스에선 환자 74만 명과 의사 715명 간 교류의 절반 이상이 현재 몇몇 전자 통신 형식을 통해 이뤄진다.유타대학 메디컬 센터도 모든 환자에게 광범위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선구자다. 대학 측이 임부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원격의료 서비스 덕분에 임신 중 병원 방문 횟수가 절반 가까이 줄고 비용이 대폭 절감됐다. 그리고 대면 진료 환자들 사이에서 무려 97%에 달했던 환자 만족도가 원격의료를 이용한 환자들 사이에선 100%로 상승했다. 유타대학의 마이아 하이타워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정보를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환자들은 민감한 건강정보를 아마존·구글 등에 건네주기를 꺼릴지 모른다. 사진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 / 사진:FS PRODUCTIONS/GETTY
한편 보훈부는 100만 명에 가까운 퇴역군인 대상으로 260만 건 이상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그중 약 10만 명이 동영상 상담을 받았다. 그 서비스는 보훈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30%의 보훈부 환자에게 특히 가치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전체 미국인의 60% 그리고 고령 미국인의 85%가 앓는 당뇨병·심장병 그리고 기타 만성질환 환자에게 요구되는 더 빈번한 모니터링과 케어를 제공했다. 보훈부의 동시 원격의료 국장인 레오니 헤이워스 박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는 것보다 그들이 복용하는 약물을 온라인 대화로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영상 환자는 방문진료만 받는 환자보다 ‘노쇼’ 비율이 28% 낮았다고 박사는 덧붙였다.

대다수 미국 헬스케어 기관과 보험사는 원격의료 옵션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저항한다. 대신 환자들이 비교적 가까운 의원이나 병원을 찾아가도록 해서 그에 대해 상당한 비용을 부과하는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한다(의료비가 정확히 얼마나 부과될지 환자는 거의 알지도 못한다). 이는 상당 부분 미국의 헬스케어 비용에 관한 온갖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민간병원과 건강보험사들의 경영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이다.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 저비용 헬스케어에 뛰어들 이유가 있겠는가? 애트리어스의 스트롱워터 CEO는 “현재의 헬스케어 환경에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항상 효과적인 진료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진료보수를 받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원격의료연합의 앤 몬드 존슨 CEO에 따르면 미국 의사 중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은 15%에도 못 미친다.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안질환 식별법을 가르친다. / 사진:GOOGLE DEEPMIND
건강보험사뿐 아니라 미국 헬스케어 비용의 태반을 부담하는 고용주가 원격의료와 관련해 특히 우려하는 문제는 이용하기가 너무 쉬워 사람들이 더 자주 찾게 되리라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 데이비드 애쉬 교수는 “온갖 사소한 통증과 염증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해 의료비를 청구할 위험이 발생한다”며 “사람들이 병원을 방문하게 만들어야 불편함 때문에 헬스케어 이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메디케어(고령자의료보험)조차 현재는 대다수 원격의료 서비스 비용을 환급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자주 싸게 편리하게 헬스케어 기관을 찾게 하는 것이 거의 분명 총비용을 절감한다는 데는 거의 모든 의사와 전문가가 동의한다. 치료가 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초기에 의사들이 이상을 발견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의료시설과 보험사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듯한 동안 환자는 인내심을 잃어간다. 건강보험 평가사 헬스포켓 서베이에선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비용부담 때문에 진료를 받지 않았으며 일부는 병원을 찾아가기가 번거로워 그런 사람도 있는 듯하다. 보험 컨설팅 업체 윌리스 타워스 왓슨에서 건강 복지 업무를 이끄는 론 폰타네타 팀장은 고용주들도 마찬가지로 개선책 마련에 적극적이라고 말한다.기업들은 근로자당 헬스케어 비용으로 연평균 1만 달러 이상을 지출할 뿐 아니라 암과 기타 복잡한 질병을 가진 직원에게 연간 무려 5만 달러나 지출하는데 그 비용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다. 헬스케어 비용을 늘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폰타네타 팀장은 “원격의료는 외부 지역의 세계 수준급 의료시설과 개인을 연결해 더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그런 비용을 줄이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YOUTUBE
유타대학의 하이타워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헬스케어 업계를 혁신하기에는 전통 헬스케어 기관보다 아마존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전통적인 의료 기관은 환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소비자를 충분히 파악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디서든 직원에게 호응을 얻는 이용자 체험을 개발할 능력을 갖췄다.”

아마존의 스팔먼 국장은 새 사내 복지 프로그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먼저 우리 직원들에게 맞아야 하며 그 뒤의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들은 아마존의 향후 진로를 안다고 생각한다. 리서치 업체 리액션 데이터의 서베이에선 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헬스케어 시장 신규 진출 기업으로 아마존이 꼽혔다. 4대1이 넘는 차이로 애플을 앞섰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아마존의 향후 가능한 진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최근 마친 포레스터의 베커 애널리스트는 그들이 현재의 건강보험사와 헬스케어 기관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직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마존이 헬스케어로 나아가는 소비자 친화적인 디지털 관문을 구축하고 앞으로 그것을 서비스로 마케팅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상을 살펴 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온라인 툴도 거기에 포함된다. 가상 진료 또는 지역 의료기관 방문, 나아가 비용을 절감하거나 더 나은 진료를 찾아갈 의향이 있는 환자의 경우엔 더 먼 거리의 의료기관도 가능하다.아마존은 다양한 의료기관의 비용, 의료품질 평가, 등급에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장 좋은 옵션을 찾기 쉽게 만들 것이라고 베커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그렇게 하면 고용주들은 가장 가성비 높은 옵션만 제시하고 직원들은 그중에서 자비 부담액, 편리성, 등급과 품질을 따져 선택할 수 있다. 아마존이 보험회사처럼 보험료를 징수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취급하는 직원 건당 고용주들로부터 사전 협상된 금액을 거둬 일정 비율을 자신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를 의료기관에 지불할 것이라고 베커 애널리스트는 내다본다. 그는 “고용주들은 가령 3개 지역병원과 계약을 맺는 대신 아마존과 제휴하는 수백 개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다”며 “아마존이 시스템의 초기 접점을 관리하며 선택지와 가격 투명성을 더해 쇼핑 가능한 체험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낮아지고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아마존 같은 업체의 원격의료 기반 서비스를 IT 업계의 다른 업체들이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다양한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웨어러블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그리고 그 기기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이다. 그런 기기들은 환자에게서 혈당치 증가, 부정맥, 산소농도 감소 등과 같은 문제가 확대되는 조짐이 보일 때 의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에 따라 신속한 영상 또는 기타 개입으로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와 나아가 입원을 요하는 더 심각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의 예후가 좋아 보일 경우 의사들이 환자를 검진할 필요가 그만큼 줄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애쉬 교수는 “원격의료에서 가장 크게 기대되는 점은 의사들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의사 의료활동의 상당부분을 자동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애플 워치는 특정 부정맥 증상의 진단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구글 모 기업 알파벳이 최대 지분을 소유한 의료기술 벤처 베릴리는 의료기기 제조사 덱스컴과 손잡고 당뇨병 환자의 피부에 부착하는 포도당 모니터를 개발했다. 모니터와 연결된 휴대전화 앱이 그것을 착용하는 환자에게 그들이 먹는 식사와 간식의 사진 찍도록 한 뒤 인공지능을 이용해 100만여 가지 식품을 가려낸다.베릴리의 비비안 리 헬스 플랫폼 담당 사장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그것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 간에 시각적인 연상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그 정보는 환자를 더 건강한 식생활로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 코치와 의사들이 문자나 원격 상담을 통해 더 효과적인 지도와 개입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기존 헬스케어 시스템에 속해 있던 수천만 명을 아마존이 실험 중인 유형의 원격의료 우선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IT 기업 중심의 헬스케어 프로젝트는 프라이버시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미국 최대 헬스케어 시스템 중 하나인 어센시온이 구글과 업무제휴를 통해 그들이 어센시온 환자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기타 소프트웨어로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고 최근 밝혀져 비난이 빗발친다.

그런 분석은 헬스케어 기관들이 더 우수하고 가성비 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IT 기반의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는 아마존·구글 같은 기업에 자신들의 건강 정보가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록 헬스의 또 다른 서베이에선 의사들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72%가 신뢰했지만 IT 기업 손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답변은 11%에 불과했다. 베릴리의 리 사장은 헬스케어 시스템과 IT 세계의 데이터 장벽을 인정한다. 그녀는 “환자의 모니터링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환자의 전자 의료기록에 공유하기를 원하지만 현재로선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헬스케어의 고비용에 관해 온갖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소비자는 환자 치료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접근방식에 여러모로 길들여졌다. 그들은 진료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병원 또는 심지어 응급실로 달려가는 데는 익숙하지만 의료기관이 자기 건강보험 네트워크에 속했는지 확인하는 것 말고는 가장 좋은 조건의 병원을 쇼핑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한 더 낮은 비용에 거의 비슷하게 효과적인 다른 치료법이 있을 수 있는데도 시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기만 기대한다.아마존이 계획하는 것과 같은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비용이 절감된다면 환자는 그 시스템이 유도하는 대로 자신의 질병에 대해 더 비용이 적게 드는 솔루션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자 메시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의사보다 진료비가 적게 드는 의료기관 방문, 더 고비용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대신 X선, 그동안 복용하던 것보다 더 싼 약제, 또는 몇 시간의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가는 대신 몇 주 또는 몇 년 동안 작은 모니터를 착용하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베커 애널리스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인이 헬스케어 쇼핑을 할 것이냐는 점”이라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앞으로 치료를 받으러 집을 나서기 전에 각 옵션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건강 문제를 치료할 때뿐 아니라 헬스케어를 결정할 때 문자메시지·앱·웹사이트를 더 많이 이용하는 방안에 익숙해져야 한다. 폰타네타 팀장은 많은 고령 환자는 그런 변화를 주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가 그런 변화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밀레니엄 세대와 X세대는 가상 교류방식을 선호한다”며 “헬스케어를 이용하는 방법도 그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서로 소통하는 다른 모든 가상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헬스 케어 관리 컨설팅 업체 글로벌 텔레메드슨 그룹의 제이 샌더스 CEO는 원격의료 우선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신세대 환자의 손에 달렸다는 데 동의한다. 그는 “청년 세대들이 얼마나 빨리 그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도입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새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환자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보다 전자 시스템에 자신의 건강 문제를 공유하는 방식을 더 용이하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프리얀카 아가르왈은 “요즘 건강이 어떠냐고 의사가 물을 때 많은 사람이 문제가 있으면서도 ‘괜찮다’고 대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의사인 아가르왈은 최근 캘리포니아대학(샌프란시스코) 디지털 혁신센터에서 심장병 전문 바이오기술 업체 미오카디아의 디지털 건강 의료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환자가 의사와 면담할 때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지만 모니터링 기기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잡아낼 수 있는 작은 이상 징후가 수백 가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징후는 사소한 통증부터 수면장애, 피로 증상까지 다양하다.

의사의 직접적인 진료가 사라지거나 불가피하게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디지털 기반의 새 헬스케어 시스템 아래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결과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될지 모른다. 유타대학의 하이타워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규모를 확대하기 쉬워 시스템의 모든 사람이 항상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더 고위험군 환자에게 심지어 그들의 집으로 의사가 왕진 가는 수준까지 고비용의 직접적인 진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다.”

“헤이 알렉사, 왕진이 필요해.” 의료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박스기사] 닥터 구글도 있다 - 인공지능과 첨단 데이터 분석 기술로 대형 헬스케어 조직들의 환자 자료 체계화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헬스케어에 얼마나 베팅할까? 다음은 구글이 신설하거나 인수한 프로그램과 자회사 일부다. 베릴리(질병 진단·관리·치료를 위한 신기술), 구글 핏(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추적·장려), 칼리코(노화 치료·지연 목적의 연구), 딥마인드 헬스(건강과 헬스케어에 인공지능 응용), 세노시스(스마트폰의 건강 모니터 전환) 그리고 최근 인수한 핏비트(활동 추적).

이런 사업들은 상당 부분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됐지만 구글은 이들을 ‘구글 헬스’ 이니셔티브 아래 통합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이들이 소프트웨어·데이터 그리고 하드웨어 툴과 서비스를 세트로 묶어 단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기존 헬스케어 조직들의 대안 개발을 지향하는 듯한 아마존과 달리 구글은 그런 조직에 대한 사실상의 공급업체가 되기로 방침을 정한 듯하다.

지금까지 구글의 가장 돋보이는 노력은 인공지능과 기타 첨단 데이터 분석 기술로 대형 헬스케어 조직들의 환자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활용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환자 기록 중 어딘가에 질병을 더 효과적이고 저비용으로 포착·관리·치료하는 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숨겨졌다는 데는 헬스케어 분야의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유타대학의 마이아 하이타워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구글은 헬스케어 조직의 데이터 속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구글은 병원을 대신해 환자 데이터를 취급하는 계약에서 뜨거운 논란에 휘말렸다. 그런 정보 공유는 환자 비밀준수 규정의 위반에 해당되지는 않는 듯하다(헬스케어 기관들과 함께 작업하는 헬스케어 공급업체들이 그것을 다시 공유하지 않는 한 그들에 대한 데이터 제공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제3의 업체에 재판매한다고 알려진 기업에 자신의 개인 의료정보가 넘어가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환자와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들은 구글에 의료기록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위반이라고 비난한다.

구글의 건강 모니터링 벤처에서는 논란이 더 적었다. 예컨대 베릴리는 당뇨 환자의 혈당치를 모니터하는 기기를 생산하고 콘택트렌즈에 작은 전자회로를 심어 안질환을 추적하고 나아가 아기 기저귀에도 내장해 교체 시기를 부모에게 알려준다. 핏비트와 구글 핏도 이 항목으로 분류된다.

구글의 가장 크고 필시 야심적인 건강 관련 사업 중 하나는 누군가 구글에서 건강문제를 검색할 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진부한 방법이지만 구글은 그런 검색이 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찾고 유익한 셀프케어 관행을 배우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를 원한다.

이는 현재 건강 검색에서 결과로 뜨는 유익하고 의심스러운 정보의 잡동사니보다 비약적인 발전이 될 것이다.
 [박스기사] 첨단 헬스케어는 어떻게 작동할까 - 우리가 의사·클리닉·병원을 대하는 방식에 혁명 일으킬 수 있는 기술들


인공지능 기반 진단인공지능을 이용해 고객과 문자로 대화하는 챗봇은 환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알아낼 수 있다. 예컨대 환자가 복통을 호소할 때 증상이 가령 맹장염을 나타낼 경우 응급실로 보내거나 심한 소화불량 같을 경우 간호사와 전화통화를 연결해준다. 지난 10월 아마존은 진단 챗봇을 제공하는 업체 헬스 내비게이터를 인수했다. 수백 개의 건강기술 업체가 피부암부터 심장마비에 이르는 온갖 질병에 대한 인공지능 기반 진단 툴을 개발 중이다.



가정용 진단기술타이토케어(TytoCare)가 판매하는 것과 같은 불과 200달러의 키트가 청진기, 귀 검사 도구 등 집에서 셀프 신체검사를 하는 데 필요한 도구 중 다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기록해 간호사·의사 또는 인공지능 진단 프로그램으로 전송할 수 있는 키트다.



지역 영상진단 기지집에서 스스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AT) 스캔을 할 수는 없지만 곧 동네 영상진단 기지에서 신속하고 저렴하게 가능해질지 모른다. 미국 보훈부는 그런 진단소 개설을 계획 중이다. 전화회사들이 휴대전화 타워를 공유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기관이 공유할 수 있다. 그 뒤 의사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신속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행동 피드백헬스케어 서비스는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활동하는지, 약을 모두 복용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지 그리고 그 밖에 건강 관련 생활습관 문제들에 갈수록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전통 의술보다 당뇨병·암·심장병 같은 질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아마존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헬스 서비스는 웨어러블과 동영상 기술로 행동을 추적해 (격려 문자 메시지나 상품 제공 등으로) 환자가 운동을 더 많이 하거나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인구 분석헬스케어 기관들은 많은 환자로부터 정보를 수집·분석함으로써 만성 질병이나 기타 중증 질환을 가진 사람들처럼 높은 수준의 케어와 주의로 가장 혜택을 볼 만한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그런 환자에게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모니터링·예방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집중함으로써 헬스케어 비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반복적인 응급실 방문과 입원을 억제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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