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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염모제 자주 쓰면 유방암 위험 커질까

영구 염모제 자주 쓰면 유방암 위험 커질까

최근 연구에서 긍정적인 상관관계 나타나… 특히 흑인 여성이 취약해
영구 염모제가 유방암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미용 제품에 발암 물질이 있다는 연구는 많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머리 염색약(특히 영구 염모제)을 자주 사용하는 여성은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60%나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염색약에는 영구 염모제와 반영구 또는 일시적 염모제가 있다. 영구 염모제란 염료가 모발의 가장 바깥 층인 모소피를 지나 모피질과 모수질까지 침투해 염색하는 것으로 염색의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약을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국제암저널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자매 연구’에서 35~74세 여성 4만6000명 이상의 의료 기록을 바탕으로 실시됐다. ‘자매 연구’란 이 연구에 대상이 된 모든 여성은 유방암으로 사망한 자매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약 8년의 추적 기간에서 얻은 정보가 포함됐다. 그동안 대상자 2794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그들의 의료 기록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영구 염모제와 유방암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특히 흑인 여성 사이에서 그 관계가 더 명확히 드러났다. 물론 이 연구는 패턴과 추세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영구 염모제가 유방암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미용 제품에 발암 물질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다른 연구들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 키멜 종합 암센터의 종양학자이자 역학자인 오티스 W. 브롤리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위크에 “이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다수는 지금까지 언제나 머리 염색약과 머리카락을 펴주는 헤어 스트레이트너의 화학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구 염모제로 머리를 자주 염색하는 모든 여성을 하나의 그룹으로 볼 때 그들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염색하지 않는 여성보다 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흑인 여성만 분리해서 보면 그 위험 증가 비율은 45%에 이르렀다. 특히 머리 염색약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흑인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은 60%로 치솟았다. 이 연구에서 과다 사용은 5~8주마다 1회 이상 영구 염모제로 염색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백인 여성의 관련 위험은 영구 염모제를 과다 사용할 때 유방암 발병 위험이 8% 높아졌다.

흥미롭게도 사용하는 염색약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짙은 색 염색약은 흑인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51% 높였지만 백인 여성의 위험은 8%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옅은 색 염색약은 흑인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46%, 백인 여성의 위험을 12% 높인 것으로 집계됐다. 흑인과 백인 여성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염색약을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나 흑인용과 백인용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제조 방식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흑인 여성용 염색약에 내분비계 교란물질 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이전의 연구를 참조 문헌으로 제시했다.

뉴욕 소재 마운트 사이나이 웨스트 병원의 유방 수술 책임자 스테파니 버닉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위크에 “흑인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원래 높아 머리 염색약과의 연관성을 확실히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한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머리 염색약과 흑인 여성의 유방암 위험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과 관계를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만 봐도 머리 염색약과 유방암의 관련 가능성을 여성들에게 주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연구팀은 유방암 위험과 화학적인 헤어 스트레이트너 사이의 의미 있는 상관관계도 발견했다. 이 역시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인정했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헤어 스트레이트너와 유방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그 위험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8주마다 1회 이상 화학적인 헤어 스트레이트너를 사용하는 여성의 경우 인종을 불문하고 유방암 위험이 30% 높았다. 그러나 연구팀이 지적하듯이 화학적인 헤어 스트레이트너는 백인 여성보다 흑인 여성이 더 많이 사용해 흑인 여성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 역학부장 데일 샌들러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했다)는 화학제품으로 머리를 염색하거나 곧게 펴는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자주 노출되는 다른 발암 화학물질이 수없이 많다며 전반적인 화학제품 사용 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암학회(ACS)의 최고의학·과학책임자를 지낸 브롤리 박사는 머리 염색약과 화학적인 헤어 스트레이트너 제품을 매우 신중히 사용하라고 여성들에게 충고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암에 걸리느냐 마느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비만, 과다한 열량 섭취, 신체활동 부족이 겹쳐지면 인종을 불문하고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훨씬 큰 폭으로 높인다.”

미국 암연구소(ICR)의 역학부 선임 과학자인 마이클 존스 박사(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머리 염색약과 유방암의 연관성을 여성들에게 확실히 조언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한 건의 연구를 근거로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의 모든 관련 연구도 전문가 집단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모든 증거를 기초로 권장안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존스 박사는 이번 연구의 한계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의 ‘자매 연구’는 바람직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연구 대상자를 모집하고, 모집한 대상자들을 시간에 따라 추적 조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여성들이 연구 대상자가 된 것은 유방암에 걸린 자매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더 넓은 범위의 여성에게도 그 결론이 반드시 적용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추가적인 확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작은 희망은 있다.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 여성과 반영구·일시적 염모제를 사용하는 여성 사이에는 유방암 위험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로지 매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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