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은 왜 국내 유니콘 인수 않을까] 배달·숙박 등 틈새시장 기업 많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 쉬워
[국내 대기업은 왜 국내 유니콘 인수 않을까] 배달·숙박 등 틈새시장 기업 많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 쉬워
배민 매각 계기로 높은 해외 자본 의존도 재부각… 국부 유출, 국내 시장 잠식 우려도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에 찬사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데 그치지 않고 4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사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매각 대상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라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유치에서 국내 유니콘 기업의 해외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자본과 대기업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에 오른 쿠팡만 봐도 해외 투자자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손정의 펀드로 유명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최대주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유니콘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27일 현재 유니콘 기업에 등재된 국내 업체는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가 해외 투자자보다 많은 곳은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구 블루홀)과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 정도다. 유니콘이 아닌 유명 스타트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야놀자와 더불어 국내 숙박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여기어때는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CVC에 팔렸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도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
왜 번번이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수시장은 분야를 막론하고 몇몇 대기업이 과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대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을 만한 시장을 찾게 마련이다. 경쟁을 피해 성장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어렵게 된다.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사업 분야는 숙박이나 배달, 패션 플랫폼 등으로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부각되기 쉽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국내에서는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경험이 부족해 인수에 인색하다”며 “투자를 검토하더라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부 반응에 맞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대기업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본 의존은 국부 유출과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야놀자·무신사 등은 모두 관련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돈을 벌더라도 결국 대부분 해외 투자자·대주주의 몫이란 시각이다. 특히 국내 의식주 시장의 미래를 빼앗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잠식보다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 보고 손익을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은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이나 유력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예컨대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바뀔 예정이며 딜리버리히어로와 김 대표는 향후 ‘우아DH아시아’ 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지분을 주고 글로벌 기업 지분을 받는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 등은 산업 간 융합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세계 440곳(CB인사이트 집계)의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꼽힌다. 중국 최대 인공지능 콘텐트 스타트업인 바이트댄스는 국내에서도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으로 유명하다. 투자 업계에서는 사업 초기 텐센트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회사로 더 유명하다. 바이트댄스는 2018년 알리바바·소프트뱅크·KKR 등으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750억 달러(약 87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불과 4년여 전인 2014년 6월 시리즈C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 5억 달러(약 6000억원)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바이트댄스에 이어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곳은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2012년 설립 이후 기업가치가 560억 달러(약 65조2000억원)로 급증했다.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90%를 장악하면서 성장 여력이 없다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8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선두권 업체는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와 여행·숙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에어비앤비가 꼽힌다. 두 곳 모두 350억 달러(약 40조7400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니콘 기업들은 증시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으로 ‘엑시콘(Exicorn)’ 기업으로 진화한다. 해당 산업에서 국가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스포티파이나 샤오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우버와 핀터레스트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서 유니콘 기업에서 엑시콘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7년 말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이었던 우버는 지난 5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800억 달러(약 92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핀터레스트의 시가총액은 상장일인 4월 18일 12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를 넘었다. 이후 두 회사 모두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수백억 달러가 넘는다.
유니콘 기업은 가치가 고평가 받게 마련인 만큼 악재에 민감하다. 기업가치 500억 달러(약 58조2000억원) 평가를 받았던 ‘전자담배 업계 애플’ 줄랩스가 대표적이다. 줄랩스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속에 미국 정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줄랩스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가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비상장 기업인 스타트업들은 지분 거래가 있어야 공식적인 기업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추정치일 뿐이다. 공유 오피스 업계 선두 위워크도 급격한 기업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치가 470억 달러(약 54조7000억원)로 치솟았다. 그러나 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64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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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자본과 대기업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에 오른 쿠팡만 봐도 해외 투자자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손정의 펀드로 유명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최대주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외국계 자본 장악
왜 번번이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수시장은 분야를 막론하고 몇몇 대기업이 과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대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을 만한 시장을 찾게 마련이다. 경쟁을 피해 성장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어렵게 된다.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사업 분야는 숙박이나 배달, 패션 플랫폼 등으로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부각되기 쉽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국내에서는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경험이 부족해 인수에 인색하다”며 “투자를 검토하더라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부 반응에 맞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대기업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본 의존은 국부 유출과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야놀자·무신사 등은 모두 관련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돈을 벌더라도 결국 대부분 해외 투자자·대주주의 몫이란 시각이다. 특히 국내 의식주 시장의 미래를 빼앗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잠식보다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 보고 손익을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은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이나 유력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예컨대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바뀔 예정이며 딜리버리히어로와 김 대표는 향후 ‘우아DH아시아’ 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지분을 주고 글로벌 기업 지분을 받는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 등은 산업 간 융합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스기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유니콘 기업은 - 중국 바이트댄스 기업가치 87조3000억원
바이트댄스에 이어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곳은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2012년 설립 이후 기업가치가 560억 달러(약 65조2000억원)로 급증했다.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90%를 장악하면서 성장 여력이 없다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8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선두권 업체는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와 여행·숙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에어비앤비가 꼽힌다. 두 곳 모두 350억 달러(약 40조7400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니콘 기업들은 증시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으로 ‘엑시콘(Exicorn)’ 기업으로 진화한다. 해당 산업에서 국가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스포티파이나 샤오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우버와 핀터레스트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서 유니콘 기업에서 엑시콘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7년 말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이었던 우버는 지난 5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800억 달러(약 92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핀터레스트의 시가총액은 상장일인 4월 18일 12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를 넘었다. 이후 두 회사 모두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수백억 달러가 넘는다.
유니콘 기업은 가치가 고평가 받게 마련인 만큼 악재에 민감하다. 기업가치 500억 달러(약 58조2000억원) 평가를 받았던 ‘전자담배 업계 애플’ 줄랩스가 대표적이다. 줄랩스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속에 미국 정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줄랩스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가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비상장 기업인 스타트업들은 지분 거래가 있어야 공식적인 기업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추정치일 뿐이다. 공유 오피스 업계 선두 위워크도 급격한 기업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치가 470억 달러(약 54조7000억원)로 치솟았다. 그러나 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64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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