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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국제유가] 수급에 큰 변화 없이 가격 안정될 듯

[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국제유가] 수급에 큰 변화 없이 가격 안정될 듯

원유 가채매장량 계속 증가… 사우디조차 탈석유 시대 대비 중
유가는 장기적으로 골디락스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에서 유가가 등락한다는 말이다. 골디락스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따온 표현으로,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일컫는다. 거시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라는 말은 경제가 과열되지 않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유가의 골디락스 상태는 진폭이 과거보다 좁은 유가 그래프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2020년 유가 그래프는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그려질 듯하다. 골디락스 유가 전망의 배경은 피크 오일 이론의 반전과 석유 가채매장량의 증가다.

원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는 피크 오일(peak oil) 개념의 변천에서 확인된다. 피크 오일은 매장량이 한정된 세계 석유 생산량이 최고 수준에 와 있거나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감소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론으로 제시되었다. 미국 지질학자 매리언 킹 허버트가 이 이론을 제시했다. 허버트는 시카고대학에서 지질학 박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학 강단에 섰다가 셸오일을 거쳐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1956년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 이론을 내놓고 “미국의 석유 생산은 1965년과 1970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허버트 피크’라고도 불렸다.

이제 피크 오일은 ‘생산량’이 아니라 ‘수요량’이 감소하는 시점을 얘기하는 개념으로 활용된다. 세계 석유 수요 곡선의 정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으로 바뀐 것이다. 새로운 피크 오일 이론에 따르면 매장된 석유는 써서 고갈되는 게 아니라 상당 물량이 쓰이지 않은 채 남게 된다.
 피크 오일 이론의 반전
‘뉴 피크 오일’은 ‘피크 오일’만큼이나 간단한 이론이다. 우선 수송용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 수요에서 수송용은 55%를 차지한다. 이 밖에 석유 수요는 산업용 30%, 기타 15%로 구성된다. 전기차가 보급될수록 수송용 석유 수요가 줄어든다. 수송용 석유 수요는 물량이 줄어들기 전에 비중부터 감소할 것이다. 또 신재생 및 천연가스 에너지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에너지원은 석유나 석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정책 지원도 받고 있다. ‘BP 에너지 아웃룻 2018’ 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 에너지에서 석유의 비중은 33%에서 27%로 줄고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기타의 비중은 11%에서 21%로, 천연가스는 24%에서 26%로 확대된다.

패러다임 혁명은 대개 새 이론이 등장하고 무시 및 배척 당하다 세력을 얻고 확장한 끝에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새로운 피크 오일로의 전환은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다. 피크 오일 수요는 이렇다할 갈등이나 마찰, 충돌 없이 새 패러다임의 지위에 올랐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석유 수요 피크를 애써 무시했지만, 스스로는 탈석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아람코는 2019년 11월 초 배포한 기업공개(IPO) 설명서에서 피크 오일을 위협 요소로 꼽았다.

새로운 피크 오일의 시기는 언제로 예상되고 있을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019년 11월 초 기사에서 석유 수요 정점론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와 가장 먼 시기는 대략 20년 차이난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의 국영석유기업 에퀴노르가 그 시점을 가장 가깝게 전망한다. 에퀴노르는 “석유 수요는 빠르면 2020년대 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소비가 2030년쯤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석유 기업들은 2040년 무렵을 정점이라고 내다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소 20년 동안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람코는 IPO 설명서에서 “향후 20년 내 석유수요 정점이 닥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옛 피크 오일의 전제는 석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유가 상승에 따라 발견하고 뽑아낼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이 계속 증가해왔다. 이와 관련해 쓰이는 개념이 가채매장량이다. 가채매장량은 현재의 채취 방법과 현재의 원가·가격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매장량을 뜻한다. 가채매장량은 피크 오일을 비웃듯 계속 늘어났다. 시추공을 수직에 이어 수평으로 뚫는 혁신이 이뤄졌고 기존 유전에서 더 많은 원유를 회수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가장 최근의 혁신은 셰일 오일가스다. 셰일 오일·가스는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아설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켰다.

세계 에너지 전략가 대니얼 예긴은 2010년에 쓴 [2030 에너지전쟁]에서 원유 공급 물량이 왜 늘어나는지 설명한 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석유가 고갈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 매장된 석유의 양에 대한 추정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다음 집계를 소개했다. “19세기에 석유산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석유의 양은 약 1조 배럴이다. 현재 남아 있는 석유 자원은 적어도 5조 배럴로 여겨진다. 그중 1조4000억 배럴은 추가 확인된 매장량이다.” 그가 책을 낸 이후 9년이 지났다. 현재 가채매장량은 5조 배럴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수급 원리에 새로운 피크 오일과 증가하는 가채매장량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장기 유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유가는 과거와 같은 급등세를 보이기 어렵다. 급락하는 사태도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 대개 가격의 급락은 수급에 더해진 심리적인 요인으로 값이 치솟은 다음에 오는 조정이기 때문이다.

수급에 심리가 더해져 유가가 하루 다르게 솟구치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곤두박질친 때가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이다. 유가는 2017년 7월 배럴당 130달러대로 올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년 내 200달러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유가는 급전직하했다. 반 토막보다 더 떨어져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기록했다.
 유가 그래프, 좁은 진폭에서 그려질 듯
유가는 장기적으로 과거보다 좁은 가격대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2018년 유가는 소폭 오르지만 안정적인 구간에서 완만하게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국제유가는 2017년보다 구간을 소폭 높여 주로 60달러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급 변수로 세계 경제 활력 회복,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원유 공급 조절, 그리고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을 들었다. 앞의 두 변수는 가격을 밀어올리는 반면, 셰일오일은 가격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린다고 분석했다. 2018년 유가 그래프를 보면, 유가는 필자 예상보다 더 높게 올랐고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었다가 40달러대로 하락했다. 필자의 예상은 2019년에 더 들어맞았다. 2019년에는 유가 그래프가 2018년보다 좁은 진폭 속에서 예상과 얼추 비슷하게 그려졌다. 2020년과 그 이후의 유가 그래프는 2019년보다 더 안정적으로 그려지리라고 예상한다.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1960년대는 대부분 시기에 유가가 별로 등락하지 않았다.

-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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