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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산업안전 문화에 ‘혁명적 변화’ 절실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산업안전 문화에 ‘혁명적 변화’ 절실

제도·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 “인식 변화 이뤄야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
사진:김현동 기자
2020년은 우리나라 산업 안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며 안전문화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다.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을 만나 한국 안전문화 패러다임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할지 들어봤다.

윤 회장은 국내 산업안전보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1977년 제1기 근로감독관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후 국립노동과학연구소에서 10여 년간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1989년에는 기술직 사무관 중 처음으로 산업안전과장으로 보임했다. 고용노동부 안전 분야 요직을 거친 그는 2014년부터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재직했고, 2017년 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재해예방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에 취임해 이제 3년 차 임기를 맞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위험 대비해야
윤 회장은 인터뷰 내내 “안전문화 혁명”이란 말을 강조했다. 서구에서 수백년이 걸린 성장을 50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루며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잃었다. 윤 회장은 이를 빗대 ‘파괴적인 성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뉴욕대 폴 로머 교수가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을 언급하며 사용한 말이다. 윤 회장은 “안전보건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혁명적 발상이 들어간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산업안전 현실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가.


“우리나라는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긴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한 나라다. 그런데도 안전문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OECD 주요국의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0.58로 미국(0.36)·일본(0.19)·독일(0.16) 등 주요국보다 2~3배나 높다. 세월호 사고를 겪고, 새 정부가 등장하며 이제야 ‘사람존중’을 근간으로 하는 안전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올해 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재해자 수는 매년 소폭의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지식과 기술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 문제는 문화의 영역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됐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개정 작업에 나섰고,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입법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 2020년 1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전부 개정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도급업체(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작업의 도급을 제한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사고가 다발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타워크레인 등 건설 기계·기구에 대한 안전규정도 강화됐다. 그간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도 대거 담겼다. 앞으로 관건은 개정법이 산업 현장에 얼마나 잘 안착하느냐다. 개정법의 의미와 내용을 현장에서 숙지하고 이행해야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가.


“산업현장의 공정이 점차 대형·복잡화되고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신기술에 수반되는 새로운 위험이 출현하고 있어 법적 규제에 의한 안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등의 등장으로 산업현장의 통제 범위와 네트워크가 사업장 단위를 넘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사고 발생 때 위험 영역이 확장된다는 뜻이다. 로봇과 드론 등은 사람이 하던 위험 업무를 대체해 직접적인 인적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기계의 오작동이나 고장 등에 따른 새로운 안전사고의 위험도 안고 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풍등에도 국가기간시설인 저유소가 불타는 것이 현재 우리의 안전수준이다. 점검을 위해 띄운 드론이 위험시설에 떨어지거나, 전자파가 장비에 영향을 끼치는 등 다양한 사고의 위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량적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하는 안전관리가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 뿌리부터 안전체질로 바꿔나가야 한다. 법적 규제와 위험기반에 의한 안전관리를 하면서, 안전문화 확산을 통한 인식 변화까지 이뤄야 안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협회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대한산업안전협회는 1964년 설립된 국내 최고의 산업안전 종합컨설팅기관이다. 안전관리업무 수탁사업의 재해율은 2019년 11월 말 기준 0.27%로 정부가 밝힌 지난해 3분기 전국 평균 재해율(0.40%)보다 확연히 낮다. 남은 임기 동안 새로운 산업안전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비전 2030’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먼저 협회 관계사의 산업재해율이 0.25% 이하가 되도록 지도해 나가겠다. 전부 개정 산안법의 안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도급 승인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평가제도’가 서류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수행인력의 배치 및 교육훈련에 만전을 다하겠다. 재해예방기관으로서 전문성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새로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KOSHA-MS’ 및 ‘ISO45001’ 컨설팅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별 안전진단 컨설팅 수행 인력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안전문화회관을 건립해 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총체적 이론 다룬 저서 내놔
윤 회장은 산업안전 분야에서 40년이 넘게 종사하며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전문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최근 책을 썼다. 책 제목 역시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안전문화 혁명〉이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4년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장에 보임됐을 때다. 당시 산업안전과장으로 부임한 사람이 “평생 근로감독만 했는데, 산업안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에 관사에 돌아가 답변을 정리했고 ‘안전보건의 기본원리’라는 강의안을 만들어서 고용부 후배들에게 보급했다.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근무할 때는 ‘안전과 감사(청렴) 전략’이라는 주제로 대학강의와 동영상을 보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안전정책 및 활동에 안전문화 수준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다. 특히 안전문화라는 개념을 서양에서 그대로 가져와 차용하거나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방대한 정보를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도래할 때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안전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에 맞게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학문과 지식을 새로 해석하고 안전문화의 개념과 이론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한눈에 쉽게 보고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혁명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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