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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다인종 운동’ 벌여야 하는 이유

‘다세대·다인종 운동’ 벌여야 하는 이유

나이에 초점 맞추지 말고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 정확히 파악해야 사회적 연대 구축할 수 있어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무시하면 인종적인 세대차를 이해할 수 없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미국 역사에서 지금처럼 고령 세대의 인종·민족 구성이 젊은 세대의 인구 구성과 큰 차이를 보인 적은 없다. 1975년 미국의 비(非)백인 비율은 65세 이상에서 13%, 18세 미만에서 25%였다. 그로부터 40년 뒤인 2015년이 되자 그 비율은 65세 이상에서 22%, 18세 미만에서 48%로 변해 격차가 26%포인트로 벌어졌다.

‘오케이 부머’는 이런 인구 구성의 현실을 부인한다. 그런 현상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해묵은 세대 갈등을 되풀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인종적 세대 격차가 훨씬 더 큰 문제라는 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오늘날 미국의 정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종적·세대적 격차를 뛰어넘는 연대를 구축할 좋은 기회를 놓친다.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CAP)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36년 만에 인구 구성적인 측면에서 가장 분열이 극심했던 선거”였다. 현대 정치 역사에서 어떤 선거보다 나이와 인종, 학력에 따른 편가름이 심했다는 뜻이다. 2020년 대선도 후보자들이 인종과 나이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좀 더 깊이 고찰하지 않는다면 지난 대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경선 레이스에서 언론과 후보 토론회 사회자는 거의 전부 후보의 나이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젊은 후보와 최고 연장자 후보의 나이 차이는 약 40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의 나이에 집착하면 인종과 나이 사이의 상호작용을 세심하게 고려할 수 없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스쿼드(the Squad, ‘한 무리’라는 뜻)’로 불리는 밀레니엄·X 세대 비(非)백인 여성 초선 하원의원 4인방(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레입, 아야나 프레슬리)이 후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했을 때 그 후보들은 세대 간, 그리고 다인종 간의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결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샌더스 상원의원의 참모들이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밝힌 지지를 두고 “샌더스 후보가 구축하려는 다인종, 근로계층 연합을 상징한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정작 사회운동가들에게 “다양한 세대를 포함하면서도 진보의 가치를 갖는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운동을 추진하라”고 촉구한 쪽은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었다.

민주당 경선 후보 중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인디애나 주의 작은 도시) 시장은 37세로 후보 중 가장 젊고 하버드·옥스퍼드대학을 거친 화려한 이력과 아프가니스탄 파병 복무 경력, 특히 동성애자로 주목받는다. 다만 비(非)백인 유권자의 지지가 낮은 것이 약점이다. 지난 10월 그의 캠프 내부 메모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비(非)백인 비율이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특히 흑인 유권자에게 문제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많은 사람이 생각했듯이 실제로 동성애 혐오가 흑인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될까? 우리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자료도 그보다는 세대 격차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성소수자(LGBTQ) 차별 금지법을 지지하는 미국인 중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 사이의 격차는 약 20%포인트다. 그 세대 격차는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서 똑같이 나타난다. 그러나 부티지지 후보 캠프와 언론은 인종과 나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흑인을 동성애 반대 집단으로 다뤘다.

부티지지 후보 캠프에서 ‘오케이 부머’ 이슈가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했더라면 그들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부티지지 후보의 젊은 지지자 모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젊은이들에게 부모와 나이 든 친척에게 부티지지 후보의 장점을 잘 설득하라고 촉구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언론과 정치인은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조합해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투표 성향이나 인종·민족 집단의 정치적 이익에 관한 데이터를 검토할 때는 연령층 별로 분리해서 분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정 연령층에 관한 데이터의 경우 인종·민족 집단으로 세분화해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다세대·다인종 연대의 모범 사례를 강조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 비(非)백인 지위향상 협회(NAACP) 노스캐롤라이나 지회 명예회장이며 비영리단체 ‘전진 정의(Forward Justice)’ 회장인 윌리엄 바버 목사는 ‘다세대·다인종 운동’을 확대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늘 강조한다.

얼마 전 그는 NAACP처럼 고령자 회원이 많은 단체를 대상으로 인종·세대 격차를 메우는 변화를 강조했다. “젊은이들을 무시하며 그들에게 이 운동의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일만 시켜선 안 된다. 그들이 이 운동의 기초를 구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간부를 임명하고 연회에서 사용할 냅킨의 색상을 결정하는 회의를 하는 동안 젊은이들이 그냥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지금 미국의 인구 구성에서 전례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따라서 세대 격차를 분석하려면 인구의 인종 구성 변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종 구성을 분석하려면 반드시 세대 격차를 파악해야 한다.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무시하면 인종적인 세대차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격차를 효과적으로 메우는 연대와 연합을 구축하려면 반드시 인종과 연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 코리타 브라운, 션 토머스-브라이트펠드



※ [필자 코리타 브라운은 은퇴 후 새로운 경력을 갖는 운동을 벌이는 Encore.org의 혁신·학습 책임자다. 션 토머스-브라이트펠드는 시민운동 개발을 위한 ‘빌딩 무브먼트 프로젝트(Building Movement Project)’의 공동 대표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들의 개인적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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