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임박한 ‘리테일의 종말’ 피하는 법

임박한 ‘리테일의 종말’ 피하는 법

‘멀티채널’ 쇼핑에서 스마트폰과 모바일 쇼핑 더해 언제든 어디서든 소비자가 네트워크에 연결해 쇼핑할 수 있는 ‘옴니채널’ 쇼핑으로
많은 온라인 소매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다. 사진은 아마존 고 매장. / 사진:MARK LENNIHAN-AP/YONHAP
소매유통 업계가 전례 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을 닫은 소매유통 체인이 많았으며 올해 더 많은 체인이 폐장을 발표했다. 갭, 빅토리아스 시크릿, 테슬라, 애버크롬비&피치, 짐보리, 페일리스 슈소스, J.C. 페니, 꼽자면 한이 없는 듯하다. 이 같은 트렌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예견하지 못한 방식으로 소비자 쇼핑 행태에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적 요인이 숨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매유통 업계의 판도를 재편할 것이며 매장은 오프라인·온라인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연결 개체들의 전반적인 연속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 특히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폐점 가속화를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얼리 어답터들은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에 이끌려 이른바 ‘멀티채널’ 쇼핑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제품 유형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카메라는 온라인 매장에서 사지만 의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는 식이다. 온라인 채널이 성숙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온라인에서만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졌으며 인터넷 서비스가 제한적이거나 없는 소비자는 완전히 오프라인에서만 쇼핑했다. 양쪽 모두에서 쇼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수백명의 다른 판매자가 온라인 매장을 여는 플랫폼을 제공했고 소셜미디어 사이트가 널리 보급됐다. 소비자가 쇼핑한 물건들을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 사진을 공유하고 다른 제품을 리뷰하고 자기 ‘수확물’의 동영상을 제작한다. 이 모두가 막강한 위력을 지닌 온라인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그와 함께 스마트폰과 모바일 쇼핑이 등장해 언제든 어디서든 소비자가 네트워크에 연결해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기술발전은 ‘옴니채널’ 쇼핑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모바일 채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로 매끄럽게 이동하는 식이다. 많은 소비자는 모바일 기기로 제품을 검색하고 컴퓨터로 전환해 온라인 쇼핑을 한다. 그들은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출발하지만 최종적으로 관심 상품의 온라인 리뷰를 읽은 뒤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한 곳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전적으로 모바일과 온라인 공간에서만 제품을 검색·검토·평가·구매하면서 이런 ‘고객 여정’에 오프라인 매장은 아예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은 오프라인 소매유통 체인이 일찍이 온라인 환경의 영향을 과소평가했다. 온라인 쇼핑 초창기엔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소수에 불과했던 건 사실이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그 그룹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 등이 부상한 이후 그 그룹이 더 큰 규모의 온라인 고객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소매업체도 그들을 따라잡아야 했다. 다수가 온라인 환경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머뭇거리면서 어설프게 온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멀티채널 시대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옴니채널 시대에는 숨을 공간이 없다.다수 기기 쇼핑에 관한 우리의 조사에서 많은 소비자가 모바일 기기로 검색을 시작했다가 품목의 필요에 따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한다. 그들은 고객 여정 중 자주 기기를 갈아타며 확실한 모바일 기반이 없는 소매업체는 완전히 외면한다. 옴니채널 세계에선 고객 여정의 모든 접점이 모바일·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등 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구매 기회를 만든다. 어떤 채널이든 이런 기회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상응하는 실질적인 규모의 모바일·온라인 매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

고객은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쇼루밍 (showrooming)’을 한다. / 사진:LI YING-XINHUA-YONHAP
고객 여정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 내점객이 줄어든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도 모바일 기기로 ‘쇼루밍(showrooming)’을 한다.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매장에서 그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관행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소비자가 제품을 ‘만지고 느끼며’ 평가할 수 있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 세계와는 달리 한 번의 터치로 다른 소비자의 리뷰와 추천을 참고할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 쇼핑객은 또한 소셜미디어 친구들의 논평을 받는 것과 같은 쇼핑의 소셜 측면을 즐길 수 없다. 소비자의 고객 여정 중 구매 전 단계에서 모바일과 온라인 환경에서 완수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 독립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의 내점을 유도할 기회가 사라진다. 관심·내점객·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이 무더기로 문을 닫는 것도 전혀 예상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소매업체가 어떻게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까? 첫째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여정에서 하나의 정류장 또는 접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옴니채널 세계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모바일을 뒷받침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은 오프라인 매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소매업체는 멀티 채널이 제공하는 시너지 효과를 이용해야 한다. 매장뿐 아니라 어떤 채널에서든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소매업체는 콘텐트 풍부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은 소매업체의 시각적 상품화(온라인 상품 페이지의 이미지·비디오 콘텐트)에서 높은 품질을 기대하며 그것이 오프라인 매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그것을 픽업할 뿐 아니라 온라인 구매품의 반품도 매장에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가격이 채널 전반적으로 똑같지만 쇼핑 체험은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기를 기대한다. 이 채널들이 서로 대체제 역할을 할 경우 소비자는 그냥 한 채널만 선택해 방문하게 된다.

둘째, 매장이 더는 ‘거래적인’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 옴니채널 세계에선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 관건이다. 최고의 고객을 가려내 모든 접점에서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관계를 강화하고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 데이터, 프라이버시, 신뢰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고객이 고객 여정을 이동할 때 그들이 소매업체의 웹사이트·앱·매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각 접점 전반에 걸쳐 고객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소매유통업체가 제품구성을 설계할 때 판매 품목의 맥락에서 어떤 체험이 그런 참여를 끌어낼지 파악하는 것이 열쇠다.

넷째, 소셜미디어의 역할(그리고 소셜미디어에 고객의 참여 유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참여는 고객이 추천과 리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쉽게 만들고 이런 매체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는 이들 채널을 통해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끝으로 소매 매장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속하고 원활한 서비스, 대기열 없는 자동 체크아웃, 스마트폰 결제, 제약 없는 쇼핑 등이다. 소매업체는 채널들의 연쇄에서 자신들의 매장을 ‘약한 고리’로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 채널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뒤늦게 받아들인 소매업체 입장에선 이런 전략 중 일부를 실행하기에 너무 늦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계속 매장문을 닫게 된다. 고객이 온라인·모바일 공간으로 이동함에 따라 그렇게 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 없게 됐으며 그중 다수는 문을 닫아야 한다. 채널을 추가해 사업전망을 개선할 수 있는 소매업체도 있을지 모른다. 소매 유통업체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고객이 온라인·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완전히 사라질까? 천만의 말씀!

소매유통 매장은 옴니채널 체험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다. 많은 온라인 소매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다. 워비 파커, 캐스퍼 매트리스, 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앞으로도 멀쩡히 건재할 것이다. 다른 경쟁체제가 존재하지 않던 전성기 때만큼 내점률이 높지 않을 뿐이다. 소매유통의 미래는 어느 한 구성요소에 달려 있지 않다.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 매장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이해하는 소매업체는 번창하고 나머지는 고사할 것이다.

- P. K. 캐난



※ [필자는 메릴랜드대학 경영대학원 마케팅학 교수이며 마케팅 데이터, 분석학, 소비자 행동 분야의 업계 대표적인 전문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우리금융, 글로벌 ESG 보고서 경진대회서 대상 수상

2코스닥협회, 제16회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시상식...최고상 클래시스

3서울경제진흥원, 2024년 중기벤처부·산업부 장관 표창

4삼성바이오에피스, 차기 수장에 김경아 내정...고한승 삼성전자로

5"콧물 찍, 재채기도? 반려견 면역력 이렇게 하세요"

6트럼프, '관세전쟁' 주도 무역대표부 대표에 '그리어' 내정

7진에어, ‘블랙프라이데이’ 진행...국제선 최대 15% 할인

8테일즈런너RPG, 사전 공개 서비스 시작

9현대차, 인도네시아 EV 충전 구독 서비스 시작

실시간 뉴스

1우리금융, 글로벌 ESG 보고서 경진대회서 대상 수상

2코스닥협회, 제16회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시상식...최고상 클래시스

3서울경제진흥원, 2024년 중기벤처부·산업부 장관 표창

4삼성바이오에피스, 차기 수장에 김경아 내정...고한승 삼성전자로

5"콧물 찍, 재채기도? 반려견 면역력 이렇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