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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3) 홍의숙 인코칭 대표] 직장 내 갑질은 해사 행위이자 자해

[이필재가 만난 사람(43) 홍의숙 인코칭 대표] 직장 내 갑질은 해사 행위이자 자해

16년 전 토종 코칭펌 창업… 자체 콘텐트로 첫 해외 진출
사진:전민규 기자
“비즈니스 코칭은 이른바 C레벨 임원(Chief Officers)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생산 현장의 반장급 리더, 세일즈 전선의 영업팀장도 코칭을 필요로 해요.”

‘토종’ 코칭펌 인코칭의 홍의숙 대표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할 생산 현장의 블루칼라 리더도, 성과와 스킬 중심의 영업으로 자존감 위기를 겪는 세일즈 리더도 부서원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리더가 코칭을 필요로 합니다. 이때 팔로우어 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내 인플루언서가 다 리더라고 할 수 있죠.”

홍 대표는 2003년 인코칭을 설립해 국내 유수의 코칭펌으로 키웠고, 자체 개발한 코칭 콘텐트를 최초로 해외에 수출했다. 약 50명의 코치가 파트너로 활동 중이고 상근하는 스탭 10명이 전원 여성이다. 그는 2020년엔 전년도보다 20% 이상 매출액이 신장될 거로 내다봤다. LG화학·삼성화재·신한은행·인천국제공항공사·아디다스 코리아 등이 고객이다.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은 영어로 코칭한다.



비즈니스 코칭에 대해 나름대로 어떻게 정의하나요?


“외부의 코치가 코칭을 받는 기업 내부자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해당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행위입니다. 피코치자와 수평적 관계, 사고의 전환에 따른 행동화가 요체죠.”

한 독선적인 대기업 임원은 회의 중 발언권을 독점하다시피했다. 코칭을 받은 후 두 명의 팀장에게 10분 이상 발언을 하면 볼펜을 귀에 꽂는 제스처로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해 혼자 떠드는 습관을 고쳤다. 다른 대기업 임원에게는 자신의 방으로 소집한 회의 후 방을 나서는 멤버들을 입구까지 따라나가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퍼포먼스’를 하도록 조언했다. 두 사람 모두 나중에 대기업 CEO가 됐다.



인코칭의 콘텐트는 수입한 코칭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가요?


“수입 프로그램은 성과를 높이기 위한 하우투 스킬에 초점을 맞추고 피코치자에게 하는 질문을 강조해요. 질문이 코칭의 꽃이기는 하지만 아시아인들은 이런 질문 위주의 코칭을 불편해 합니다. 반면 우리 프로그램은 피코치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중시해 이들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터치합니다.”

인코칭의 in은 사람·착함(仁)·참을성(忍)·인사이트·인텔리전스·인사이드 등을 포괄한다. 비전은 글로벌 코칭 리딩 컴퍼니이다. 2015년 지식서비스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UN 조달업체로 선정됐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가 철수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중국은 파트너였던 현지인 코치가 우리 프로그램을 표절해 딴 살림을 차렸고, 말레이시아는 협약을 맺은 정부 기관의 파트너가 횡령을 저지르는 바람에 구축했던 인맥이 와해됐습니다. 일종의 성장통이죠. 어쨌거나 외국 기업이 만든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유통하는 게 아니라 우리 콘텐트를 현지화하는 거라 나름의 강점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코칭 프로그램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지식서비스 산업이 해외에 진출해야 합니다. 개도국들의 코칭 시장을 선점하면 됩니다. 이들 나라의 리더가 한국의 코칭 세례를 받으면 친한파가 돼 우리나라 제품이 이들 나라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이를 위해 선진국의 개도국 원조 프로그램인 공적개발원조(ODA)와의 접점을 모색 중이에요. 국내 코칭펌이 외국서 들여온 프로그램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건 사실 난센스예요.”



한국적 코칭의 강점이 뭔가요?


“성과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죠.”

그동안 양성한 코치들 다수가 독립해 홍 대표는 “코치를 많이 키워냈다”는 평판을 얻는가 하면 ‘남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는 뒷말을 들었다. “같이 커야죠. 코칭 회사가 늘어나야 코칭 산업도 큽니다. 기껏 키웠더니 고객사를 빼가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회의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만.” 인코칭의 코치 중엔 대기업, 외국계 기업 CEO·임원 출신이 여럿 있다. 그는 대부분 코치로서의 인생 2막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 분야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중요합니다. HR 출신이라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공학박사도 있습니다.” 그는 한국코치협회 올해의 코치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중소기업청장 표창,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리더의 마음] [사장이 직원을 먹여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 등의 책을 냈다. 벤처중소기업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경영학 박사이기도 하다.



정책 당국에 대해서는 어떤 고언을 하고 싶나요?


“지원금을 줄 때 창업가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점검하고 단기라도 리더십 교육을 시키면 좋겠습니다. 또 지원이 설립 7년 미만의 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습니다. 10년 된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죠.”
 밀레니얼 세대도 인격적 리더 선호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몰려옵니다. 리더로서 이들과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요?


“20대~50대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따르면 전 세대가 공통적으로 성품 좋고 스마트한 리더를 선호합니다. 젊은 세대도 인격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를 따른다는 거죠. 무엇보다 구성원의 나이를 불문하고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젊은 구성원의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칭찬,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수고에 대해 말로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리더에게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수고했어. 자네가 역시 최고야’예요. ‘누구나 다른 사람들 존경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레스 기블린) 공감과 경청은 필수죠.”

그는 상무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얘기하고 막상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는 하찮은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 전무의 사례를 들려줬다. “상무는 팀장들 눈치를 보며 야근을 시켜 서둘러 일을 마쳤는데 전무가 무심하게 보고를 받은 겁니다. 상무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죠. 상사도 일관된 태도와 긍정적인 리액션이 필요합니다.”



승진해 자리가 바뀌었는 데도 역할 변경을 잘 못하는 리더들이 어느 조직에나 있습니다.


“과거 하던 일은 위임하고 새 역할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 올라갈수록 실무보다 사람을 챙겨야 합니다. 특히 CEO는 임원을 잘 챙겨야죠.”



직장 내 갑질이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혁신 역량이 중요한 시대에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집단지성이 발휘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른바 갑질 하는 상사에게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려 들겠습니까? 특히 아랫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건 해사 행위이자 자해입니다. 유능한 리더는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과 일하는 사람입니다. 유능한 구성원이 계속 성과를 내야 리더도 승승장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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