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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 ‘가전의 꽃’ 디스플레이] 깜짝 놀랄 혁신 없었지만 ‘각양각색’ 차별화 눈길

[CES 2020 ‘가전의 꽃’ 디스플레이] 깜짝 놀랄 혁신 없었지만 ‘각양각색’ 차별화 눈길

새로운 사용성, 가정용 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기업간 비방은 사라져
LG전자 LG 시그니처올레드R / 사진: LG전자
기술의 발전과 혁신 속에 소비자가전쇼(CES)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지만 TV는 여전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품목이다. 다만 TV와 디스플레이 분야만 놓고 보면 이번 CES에서는 과거와 같은 놀라운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다.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내놓은 마이크로 LE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QD(퀀텀닷),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 등은 과거 CES에서 시제품을 공개했거나 이미 시판 중이다.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을 대신한 것은 주요 기업들의 전략적 차별화다.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제품 중 하나는 ‘더 세로’다. ‘더 세로’는 콘텐트에 따라 화면을 가로와 세로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에 시판되고 있는 제품인데 올해 북미, 유럽 등 해외 출시를 앞두고 CES에 나왔다. 외형만 놓고 보면 43인치 크기의 QLED 디스플레이에 단순하고 슬림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크린이 뒤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모바일로 콘텐트를 보다가 TV에 연결해서 이어본다는 사용성 측면에서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도 삼성전자 부스엔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마이크로 LED냐 OLED냐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 마이크로 LED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차이도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 LED는 이름 그대로 100㎛(100만 분의 1m) 이하인 초소형 LED를 촘촘하게 배치한 디스플레이 형식이다. 각각의 LED가 화소 역할을 하기 때문에 LCD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응답시간도 빠르다. 또 전통적 LCD보다 더 얇기 때문에 유연한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OLED와 비교해도 30배 이상 더 밝다는 게 강점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폼팩터 측면에서는 OLED가 아직 유리하지만 OLED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번인 등 내구성 측면에서 마이크로 LED가 우위에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제조단가가 높은 것이 단점이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대중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부스 입구에 292형 마이크로 LED TV ‘더 월(The Wall)’을 전면 배치했다. 더 월의 기존 라인업은 75, 146, 219, 292형으로 100인치 이하 소형 라인업은 하나뿐이었지만 이번 CES에서는 75, 88, 93, 110형 등 홈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적합한 다양한 크기를 선보였다. 소형 라인업 확대로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CES에서 세계 최초로 146인치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TV ‘더 월 럭셔리’를 소개하는 등 마이크로 LED 기술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OLED 퍼스트’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가 아직까지 생산 비용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19년 9월 출시한 마이크로 LED TV 더 월 146형의 가격은 4억 원에 육박한다. 반면 LG전자가 가정용 TV 시장에 내놓은 가장 비싼 OLED TV ‘LG시그니처 올레드8K’의 출고가는 5000만원 수준이다. LG전자도 4K 해상도의 145형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를 전시하긴 했지만 삼성전자처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LG도 마이크로 LED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LG전자 부스의 전면을 장식한 것은 플렉서블 OLED였다. ‘OLED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여 장을 이어 붙여 만든 초대형 조형물 ‘새로운 물결(New Wave)’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LG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은 “LG도 마이크로 LED를 개발 중이지만 100인치 이하 가정용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100인치 이상 상업용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 논쟁 오버랩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더월 /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로 LED의 가격경쟁력 지적은 1년 전 CES에서 롤러블 TV를 두고 삼성전자가 내놓은 지적과 오버랩된다. LG전자는 지난 CES 2019에서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롤업 방식의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은 롤러블 TV의 경제성을 지적하면서 “경제성이 있다면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제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아직까진 (롤러블 TV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도 롤러블TV로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롤업 방식의 롤러블 TV만 제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롤다운 방식의 롤러블 TV를 함께 배치하며 폼팩터를 혁신하고 있는 OLED의 강점을 강조했다. 특히 롤러블 TV 20여대를 연달아 배치한 후 음악에 맞춰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도록 연출하면서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는 롤업 방식의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롤다운 방식은 미정이다.

마이크로 LED와 OLED 사이에서 전략이 갈린 국내 업체와 마찬가지로 일본과 중국 기업들도 마이크로 LED와 OLED 제품 사이에서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와 함께 마이크로 LED 투자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소니는 자사 마이크로 LED인 크리스털 LED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극장용이다. 가정용 프리미엄 제품군으로는 48인치 OLED TV를 선보였다. 소니는 지난해 CES에서 16K 해상도 마이크로 LED를 선보였다. 가정용 4K 해상도 제품도 지난해에 이미 출시했다. 모듈형으로 가정에도 설치할 수 있는 이 제품의 가격은 8억원을 호가한다.

중국 기업들 중에서는 중국 스카이워스가 OLED 8K O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콩카와 중국 1위 TV 제조사 TCL은 마이크로 LED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콩카는 이번 CES에 마이크로 LED를 적용해 8K와 4K급 화질을 구현한 ‘스마트 월’ 브랜드를 공개했다. 중국 1위 TV 제조사 TCL도 132인치 4K 마이크로LED ‘더 시네마 월’ 브랜드를 소개했다. 다만 양쪽 모두 모듈 구성이 눈에 보이고 불량화소가 나타나는 등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기업간 비방전은 수면 아래로
LG전자 부스에 마련된 플랙서블 OLED 패널 / 사진:LG전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었던 국내 기업 간 비방전은 재현되지 않았다. 이번 CES에서는 참가 업체에게 경쟁 업체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나 비방을 불허하고 있어서다. LG전자는 특정 업체의 TV를 가져다 비교하는 대신 전시 공간 한켠에 자사 LED와 OLED를 비교 시연하는 형식으로 간접 비교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QLED 디스플레이가 LE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형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제스처다. LED 패널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수적이다. 반면 OLED 패널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더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향한 간접 저격에 직접 맞대응하는 대신 시장의 선택을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제품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많이 사주고 선택해줘야 좋은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점을 내포하면서 LG전자의 기술 전쟁 의도를 피해가는 언급이다. 국내 양대 전자 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두 회사간의 시장 점유율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2019년 3분기 판매 금액 기준 전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0.4%, LG전자 16.3%다.

국내 기업들이 전면전을 피한 가운데 일본과 중국 기업이 화질 논쟁에 가세했다. 일부 업체 사이에서 8K 화질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적했던 대로 8K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아직 업계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CTA에서 부여하는 8K UHD 로고 인증 기준에 따르면 8K TV는 가로 기준 화소(픽셀)수가 8000개 이상인 TV를 의미한다. 가로 기준이기 때문에 전체 화소 수는 3300만개(7680×4320) 이상이며 화질 선명도는 50%를 넘어야 한다.

이번 CES에서는 일본 소니와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인 샤프, 중국의 하이센스, TCL, 창홍, 콩카, 스카이워스 등이 8K TV를 소개했다. 일본 소니는 8K LCD TV인 브라비아 플래그십 마스터 시리즈의 신제품 ‘Z8H’를 선보였다. 중국 TCL은 QLED를 적용한 8K TV 최신 모델 ‘X915’를 전시했다. 샤프도 8K TV 신제품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번 CES가 개최되기 전까지 CTA의 8K 인증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한국 업체에 비해 디스플레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니 LED, LCD로 8K 구현
마이크로 LED와 OLED, QLED에 보다는 한걸음 뒤처져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 LCD지만 해당 기업들은 차별화로 승부했다. 일본 샤프는 LCD를 중심으로 투명 LCD에 프로젝션을 접목한 80인치와 90인치 투명 디스플레이를 소개했다. 중국 TCL은 미니 LED에 퀀텀닷 필름을 접목하는 방식을 적용해 8K LCD TV 브랜드 ‘바이드리안’을 발표했다. 미니 LED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100~500㎛(100만분의 1m) 크기의 LED를 의미한다. LED 하나하나가 스스로 발광해 화소를 형성하는 마이크로 LED와 달리 미니 LED는 액정의 백라이트 역할을 하기 때문에 LCD TV에 적용해 명암비와 휘도를 개선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화질 및 기술 경쟁과 별도로 인공지능(AI)을 채택한 제품이 일제히 나타난 것도 이번 CES의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TCL 등은 AI 칩을 탑재한 8K TV를 내놨다. 업체마다 명칭이나 핵심 기능에는 차이가 있지만 화질과 밝기 등을 스스로 조정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AI 퀀텀 프로세서’가 탑재된 QLED 8K TV를 선보였다. 딥러닝 방식을 적용해 원본 영상의 화질에 관계없이 8K 수준의 고화질로 변환해 주는 업스케일링 기능을 강화했고 자동으로 화면 밝기를 조정해 주는 ‘어댑티브 픽쳐’(Adaptive Picture) 기능도 추가됐다. 영상 스트리밍 과정에서 원본 데이터 손실을 줄여 주는 ‘AI 스케일넷’(ScaleNet) 기술도 탑재됐다. LG전자는 AI 프로세서 ‘알파 9 3세대’를 탑재한 OLED TV를 내놨다. 2K나 4K 화질의 영상을 8K 수준의 화질로 높여주는 게 특징이다. 또 영화, 게임, 스포츠 등 사용자가 시청하는 콘텐트 종류에 따라 최적화된 시청 환경을 지원한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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