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문화 넘어 산업이 된다] “펭하!”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돈까지 버네!
[캐릭터, 문화 넘어 산업이 된다] “펭하!”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돈까지 버네!
이모티콘이 ‘캐릭터 사용 일상화’ 효자… 콘텐트 수출 중 캐릭터 증가율 가장 커 “펭하!”를 외치며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EBS 캐릭터 펭수가 생활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펭수는 한국교육방송공사인 E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이전까지는 유튜브 화면과 EBS 방송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서점가 베스트 셀러, 광고 모델로도 펭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10살 펭귄 펭수의 일상’은 출시 하루 만에 판매순위 1위에 오르더니 이후 1월 중순(2020년 1월 15일 기준)까지 전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펭수 사진과 짧은 글이 담긴 에세이 형태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사전 예약 판매 3시간 만에 1만부가 팔렸다. 기업은 브랜드 광고 모델로 펭수 모시기에 나섰다. 동원참치는 지난 1월 13일부터 캐릭터 펭수와 협업한 한정판 ‘남극참치’ 패키지를 내놨고,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KGC인삼공사 정관장은 펭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캐릭터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문화 콘텐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 상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는 펭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월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주요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캐릭터 산업 규모는 꾸준하게 6조원 대를 넘고 있다. 사업체 수는 2017년 기준 2261개로 전년 대비 2.2%가 증가했고, 종사자 수는 2017년 기준 3만4778명으로 전년 대비 4.4%가 늘었다.
캐릭터 산업 성장에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플랫폼 변화가 큰 역할을 한다. ‘아기공룡 둘리’ ‘검정 고무신’과 같은 만화가 인기였던 1980~90년대에는 캐릭터를 TV 방송이나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컴퓨터와 모바일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소비 플랫폼 이동 덕에 캐릭터 제작 비용도 대폭 감소했다. 대형 방송사를 매개체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수십억 원이 들었지만 이제는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이면 작가 개인이 캐릭터를 그리고 디지털화해 온라인으로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다. 캐릭터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캐릭터는 다양해지고, 그만큼 대중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캐릭터 시장 중심에는 감정과 상황 등을 캐릭터로 보여주는 이모티콘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활용하는 이모티콘은 ‘캐릭터 사용 일상화’를 끌어냈다. 백강희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현대인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대화에서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며 “글자로만 표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의사소통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캐릭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한 셈이다.
카카오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사람은 2900만명이고, 월평균 발신량은 23억 건에 다다른다. 이모티콘을 처음 출시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모티콘을 산 누적 구매자 수는 2100만명 정도다.
웹툰·이모티콘 제작 매니지먼트 회사인 케이코믹스의 이종수 대표는 “캐릭터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라며 “이전에는 작가가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짜고 소비자는 정해진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를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친구, 가족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만의 이야기에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캐릭터 시장은 업계에서 일명 ‘돈이 보이는 시장’으로 불린다. 실제 카카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기준으로 1억원 이상 매출을 낸 이모티콘은 1000여개고, 10억원 이상 매출을 낸 이모티콘 시리즈는 55개다. 수익은 구글 마켓과 같은 OS(Operating System)가 수수료 30%를 떼고 나머지 70%는 작가와 카카오가 나눠서 배분하는 구조다. 작가마다 계약 기준이 달라 정확한 수익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업계 관계자는 “상위 20위 순위에 드는 캐릭터 작가는 연 매출로 최소 5억원은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상위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로는 ‘오구’ ‘세숑’ ‘늬에시’ 등이 꼽힌다.
캐릭터는 화면 밖에서도 상품으로 개발, 판매된다. 네이버의 캐릭터 전문 계열사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는 매장을 국내에 16곳, 해외에 34곳을 운영한다. 카카오에도 전문 캐릭터 계열사 카카오IX가 있다. 카카오프렌즈에서 2018년 카카오IX로 명칭을 바꾼 이곳은 현재 국내 29곳, 해외에 2곳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 운영 후 매출은 성장세다. 라인프렌즈 2016년 매출액은 1010억, 2017년은 1267억, 2018년은 1973억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카카오IX 2016년 매출액은 705억, 2017년은 976억, 2018년 1051억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분에 이미 전년도 매출액인 1051억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카카오 IX 매출을 18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의 구분이 없는 캐릭터는 수출 효자 산업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7년 수출액은 6억6385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3%가 증가했다. 2019년 상반기 국내 콘텐트산업 수출액을 보면 전 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48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는데, 여러 콘텐트 산업 중 캐릭터 산업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캐릭터(28.0%), 애니메이션(24.5%), 방송(19.5%), 지식정보 산업(17.1%), 음악(13.5%), 만화(12.8%) 순이었다. 국가별 캐릭터 라이선싱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중국, 캐나다 등에 이어 한국은 15위에 올라있다.
국내 캐릭터 스토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라인프렌즈 스토어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가 서로 인접해 있는 강남과 홍대 등지에서는 두 캐릭터 스토어를 차례로 방문하는 ‘캐릭터 숍 순회 투어’가 유행할 정도다. 손서연 카카오 IX 대외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2018년부터 미국, 영국, 홍콩 등 해외에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며 “해외 수요를 파악하고 올해엔 영국에 상시로 운영하는 독립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 산업에도 문턱은 있다. 저작권 문제다. 캐릭터 이미지는 인터넷 등에서 쉽게 저장하고 전달하기 쉽기 때문에 모방, 도용당하기 쉽다. 지난 1월 13일 편의점 CU가 마케팅 메시지에 펭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EBS 측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CU는 즉시 해당 글을 삭제했다. 펭수를 제작한 EBS는 방송국과 관련 없는 제3자가 펭수 상표권을 등록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 때 저작권, 상표권 등록을 정확히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업이 아닌 작가 개인이 창작할 때 저작권 등록 과정을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할 때부터 발생하지만, 표절·도용 같은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창작을 공표하는 저작권 등록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10살 펭귄 펭수의 일상’은 출시 하루 만에 판매순위 1위에 오르더니 이후 1월 중순(2020년 1월 15일 기준)까지 전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펭수 사진과 짧은 글이 담긴 에세이 형태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사전 예약 판매 3시간 만에 1만부가 팔렸다. 기업은 브랜드 광고 모델로 펭수 모시기에 나섰다. 동원참치는 지난 1월 13일부터 캐릭터 펭수와 협업한 한정판 ‘남극참치’ 패키지를 내놨고,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KGC인삼공사 정관장은 펭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활용하며 확장성 커져
캐릭터 산업 성장에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플랫폼 변화가 큰 역할을 한다. ‘아기공룡 둘리’ ‘검정 고무신’과 같은 만화가 인기였던 1980~90년대에는 캐릭터를 TV 방송이나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컴퓨터와 모바일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소비 플랫폼 이동 덕에 캐릭터 제작 비용도 대폭 감소했다. 대형 방송사를 매개체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수십억 원이 들었지만 이제는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이면 작가 개인이 캐릭터를 그리고 디지털화해 온라인으로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다. 캐릭터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캐릭터는 다양해지고, 그만큼 대중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캐릭터 시장 중심에는 감정과 상황 등을 캐릭터로 보여주는 이모티콘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활용하는 이모티콘은 ‘캐릭터 사용 일상화’를 끌어냈다. 백강희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현대인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대화에서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며 “글자로만 표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의사소통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캐릭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한 셈이다.
카카오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사람은 2900만명이고, 월평균 발신량은 23억 건에 다다른다. 이모티콘을 처음 출시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모티콘을 산 누적 구매자 수는 2100만명 정도다.
웹툰·이모티콘 제작 매니지먼트 회사인 케이코믹스의 이종수 대표는 “캐릭터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라며 “이전에는 작가가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짜고 소비자는 정해진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를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친구, 가족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만의 이야기에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1억원 이상 매출 낸 이모티콘 1000여개
캐릭터는 화면 밖에서도 상품으로 개발, 판매된다. 네이버의 캐릭터 전문 계열사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는 매장을 국내에 16곳, 해외에 34곳을 운영한다. 카카오에도 전문 캐릭터 계열사 카카오IX가 있다. 카카오프렌즈에서 2018년 카카오IX로 명칭을 바꾼 이곳은 현재 국내 29곳, 해외에 2곳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 운영 후 매출은 성장세다. 라인프렌즈 2016년 매출액은 1010억, 2017년은 1267억, 2018년은 1973억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카카오IX 2016년 매출액은 705억, 2017년은 976억, 2018년 1051억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분에 이미 전년도 매출액인 1051억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카카오 IX 매출을 18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인종·종교 구분 없는 캐릭터, 수출 상품 부상
국내 캐릭터 스토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라인프렌즈 스토어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가 서로 인접해 있는 강남과 홍대 등지에서는 두 캐릭터 스토어를 차례로 방문하는 ‘캐릭터 숍 순회 투어’가 유행할 정도다. 손서연 카카오 IX 대외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2018년부터 미국, 영국, 홍콩 등 해외에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며 “해외 수요를 파악하고 올해엔 영국에 상시로 운영하는 독립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 산업에도 문턱은 있다. 저작권 문제다. 캐릭터 이미지는 인터넷 등에서 쉽게 저장하고 전달하기 쉽기 때문에 모방, 도용당하기 쉽다. 지난 1월 13일 편의점 CU가 마케팅 메시지에 펭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EBS 측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CU는 즉시 해당 글을 삭제했다. 펭수를 제작한 EBS는 방송국과 관련 없는 제3자가 펭수 상표권을 등록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 때 저작권, 상표권 등록을 정확히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업이 아닌 작가 개인이 창작할 때 저작권 등록 과정을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할 때부터 발생하지만, 표절·도용 같은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창작을 공표하는 저작권 등록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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