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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2) 택배시장 과열에 택배기사 불안감 커졌다] “쿠팡맨의 죽음, 쿠팡만의 문제일까”

[SPECIAL REPORT(2) 택배시장 과열에 택배기사 불안감 커졌다] “쿠팡맨의 죽음, 쿠팡만의 문제일까”

물량 늘었는데 배송 인력은 제자리… 업체간 치킨게임으로 배송단가도 낮아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우편집중국에 택배 등 우편물이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사망한 46세 김아무개씨. 그는 쿠팡맨이었다. 김씨는 퇴직 후 쿠팡에 입사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배송 중 쓰러졌다. 1차 배송을 새벽 3시까지 마친 뒤 오전 7시까지 2차 배송을 끝내야 했지만, 새벽 1시 30분 김씨의 배송은 멈췄다. 배송 중단 사태 파악을 위해 나선 동료 쿠팡맨이 30분이 지난 새벽 2시,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그러나 김씨는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4분의 3정도가 막혀 있었다. 경찰은 사인이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했다. 동료 쿠팡맨은 “때려 박은 물량이 죽음을 불렀다”고 말했다.
 택배 물량 36% 늘었지만, 택배기사 수는 제자리
택배업계는 쿠팡맨의 죽음이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오전 4년차 택배기사 김아무개씨(36)는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겪었다. CJ대한통운 분당A터미널에서 택배 물품을 분류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왼손 중지가 끼였다. 곧바로 손을 뺐지만 손가락 한 마디가 잘렸다. 2월 25일에는 경기 안산 택배노동자가 배송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2018년엔 CJ대한통운 허브물류센터에서 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김수근 성균관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택배기사는 장기간 근무, 연장근무, 교통사고 등 재해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택배업계 전체에 ‘제2의 쿠팡맨’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노동 강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어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산업은 지난해 물량 28억개, 매출 6조3000억원이 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과 비교해 물량은 9.7%, 매출은 11.7% 늘었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연 53.8회였다. 경제활동인구로 보면 1인당 99.3회를 이용했다. 직매입·직배송 서비스로 한국통합물류협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쿠팡의 쿠팡맨 로켓배송을 합하면 택배산업 규모는 더욱 커진다. 쿠팡은 현재 로켓배송으로 하루 200만개, 연 7억 개 이상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

그러나 배송 인력은 물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2017년 ‘택배업 현황과 택배기사의 노동실태’ 보고서에서 2016년 우체국 택배를 제외한 업체별 전체 택배차량(택배기사) 수는 4만2148대(명)라고 밝혔다. 3년이 지난 2019년 이코노미스트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택배 허가차량인 ‘배’ 번호판 총량(우체국 택배 제외) 4만187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택배 물량이 20억4666만개에서 27억8980만개로 36.3%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택배업체들의 치킨 게임이 택배기사 인력 확충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택배업체는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배송단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 택배 시장 빅3로 불리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모바일 쇼핑의 활성화’로 택배 수요가 늘자 경쟁적으로 배송 단가를 낮춰왔다. 차별화가 어려운 택배 서비스 특성상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2449원이었던 택배 시장 평균 배송단가는 2018년 2229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각각 13.4%, 6.1%, 6.3%에서 2018년 2.0%, 2.2%, 2.8%로 모두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졌고, 배송 인력 확충 지연을 이끌고 있다. 그나마의 투자도 물류시스템 개선에만 이뤄져 택배기사 1인당 배송 물량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 상품을 찾고 이를 포장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상품 분류 로봇 및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택배기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택배 물량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야 하는데 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공간이 나오지 않다 보니 휠소터(택배 서브터미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차량이 순차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미봉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택배기사 수가 제자리걸음하는 것과 달리 배송 물량은 늘면서 택배기사 1명이 처리해야할 물량이 늘었다. 예컨대 국내 전체 택배 물량(쿠팡 로켓배송 제외)의 약 50%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택배기사 1명이 연간 약 7만3339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00개가 넘는 택배를 배송한 셈이다. 2015년 “쿠팡맨 1만5000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던 쿠팡 역시 7000여 명 쿠팡맨을 고용하고 있는 상태다. 2019년 8월 쿠팡맨 1인당 하루 배송 물량은 242개에 달했다.

노동 시간도 늘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택배 기사들은 보통 아침 7시까지 지정된 터미널 또는 대리점에 출근해 택배 분류에 3~4시간을 쓰고 오후 6시가 넘어야 배송이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물량의 증가로 배송작업이 저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배송을 마친 후에는 택배발송업체를 방문해 택배발송 물건들을 받아 터미널-허브로 보내는 집하작업도 병행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 취업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2015년 기준 2113시간인데 반해 택배기사들은 월 250시간 이상, 연간 3000시간 노동을 한다”고 밝혔다.
 “분류작업만이라도 대체인력 써야” 지적
택배업체가 물량 확보를 위해 진행한 택배 단가 하락은 택배기사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물량 부담이 커지고 노동 시간이 늘어났지만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줄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배송 건당 받는 단가는 택배업체가 나눈 급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700~900원이다. 택배 시장 평균 배송단가가 떨어지면서 택배기사가 받는 돈도 줄어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수고용직 노동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택배기사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64.1시간, 연평균 근로소득은 56.5%가 2400만∼3599만원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택배기사 보호 방안을 내놨지만, 현실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말 택배기사들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주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택배기사 표준계약서 마련을 골자로 한 택배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택배기사는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구분되어 사실상 자영업자로 분류돼 정부 방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배송 주문이 몰리면서 택배기사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이 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면서 “배송 전 택배기사가 하는 분류작업만이라도 대체인력을 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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