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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호텔·유통 울고, 물류 웃고, 오피스 침착

[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호텔·유통 울고, 물류 웃고, 오피스 침착

코로나 사태가 바꿔놓은 상업용 부동산시장… ‘소비활동’과 ‘비대면’ 충돌로 지각 변동중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뉴스1
코로나19는 국민의 불안을 키웠고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소비·생산 활동과 밀접한 상업용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상업용 부동산은 사전적 의미로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부동산이다. 하지만 이는 사전적 의미보다 학문적인 용어에 가깝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다. 부동산은 전통 자산으로 여기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단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기 흐름을 따라가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 특성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해당 시점에는 실물 경기가 저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에선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2년 정도 경과한 시점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속단을 내리긴 힘들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학습효과를 이번 코로나 상황에 빗대어 봤을 때, 2~3년 경과한 시점에 부동산 가치가 변동되는 현상이 발생할지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상업용 부동산을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 유통·물류 부동산, 호텔 등은 모두 지금 침체기에 해당하거나 전망이 어두울까?

코로나 사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는 지난해 연말에 발발했지만 그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양상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로 운수업·관광업·항공업 등에서는 임금 반납, 무급 휴가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의 기업들이 임차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에선 다행히도 면적 감소 현상이 즉각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비심리 변화 업종 간 희비교차
그 이유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동산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있어서다. 또한 부동산 매매시장이 2분기에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인 2조원에 가깝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애 따라 전통적인 안정 자산으로 여기는 오피스 빌딩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 시기를 일부 조정한다거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매수자와의 거래를 더 선호하는 등 코로나 사태 후 투자심리가 바뀌어 시세 변화 양상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전과 다름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오피스 빌딩과 달리, 물류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예년에는 신선식품 배달 증가, 새벽 배송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물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2019년에 약 3조원에 가까운 물류 부동산이 거래됐으며 이는 역대 최고 거래 규모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접촉·비대면 트렌드가 물류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블랙스톤 같은 해외 거대 투자자는 물론, 자본시장의 ‘큰 손’인 연금·기금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 부동산은 개발 시 민원 이슈에 취약하다는 제약사항이 뒤따른다. 하지만 최근엔 기존 노후된 물류 부동산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오피스 빌딩이 안정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이커머스 성장 등에 힙입어 물류 부동산의 인기와, 이에 대한 투자는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업계는 국내외 방문객에 따라 존폐가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전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60~70%의 객실점유율(OCC)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10~20% 수준으로 주저앉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이는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직원·용역 등 호텔 관리에 필요한 인력의 고용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에 따라 호텔들마다 코로나 사태로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추는 호텔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좀더 안전한 환경에서 쉴 수 있는 힐링과 비대면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숙박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어비앤비 같은 공유형 숙박시설과의 경쟁 심화도 호텔 업계가 감당해야할 숙제다.

이런 마케팅을 통해 호텔업계가 이루고자하는 목적은 변화된 환경에 따라 ‘집콕’(집에서 콕 박혀서 지낸다) 생활과 코로나블루(전염병 때문에 사회활동이 위축돼 생기는 우울증)를 겪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객실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기존 질서 흔드는 패러다임의 변화
리테일(유통)에 해당하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등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수요 감소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 정지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퍼보자면 면세점과 백화점은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무점포소매업의 판매액은 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해 나아갈 예정이어서 일부 회복세가 예측된다. 최근 강남·가로수길·명동 등의 상권이 임대료를 일부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매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형 리테일에선 이러한 임대료 인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목적형 구매로 바뀌면서 다이슨·나이키 등의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점포를 확대하나가면서 판매액 증가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면세점 시장엔 적색불이 켜진지 오래다. 면세점 업계에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 보따리상들의 방문이 끊겨 매출이 반토막 나게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휴점하는 곳도 잇따랐다. 현재 김포·김해 공항 등 주요 공항 내 면세점의 휴업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더불어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동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재택근무를 도입해 화상회의·화상강의 등이 활발해졌고,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자율출근을 시행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퇴출이 증가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업체와 업종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안정자산인 오피스빌딩에선 다양한 학습 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로 하여금 좀 더 많은 경쟁체제를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부동산은 코로나사태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최대 투자처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형 업체들이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요즘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도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새로운 신흥 부동산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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