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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 솔루션기업 지향’ 박재연 애프터컴퍼니 대표] “패션산업 AI 혁신은 키오스크에서 시작할 것”

[‘디지털전환 솔루션기업 지향’ 박재연 애프터컴퍼니 대표] “패션산업 AI 혁신은 키오스크에서 시작할 것”

소프트웨어 기반, 태블릿PC·모바일도 접목 가능… 솔루션 개발·구축비용 없어
박재연 애프터컴퍼니 대표는 “현장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해 패션·의류 회사의 마케팅을 돕는 디지털 전환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구글은 가입자의 나이·직업·성별 등을 번거롭게 물어보지 않는다. 사용자의 활동만으로도 직업·연소득·결혼 여부·거주지·학력·취미·관심사·기호 등을 알 수 있어서다. 심지어 사용자의 동선과 주요 지출 수단까지 포착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도 개인 최적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구글이 세계 최대 광고·마케팅 회사가 된 이유다.

그러나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도 의류·패션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흰색 단추의 깃 없는, 하늘하늘한 블루톤 블라우스’, ‘500원 동전 크기의 물방울무늬가 적당히 새겨진 핑크톤 스커트’처럼 패션에 대한 개인의 기호는 다채롭고, 규격화·개인화가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매하더라도 선택은 매장에서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패션 기업은 현장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 실정이다. 판매 방식이 판매원의 직관·설득 등 고전적 방식에 머물러 있고, 판매 결과를 체계화하지 못해서다. 이마저도 백화점·로드숍·오픈마켓·자사몰 등 판매채널에서조차 정보 교류가 안 되고 있다.
 입소문 퍼지며 창업 첫해부터 수주 잇달아
이런 의류·패션 산업의 구조적 특성·한계 극복에 도전하는 회사가 있다. 스타트업 ‘애프터컴퍼니’다. 여러 판매 채널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솔루션 회사를 지향한다. 패션업계에서 빠르게 소문이 돌며 창업 첫해부터 적지 않은 매출을 냈고, 현재 패션·의류 분야 큰 손 10여 곳과 거래를 맺었다. 박재연 애프터컴퍼니 대표는 “패션의 데이터 수집과 AI 솔루션은 고객과 기업의 소통 방식”이라며 “많은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창업하게 된 계기는.


“대기업 계열 패션브랜드의 광고 기획 업무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백화점·쇼핑몰 등의 유휴 공간을 의류 브랜드와 매칭하는 팝업 스토어 에이전시를 했다. 시스템의 부재에 놀랐고 필요성을 절감하게 돼 창업에 나섰다.”



패션 회사들의 판매시스템이 없다는 말인가.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온·오프라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다르고 관리도 어렵다. 판매 채널별로 솔루션이 달라 체계적 관리가 안 된다. 고객 정보나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 도구도 없다. 채널별로 마진구조가 달라 벌어진 일이다. 이를 통합하는 ERP를 자체 개발하는 한편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과도 연동했다. 소프트웨어 기반이라 태블릿PC·모바일·키오스크 등 모든 종류의 디바이스에 접목할 수 있다.”



고객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나.


“매장에 비치된 키오스크로 하고 있다. 고객의 정보를 설문조사 방식으로 수집하고, 역으로 브랜드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키오스크 시장은 국내에서 매년 30%가량 성장한다. 국내에는 리테일 키오스크가 거의 없다고 판단해 키오스크로 테이프를 끊었다.”

일본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고객정보 수집 및 판매관리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아직 QR코드를 인식해 브랜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하드웨어 기반이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애프터컴퍼니는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모바일·태블릿PC로 디바이스를 확대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패션 회사들의 수요가 있나.


“ERP를 고객과 기업을 잇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해 활용하고 있다. 현재 소문만으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는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판매한 의류의 품명과 수량을 수기로 작성하는 곳도 있다. 고객의 데이터에 맞춰 취향을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패션 기업에만 적용되는 솔루션인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외식업도 매장별로 키오스크를 통해 별도의 마케팅 도구를 갖게 된다. 지역별로 파는 상품과 고객이 다르기 때문에 말단의 데이터를 별도 관리할 필요도 있다. 본사가 직접 모든 매장을 챙기는데 솔루션 구축이나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고객의 취향이 다양한 서비스·제품이라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다. 현재 프리미엄 정육점에서도 사용 중이며, 출판·여행 등 기업과 논의 중이다.”



고객 데이터 사용에 제한은 없나.


“궁극적으로는 데이터관리플랫폼(DMP) 솔루션을 지향한다. 데이터를 쌓아서 AI 마케팅에 나설 것이다. 현재는 사용자의 행동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향 분석 데이터가 나오고, 이에 AI를 활용하면 시스템과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마케팅 오토메이션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디바이스는 데이터 수집·마케팅 쌍방 소통 도구”


대기업이 직접 이 솔루션을 개발해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자체적으로 개발사를 두기 힘든 연 매출 500억~1000억원 규모의 중견·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솔루션 개발에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애프터컴퍼니의 키오스크는 월 수십만원 수준의 구독 모델이다. 대기업도 데이터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솔루션 개발 및 활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백화점도 무인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현재 백화점은 매장별로 2.5~3명이 상주한다. 매장 점주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월 3000만원 이상 매출이 나지 않으면 인건비 지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비해 키오스크를 설치하면 1.12명만 상주해도 되며, 마케팅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건비를 줄인 만큼 온라인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고객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어떻게 늘리나.


“온라인, 혹은 경쟁 매장과 혜택이 똑같다면 고객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트 관리부터 다양한 이벤트까지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마트미러와 같은 고객 참여형 서비스나 라이브 커머스 연동 콘텐트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어떤 디바이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콘텐트를 적재적소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AI 기술 경쟁력은 어느 수준이라 평가하나.


“디바이스가 고객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를 만드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회사가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디바이스와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는 분류의 과정, 마케팅은 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기업과 고객의 소통 창구인 셈이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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