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종말과 화폐 수집 시장] 동전 없는 사회’ 앞두고 달아오른 화폐 수집 시장
[현금의 종말과 화폐 수집 시장] 동전 없는 사회’ 앞두고 달아오른 화폐 수집 시장
자취 감춘 1원·5원 희소성 부각되자 ‘한국의 주화’ 몸값 급등 #. “다음 세대 아이들은 현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지난 2015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언급했다. 앞으로 20~40년 안에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후 글로벌 IT업계에서는 더욱 대담한 예상이 이어졌다. 2017년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중국에서는 2023년이면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금 없는 세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비용 절감과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지난 2016년에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로 전환’을 언급했고, 2017년부터 거스름돈을 교통카드 등을 통해 충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 등에서는 이미 현금 없는 매장이 도입됐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역설적이게도 화폐 수집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금의 종말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현재 시중에서 실사용할 수 있는 주화들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한국의 주화 세트’의 가격은 지난 6월 12일 배송이 시작된 이후 일부 거래 사이트에서 15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해당 주화 세트를 판매한 한국조폐공사에서 책정한 가격은 3만원으로, 구매자 입장에서는 사자마자 4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한국은행 70주년 기념 ‘한국의 주화’ 세트는 발매 전부터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서 수집 경쟁이 불붙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구매 접수 과정에서 약 22만 세트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물량인 7만 세트를 훌쩍 넘어섰다. 인기의 비결은 1원과 5원짜리 동전이다. 세트에는 1원과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 등 6종의 동전이 하나씩 포함됐는데 현재 시중에서는 1원과 5원짜리 동전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1원과 5원짜리 동전을 일반 유통 물량으로 발행하지 않고 있고 소장용으로만 발행하고 있다. 김현옥 한국은행 화폐연구팀 조사역은 “한국은행 창립 70주년 기념 ‘한국의 주화’ 세트는 역사적 희소성이 인기의 비결”이라며 “돌아오지 않는 역사적 기념상품이라는 상징성이 간직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화 수집가들이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희소성이다. 화폐 수집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1998년산 500원짜리 동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주화는 보관 상태가 좋다면 2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소성의 원인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발행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연말에 다음 해 동전 수요를 추정하고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1997년 말에는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1998년 500원 주화 발행 물량이 8000개에 불과했다. 1998년을 기준으로 전후 10년간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의 연평균 발행물량은 8000만개 가량이다. 1998년에는 평소의 만 분의 1만 발행된 것이다.
화폐 수집 시장에서는 희소성 외에도 발행 당시 품질과 보관상태, 디자인 등을 고려해 가치가 매겨진다. 다만 국내에서는 실사용할 수 있는 기념 화폐는 발행이 드물어 디자인은 차별점이 크지 않다. 국내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1년 3월 2일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주화로 금화와 은화 각각 6종씩 총 12종이 발행됐다. 여기에는 거북선 도안이 들어간 액면 100원 짜리 은화와 고려청자 도안이 들어간 200원짜리 은화, 석굴암 보살상 도안을 사용한 500원 짜리 은화 등이 포함됐다. 금화와 은화로 제작된 탓에 현재 풀세트 가격은 수 천만원을 호가한다. 다만 기념주화 전량을 독일 주화업체에서 제작하고 해외에서 판매되면서 국내에서는 역수입된 물량만 일부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기념은행권은 지난 2017년 11월 17일에 발행된 액면 2000원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념은행권’이다. 지폐 앞면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도안이 들어갔고 뒷면에는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도안으로 활용됐다. 뛰어난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면서, 화폐 관련 컨퍼런스 High Security Printing Asia에서 ‘2018 최우수 새 기념은행권’상을 수상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은행권은 발행 물량이 230만 장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아직 고가에 거래되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나 희소성과 함께 화폐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는 발행 당시 품질이다. 똑같은 기념주화라도 발행 당시에 품질에는 ‘급’이 있다. 한국은행은 매년 현용 주화 6개를 묶어 현행주화 세트(Mint Set)를 10만~15만 세트 가량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도 1원과 5원 짜리 주화가 포함돼 있지만 최근 발행한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 세트와는 가격에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 세트는 프루프급(Proof, 고품질 무결점 주화)이기 때문이다.
프루프급 주화는 시중에 유통되는 주화와 달리 특수한 가공처리를 거쳤기 때문에 표면의 광택이나 선명도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발행된 프루프급 기념주화는 지난 1982년이 마지막이다. 이 기념주화는 2000세트만 발행됐고 현재 가치는 700만원이 넘는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액면가는 666원이지만 프루프급 주화기 때문에 제조원가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주화보다 비싸다”며 “패키징 작업을 한국조폐공사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등 주화 표면의 손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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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 없는 세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비용 절감과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지난 2016년에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로 전환’을 언급했고, 2017년부터 거스름돈을 교통카드 등을 통해 충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 등에서는 이미 현금 없는 매장이 도입됐다.
현금 없는 사회 역주행하는 ‘기념주화’ 인기
한국은행 70주년 기념 ‘한국의 주화’ 세트는 발매 전부터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서 수집 경쟁이 불붙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구매 접수 과정에서 약 22만 세트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물량인 7만 세트를 훌쩍 넘어섰다. 인기의 비결은 1원과 5원짜리 동전이다. 세트에는 1원과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 등 6종의 동전이 하나씩 포함됐는데 현재 시중에서는 1원과 5원짜리 동전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1원과 5원짜리 동전을 일반 유통 물량으로 발행하지 않고 있고 소장용으로만 발행하고 있다. 김현옥 한국은행 화폐연구팀 조사역은 “한국은행 창립 70주년 기념 ‘한국의 주화’ 세트는 역사적 희소성이 인기의 비결”이라며 “돌아오지 않는 역사적 기념상품이라는 상징성이 간직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화 수집가들이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희소성이다. 화폐 수집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1998년산 500원짜리 동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주화는 보관 상태가 좋다면 2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소성의 원인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발행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연말에 다음 해 동전 수요를 추정하고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1997년 말에는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1998년 500원 주화 발행 물량이 8000개에 불과했다. 1998년을 기준으로 전후 10년간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의 연평균 발행물량은 8000만개 가량이다. 1998년에는 평소의 만 분의 1만 발행된 것이다.
화폐 수집 시장에서는 희소성 외에도 발행 당시 품질과 보관상태, 디자인 등을 고려해 가치가 매겨진다. 다만 국내에서는 실사용할 수 있는 기념 화폐는 발행이 드물어 디자인은 차별점이 크지 않다. 국내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1년 3월 2일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주화로 금화와 은화 각각 6종씩 총 12종이 발행됐다. 여기에는 거북선 도안이 들어간 액면 100원 짜리 은화와 고려청자 도안이 들어간 200원짜리 은화, 석굴암 보살상 도안을 사용한 500원 짜리 은화 등이 포함됐다. 금화와 은화로 제작된 탓에 현재 풀세트 가격은 수 천만원을 호가한다. 다만 기념주화 전량을 독일 주화업체에서 제작하고 해외에서 판매되면서 국내에서는 역수입된 물량만 일부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기념은행권은 지난 2017년 11월 17일에 발행된 액면 2000원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념은행권’이다. 지폐 앞면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도안이 들어갔고 뒷면에는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도안으로 활용됐다. 뛰어난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면서, 화폐 관련 컨퍼런스 High Security Printing Asia에서 ‘2018 최우수 새 기념은행권’상을 수상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은행권은 발행 물량이 230만 장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아직 고가에 거래되지 않고 있다.
같은 도안이라도 발행 품질에 가치 갈려
프루프급 주화는 시중에 유통되는 주화와 달리 특수한 가공처리를 거쳤기 때문에 표면의 광택이나 선명도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발행된 프루프급 기념주화는 지난 1982년이 마지막이다. 이 기념주화는 2000세트만 발행됐고 현재 가치는 700만원이 넘는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액면가는 666원이지만 프루프급 주화기 때문에 제조원가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주화보다 비싸다”며 “패키징 작업을 한국조폐공사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등 주화 표면의 손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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