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나스닥 하락을 보는 두 개의 관점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나스닥 하락을 보는 두 개의 관점
이틀 동안 고점대비 10% 하락… ‘일시 하락’ vs ‘구조적 약세’ 엇갈려 “미국 시장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지난주에 갑자기 늘어난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나스닥이 이틀 동안 장중 10%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은 더하다. 테슬라가 3일 만에 20% 하락했고, 애플도 10% 넘게 떨어졌다.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투자자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일이 시장 내에서 발생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을 보는 눈이 둘로 나눠졌다. 대부분은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이는 6개월 넘게 계속된 상승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일 뿐 기본 토양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매도물량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데 지난주가 그 과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락이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도 나쁘지 않다. 빠른 매물 소화가 이루어졌으므로 다시 상승해 기존의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이번 하락을 통해 시장이 가지고 있던 약점이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락 이전에도 시장은 높은 주가와 저조한 기업 실적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동성이 빈틈을 메워 표시가나지 않았을 뿐 토대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주가와 펀드멘털 사이의 차이는 어떤 형태로든 줄어들게 마련인데 그 과정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알 수 없다. 주가가 하루에 4~5% 하락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2000년 IT버블 붕괴가 있기 전에 나스닥 지수가 한 달에 네 번이나 3% 이상 떨어진 예가 있다. 그리고도 2개월간 15% 더 상승한 후 붕괴가 일어났다. 펀드멘털이 나빠도 본격적인 주가 하락이 벌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일시 하락이든 구조적 약세든 관계없이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최근에 변동성이 2000년 IT버블 때보다 커졌다. 주가가 상승한 후 변동성이 커지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바닥에서 변동성 확대는 상승의 전조인 반면, 천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하락의 전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는 나스닥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시장이 우울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건 나스닥 덕분이다. 미국 경제가 괜찮으면 자국의 경제도 조만간 나아질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하락은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IT버블 때에도 비슷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주가가 하락해도 개인 매수가 매도물량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우리 시장은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3월 이후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2조원와 8조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합치면 40조이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60조 가까운 증거금이 몰린 사실이나 50조원의 고객예탁금이 대기하고 있는 걸 보면 유동성 총량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역할이다. 청약 예치금은 주식 매수를 위한 예비 자금이 아니다. 40조에 달하는 일반매수도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큰 규모가 아니다. 시장에는 개인, 기관, 외국인 3대 주체가 있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두 주체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고 개인이 이를 매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6월 현재 시중부동자금이 1174조라고 발표했다. 해당 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금리를 인하한 3월 이후 증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6월에 20%대까지 올라왔다. 2000년 이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세 번 있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살 걸 종용했던 2014년에는 부동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1999년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산가격, 특히 주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변하면 유동성의 역할이 달라진다. 지난 3~4월처럼 주가가 빠르게 오를 때에는 돈의 공격적 성향이 강해진다. 추가 상승이 예상돼 호가를 올려서라도 주식을 사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거나 소폭 상승에 그칠 경우 수비 성향이 도드라진다. 낮은 호가에 매수를 넣어 놓고 체결을 기다리는 패턴으로 바뀌는데 이런 매매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어할 뿐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미국 경제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현재 미국 경제를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늘었지만 증가가 완만하고, 수준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낮다고 진단했다. 8월 고용지표도 긍정적이다.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140만 건 증가하며 100만건 이상의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 실업률은 8.4%로 낮아졌다. 전월 10.2%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외 모두에서 경제의 V자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팬데믹 직후 대규모 경기 부양 대책이 시행됐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는 내년 경제가 좋을 걸로 보는 기관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망이 좋지 않다. 연준은 현재 임시적인 고용불안이 시간이 지나면서 영구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미국 시장의 대형 기술주가 크게 흔들리자 주도 종목 변경을 얘기하는 사람이 늘었다. 경기 순환주가 전면에 나설 거란 전망인데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대단히 좋았던 경우를 제외하고 상승 중간에 주도 종목이 바뀐 경우가 없었다. 이 사례를 현재 시장에 적용해 보면 성장주가 하락할 경우 전체 시장의 상승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시장을 좋지 않게 보고 대응하는 게 맞다. 주가가 추가로 오른다고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은 반면 하락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될 때처럼 주가가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까지 내려온다면 하락 폭이 최대 20%까지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스닥이 이틀 동안 고점대비 10%나 하락한 걸 보면 20% 하락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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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갑자기 늘어난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나스닥이 이틀 동안 장중 10%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은 더하다. 테슬라가 3일 만에 20% 하락했고, 애플도 10% 넘게 떨어졌다.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투자자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일이 시장 내에서 발생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을 보는 눈이 둘로 나눠졌다. 대부분은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이는 6개월 넘게 계속된 상승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일 뿐 기본 토양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매도물량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데 지난주가 그 과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락이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도 나쁘지 않다. 빠른 매물 소화가 이루어졌으므로 다시 상승해 기존의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이번 하락을 통해 시장이 가지고 있던 약점이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락 이전에도 시장은 높은 주가와 저조한 기업 실적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동성이 빈틈을 메워 표시가나지 않았을 뿐 토대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주가와 펀드멘털 사이의 차이는 어떤 형태로든 줄어들게 마련인데 그 과정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우군 없는 개인투자자의 역할 줄어들 듯
일시 하락이든 구조적 약세든 관계없이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최근에 변동성이 2000년 IT버블 때보다 커졌다. 주가가 상승한 후 변동성이 커지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바닥에서 변동성 확대는 상승의 전조인 반면, 천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하락의 전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는 나스닥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시장이 우울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건 나스닥 덕분이다. 미국 경제가 괜찮으면 자국의 경제도 조만간 나아질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하락은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IT버블 때에도 비슷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주가가 하락해도 개인 매수가 매도물량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우리 시장은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3월 이후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2조원와 8조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합치면 40조이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60조 가까운 증거금이 몰린 사실이나 50조원의 고객예탁금이 대기하고 있는 걸 보면 유동성 총량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역할이다. 청약 예치금은 주식 매수를 위한 예비 자금이 아니다. 40조에 달하는 일반매수도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큰 규모가 아니다. 시장에는 개인, 기관, 외국인 3대 주체가 있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두 주체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고 개인이 이를 매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6월 현재 시중부동자금이 1174조라고 발표했다. 해당 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금리를 인하한 3월 이후 증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6월에 20%대까지 올라왔다. 2000년 이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세 번 있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살 걸 종용했던 2014년에는 부동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1999년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산가격, 특히 주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변하면 유동성의 역할이 달라진다. 지난 3~4월처럼 주가가 빠르게 오를 때에는 돈의 공격적 성향이 강해진다. 추가 상승이 예상돼 호가를 올려서라도 주식을 사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거나 소폭 상승에 그칠 경우 수비 성향이 도드라진다. 낮은 호가에 매수를 넣어 놓고 체결을 기다리는 패턴으로 바뀌는데 이런 매매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어할 뿐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시장 전망 좋지 않다’ 예상으로 전략 짜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외 모두에서 경제의 V자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팬데믹 직후 대규모 경기 부양 대책이 시행됐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는 내년 경제가 좋을 걸로 보는 기관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망이 좋지 않다. 연준은 현재 임시적인 고용불안이 시간이 지나면서 영구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미국 시장의 대형 기술주가 크게 흔들리자 주도 종목 변경을 얘기하는 사람이 늘었다. 경기 순환주가 전면에 나설 거란 전망인데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대단히 좋았던 경우를 제외하고 상승 중간에 주도 종목이 바뀐 경우가 없었다. 이 사례를 현재 시장에 적용해 보면 성장주가 하락할 경우 전체 시장의 상승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시장을 좋지 않게 보고 대응하는 게 맞다. 주가가 추가로 오른다고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은 반면 하락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될 때처럼 주가가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까지 내려온다면 하락 폭이 최대 20%까지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스닥이 이틀 동안 고점대비 10%나 하락한 걸 보면 20% 하락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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