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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LG화학 ‘물적 분할’에 뿔난 주주들] “존속법인 주식 가치 떨어질라” 우려에 분할 성사 불투명

[대림산업·LG화학 ‘물적 분할’에 뿔난 주주들] “존속법인 주식 가치 떨어질라” 우려에 분할 성사 불투명

대주주 입장에선 지배력 약화 피할 묘책… 주주설득이 관건
대림산업과 LG화학이 분사에 나서며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종 사업군을 보유한 두 회사는 주력 사업과 신성장사업의 가치를 별도로 인정받고, 향후 자본금을 모으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분할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시장 지분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회사의 분할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주주들의 불만은 ‘물적 분할’로 향한다. 기존 주주가 신성장동력을 가진 사업의 주식을 직접 갖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회계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에선 ‘지주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두 회사는 모두 분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주들의 반대여론이 커진 상황이라 이런 분할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지배회사의 지분이 낮아 우호지분만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이끌어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 ‘석유화학·배터리’ 물적 분할 배경은
지난 9월 10일 먼저 분할계획을 결의한 대림산업의 기업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 분할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다. 대림산업 이사회가 결의한 기업분할안은 건설업 회사인 디엘이앤씨(가칭)을 인적 분할해 신규 설립하고, 존속회사 디엘(가칭)의 100% 자회사로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디엘케미칼(가칭)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대림산업은 주력인 건축업 외에 석유화학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에서 창출된 이익이 석유화학 사업으로 재투자되며 이익규모가 희석된다는 지적, 미래사업 동력인 석유화학부문에만 별도로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 분리의 필요성이 대두하던 상황이었다. 사업별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했던 주주들도 기업분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분할계획이 발표된 이후 대림산업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주주들이 사업 분할 계획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증거다.

9월 17일 기업 분할을 결의한 LG화학 주주들의 불만도 같은 메커니즘에서 발생한다. LG화학도 물적 분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인 배터리사업부를 독립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최근 1년간 거침없이 올랐던 LG화학의 주가는 이 발표를 전후해 폭락했다. LG화학의 한 주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 배터리 분사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림산업과 LG화학 주주들의 불만은 결국 ‘물적 분할’로 향한다. 물적 분할이 되면 직접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모회사’의 지분가치는 낮아진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론상 물적 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이유는 없다. 모회사의 지분 보유를 통해 사업회사의 기업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할 경우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을 하면 지분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문제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다. 지주사의 주가가 사업회사 만큼의 주식을 갖지 못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마찬가지로 디엘과 LG화학이 핵심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가진다는 점에서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유사한 가치 저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실재하는지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투자 선호가 사업회사에 집중된다는 정도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고려대 교수)는 “물적 분할 이후 존속기업에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 기업은 왜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물적 분할을 선택하는 걸까. 각 회사마다 명분은 있다. 먼저 대림산업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이라는 지배회사가 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대림산업 지분은 21%에 불과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대림산업은 존속법인인 디엘이 향후 디엘이앤씨의 지분을 가져가 지주사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LG화학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간 R&D 협력을 비롯해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물적 분할을 선택한 이유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으로 본다. 두 회사는 대림케미칼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계획을 공식화 하진 않았지만 결국 물적 분할은 별도 상장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 분할을 하지 않거나, 인적 분할 상태에서 투자를 받으면 대주주의 지분이 흔들리는데, 물적 분할을 하면 존속회사를 통해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한 채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 기업의 물적 분할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신성장 동력’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지배회사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대림산업의 지분은 21.67%에 불과하다. ㈜LG도 LG화학의 지분 30.06%(의결권 33.3%) 보유에 그친다. 인적 분할을 한 상태에서 증자를 할 경우 지주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으면 지배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주주 반발에 주총 통과 미지수… ‘전자투표’ 변수로
두 회사 모두 주주 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계획대로 기업분할이 가능해진다. 기업 분할 안건은 상법상 특별 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 주식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을 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일각에선 전자투표가 두 회사의 기업분할 성사여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은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는 반면 대림산업은 전자투표제를 미실시하고 있어서다. 대림산업은 이번 분할계획을 내놓으며 경영 투명성 개선방향으로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주총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향후 추진 계획으로, 시스템 도입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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