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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로 웃은 한화, 니콜라로 운다] 사기 결론 나면 투자금회수·수소계획 차질 불가피

[니콜라로 웃은 한화, 니콜라로 운다] 사기 결론 나면 투자금회수·수소계획 차질 불가피

한화 “상황 예의 주시”… LG화학 “직접 영향 없어”
사진:니콜라
한화그룹이 난처해졌다. 2018년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가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는데, 최근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앞서 한화그룹은 니콜라가 1회 충전으로 약 1920㎞를 가는 수소전기트럭을 내겠다는 호언에 동반 성장 분위기를 탔다. 주행거리 400㎞의 현대자동차 수소전기트럭과 비교되면서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불렸고,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6월 4일) 주가가 33.75달러, 이후 79.73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투자가치도 20배가 뛰었다. 한화그룹은 “미국 시장 수소 사업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니콜라 주가는 상장 첫날에도 미치지 못한다. 9월 10일 미국의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가 대규모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담아 내놓은 ‘니콜라: 수많은 거짓말로 미국의 가장 큰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 힌덴버그는 “니콜라는 2018년 ‘니콜라 원’을 언덕에서 굴려 달리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니콜라는 반박 보고서를 냈지만 “기어박스와 배터리, 인버터는 작동했다”며 사실상 조작을 시인했다. 주가는 9월 15일 기준 32.83달러가 됐고, 최고가(종가) 대비 59% 빠졌다.
 한화솔루션 주가, 니콜라 사기 논란에 14% 하락
문제는 힌덴버그의 지적이 주행조작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 등 기술개발 담당 임직원들이 수소 분야 전문성이 없다고 전했다. 힌덴버그 조사 결과 수소 생산·인프라 담당 임원인 트래비스 밀턴은 트레버 밀턴의 남동생이며 건설 하도급업체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힌덴버그는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도 ‘거짓’이라고 봤다. 볼보 자회사인 파워셀 에이비(Powercell AB)의 수소연료전지를 받는 데 불과해서다. 힌덴버그에 따르면 파워셀 에이비는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은 허풍”이라고 전달했다.

현재 니콜라 사기 논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공이 넘어갔지만, 한화그룹은 속앓이에 빠졌다. 당장 한화솔루션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종합주가지수가 2443.58포인트를 기록해 2400선에 안착한 15일, 한화솔루션은 전날보다 3.47% 내린 4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힌덴버그가 보고서를 낸 9월 10일 이후 총 14.14%가 떨어졌다.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비상장기업인데 한화솔루션이 한화종합화학 지분 36.05%를 가진 탓이다. 한화솔루션 지분 37.25%를 가진 ㈜한화 주가도 떨어졌다.

특히 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주가 하락은 니콜라에 투자한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니콜라와 제휴를 결정하고 니콜라 지분(신주) 11%를 취득한 완성차업체 GM의 주가는 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온 9월 10일 30.17달러로 떨어졌다가 오히려 반등하고 있다. 니콜라에 투자자 겸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상용차업체 CNH 인더스트리얼 주가는 9월 10일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낙폭이 한화솔루션과는 달랐다. 9월 15일 종가 기준 CNH 인더스트리얼 주가는 7.97달러로 10일 8.34달러와 비교해 6.5% 하락한 데 그쳤다.

니콜라 사업이 사기로 결론나면 다른 기업에 비해 한화그룹의 피해가 큰 구조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GM은 니콜라가 수소차 개발을 완료할 경우 제조 설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니콜라의 지분 11%를 받았다. 니콜라의 계획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GM이 잃은 것은 크지 않은 것이다. 한화그룹은 투자 규모마저 컸다.

니콜라에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고,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수소 수전해 설비를 공급키로 한 핵심 투자자인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수소장비 생산업체 넬마저 총 4300만 달러만을 투자했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 등이 니콜라에 투자한 금액의 절반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한화그룹의 수소 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니콜라는 수소전기트럭 개발 외에 수소충전소 직접 구축 및 수소 직접 생산이란 원대한 계획을 세웠고, 한화그룹은 니콜라를 통한 수소 생태계 진입을 예정했다. 한화에너지가 투자 후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가졌다. 결국 니콜라 논란이 사기로 드러날 경우 한화그룹은 12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손실에 더해 그룹 수소사업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경영 능력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니콜라 투자에 김 부사장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초 한화그룹의 미국 현지 벤처투자 전담 조직은 북미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공통 투자 계획만을 짜두고 있었지만, 김 부사장이 니콜라에 힘을 실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외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김 부사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가며 투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재조명받는 현대차 수소연료전기 기술
이런 가운데 한화와 함께 니콜라 관련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은 큰 동요가 없는 분위기다. 한화와 달리 직접 투자한 금액이 없어서다. LG화학은 니콜라와 미국 GM 협력 발표 후 니콜라의 ‘배저’ 트럭에 GM과 LG화학이 공동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잠깐 주목받는 데 그쳤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에 GM과 오하이오주에 합작 형태로 짓고 있는 공장은 GM이 생산을 예정한 전기차 물량을 위한 생산설비 측면이 강하다”면서 “니콜라가 추후 생산할 수소전기차 배터리 공급 여부와 무관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를 개발해 왔지만, 트럭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가령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400㎞인데 5년에 한 번 연료전지를 갈아줘야 하는 제약을 갖고 있다. 여기에 니콜라는 2023년 1920㎞를 가는 수소전기트럭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트럭이 쉬운 기술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현대차도 넥쏘에 들어가는 승용차용 수소연료전지 두 개를 연결해 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 역시 투자자 입장으로 지켜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면서 “SEC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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