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뉴로티엑스 대표] ‘불면의 밤’ 재우는 ‘전자약’ 개발
[김동주 뉴로티엑스 대표] ‘불면의 밤’ 재우는 ‘전자약’ 개발
뇌공학 교수로 재직하다 창업… 신경 자극기에 인공지능 적용해 차별화 “현실에 적용하고 싶었다.”
국내 신경과학기술 기업 뉴로티엑스의 김동주 대표는 ‘뇌’만 알았고, 사업은 몰랐다. 2006년부터 뇌 손상 메커니즘 등을 연구했다. 약 14년을 영국과 캐나다, 또 한국에 있는 수술실과 연구실을 오갔다. 그에게는 의공학을 섭렵한 뇌공학 교수 타이틀이 붙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일론 머스크의 비범한 돼지 ‘거트루드’와 같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역시 그의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의 연구 성과는 현실에 닿지 않았다. 그는 “연구는 임상에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으로 넓어지는 데 결실은 논문으로만 머물렀다”고 말했다.
갈증은 추진력이 됐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강단에 섰던 고려대학교의 창업공모전에 참가했다. 연구 데이터로 확보했던 뇌 손상, 뇌 생리 신호, 의무 기록 등을 분석해 진단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아이템으로 냈다. 2014년이었고, 우승했다. 그렇게 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와 치료제라는 뜻의 테라퓨틱스(Therapeutics·Tx)를 합한 뉴로티엑스가 탄생했다. “뇌공학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며 “연구를 통해 찾은 해법으로 조금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김동주 대표를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창업 5년차에 접어든 현재 뉴로티엑스는 전자약(electroceutical) 분야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뉴로티엑스가 내놓은 전자약 오토티엑스(AutoTx)가 불안장애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뇌신경 전기 자극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전자약은 기본적으로 뇌와 연결되는 중추신경에 전기 자극 혹은 말초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서 “영국 캐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뇌를 연구해 온 만큼 전자약은 전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뉴로티엑스의 오토티엑스는 귀에 꽂는 이어폰과 목에 거는 목 마사지기 형태의 기기로 구성됐다. 손톱만 한 알약이나 캡슐을 상상했다면 틀렸다. 약이라기보다는 전자기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귀와 목에서 나오는 생체 신호를 파악한 후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엄연한 치료제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뉴로티엑스에 따르면 오토티엑스는 전기를 통해 미주신경을 자극해 노이즈 캔슬링으로 소음을 잡듯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인체는 투쟁-도피 반응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 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싸우든 도망가든 해야 할 것으로 몸이 판단해 미리 심장박동과 호흡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계가 지속적으로 과활성화하면 이는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불안장애의 증상이 긴장 지속에 따라 잠을 못 자는 수면장애인 것도 같은 이유다. 오토티엑스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심장박동 등을 늦추는 부교감신경을 강제로 활성화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자율신경계는 균형을 찾는 것으로 연구됐다. 특히 수면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
오토티엑스와 같은 전자약은 해외에서 이미 각광받고 있다. 실제 뇌공학이 현대 과학의 최전선으로 떠오르면서 뇌신경계 자극을 통한 치료제인 전자약이 의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리고 있다. 전자약은 화학 합성을 통해 주로 만들어지는 탓에 대부분 의약품에서 나타나는 신체 화학 반응 등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위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기도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나왔다.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전자약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로티엑스는 전자약 오토티엑스에 인공지능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김 대표가 천연지능인 뇌의 모방체로써 인공지능 연구 성과를 십분 발휘했다. 그는 “불안장애의 증상인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이 끝이 아니다”라면서 “오토티엑스는 생체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꾸준히 분석해 그때그때 켜고 꺼지고 자극 강도를 조절해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전자약은 일회성 성격이 짙다”면서 “전자약이 보다 나은 효능과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통해 개개인 생체 데이터 분석하고 필요에 맞게 작용하는 게 필수다”라고 했다. 오토티엑스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수면장애의 해결책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수면장애는 지난해 40대 입원 환자의 원인 질병 8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는 지난해 기준 63만7328명으로, 2015년 45만6124명에서 4년 새 40% 증가했다. 김 대표는 “수면장애는 불안장애의 증세이면서 우울증은 물론이고 비만에서 시작해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으로 번질 위험성을 높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자극의 빈도와 강도를 조절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뉴로티엑스의 오토티엑스는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2022년 상용화가 목표다. 의료기기로 출시가 아니라 진정한 약이 되고 싶어서다. 김동주 대표는 “불안장애에 따른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진짜 약이 되고 싶다”면서 “단순 의료기기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선 안전성 검사만 거치면 되지만, 임상시험을 거쳐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승인까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약품의 층위에서 신뢰를 얻어야 불안장애 환자들을 위한 작은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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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경과학기술 기업 뉴로티엑스의 김동주 대표는 ‘뇌’만 알았고, 사업은 몰랐다. 2006년부터 뇌 손상 메커니즘 등을 연구했다. 약 14년을 영국과 캐나다, 또 한국에 있는 수술실과 연구실을 오갔다. 그에게는 의공학을 섭렵한 뇌공학 교수 타이틀이 붙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일론 머스크의 비범한 돼지 ‘거트루드’와 같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역시 그의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의 연구 성과는 현실에 닿지 않았다. 그는 “연구는 임상에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으로 넓어지는 데 결실은 논문으로만 머물렀다”고 말했다.
갈증은 추진력이 됐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강단에 섰던 고려대학교의 창업공모전에 참가했다. 연구 데이터로 확보했던 뇌 손상, 뇌 생리 신호, 의무 기록 등을 분석해 진단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아이템으로 냈다. 2014년이었고, 우승했다. 그렇게 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와 치료제라는 뜻의 테라퓨틱스(Therapeutics·Tx)를 합한 뉴로티엑스가 탄생했다. “뇌공학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며 “연구를 통해 찾은 해법으로 조금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김동주 대표를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귀와 목 전기신호로 안정 유도
뉴로티엑스의 오토티엑스는 귀에 꽂는 이어폰과 목에 거는 목 마사지기 형태의 기기로 구성됐다. 손톱만 한 알약이나 캡슐을 상상했다면 틀렸다. 약이라기보다는 전자기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귀와 목에서 나오는 생체 신호를 파악한 후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엄연한 치료제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뉴로티엑스에 따르면 오토티엑스는 전기를 통해 미주신경을 자극해 노이즈 캔슬링으로 소음을 잡듯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인체는 투쟁-도피 반응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 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싸우든 도망가든 해야 할 것으로 몸이 판단해 미리 심장박동과 호흡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계가 지속적으로 과활성화하면 이는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불안장애의 증상이 긴장 지속에 따라 잠을 못 자는 수면장애인 것도 같은 이유다. 오토티엑스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심장박동 등을 늦추는 부교감신경을 강제로 활성화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자율신경계는 균형을 찾는 것으로 연구됐다. 특히 수면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
오토티엑스와 같은 전자약은 해외에서 이미 각광받고 있다. 실제 뇌공학이 현대 과학의 최전선으로 떠오르면서 뇌신경계 자극을 통한 치료제인 전자약이 의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리고 있다. 전자약은 화학 합성을 통해 주로 만들어지는 탓에 대부분 의약품에서 나타나는 신체 화학 반응 등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위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기도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나왔다.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전자약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로티엑스는 전자약 오토티엑스에 인공지능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김 대표가 천연지능인 뇌의 모방체로써 인공지능 연구 성과를 십분 발휘했다. 그는 “불안장애의 증상인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이 끝이 아니다”라면서 “오토티엑스는 생체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꾸준히 분석해 그때그때 켜고 꺼지고 자극 강도를 조절해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전자약은 일회성 성격이 짙다”면서 “전자약이 보다 나은 효능과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통해 개개인 생체 데이터 분석하고 필요에 맞게 작용하는 게 필수다”라고 했다.
수면장애 해결책이자 처방약 목표
다만 뉴로티엑스의 오토티엑스는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2022년 상용화가 목표다. 의료기기로 출시가 아니라 진정한 약이 되고 싶어서다. 김동주 대표는 “불안장애에 따른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진짜 약이 되고 싶다”면서 “단순 의료기기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선 안전성 검사만 거치면 되지만, 임상시험을 거쳐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승인까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약품의 층위에서 신뢰를 얻어야 불안장애 환자들을 위한 작은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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