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최운열에게 증권 정책을 묻다] “폭탄 돌리기 피해 막으려면, 공모시장 활성화해야”
[‘경제통’ 최운열에게 증권 정책을 묻다] “폭탄 돌리기 피해 막으려면, 공모시장 활성화해야”
정보 비대칭, 개인이 시장 대응 어려워… 공매도·대주주 요건 강화해야 자본시장 선진화 전 국민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정치권도 표심·민심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권 정책을 꾸리고 있다. 이에 원로 경제학자이자 여당 측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여당에 쓴소리했다.
공매도와 대주주요건 강화처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데 청와대 수석 간에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 중심의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한국금융학회·증권학회 회장을 맡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한 국내 최고 금융·증권 권위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지난 20대 국회에 입성해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을 역임했다.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몰리는 이유는.
“투자수익률 때문이다. 시중에 1400조원 달하는 유동성이 풀렸고, 언제든 수익률이 좋은 자산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자금이 그간 부동산으로 몰렸는데 LTV(담보인 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강해지자 가장 가까운 주식 시장으로 옮아갔다. 시중 유동성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 가는 것보다 생산 금융인 증권시장으로 이동하는 순기능이 있다. 과거 개인은 정보의 수집·분석 능력이 떨어져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보가 공개돼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은행·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시장이 과열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으로 결국 기관·외국인이 개인에 손실을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단기적으론 개인들의 수익률이 기관·외국인을 압도하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1~2년 평균으로 보면 개인이 우월해졌다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실증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패턴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란 확신은 안 선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에 정보 수집 능력의 비대칭은 여전히 크다.”
공매도 금지가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주식을 빌리는 행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기능적으론 같다. 시장에 하락 기대심리가 커지거나 실제 하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주가조작 세력이 공매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시가총액이 큰 회사는 주가 하락을 완충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는 시세조종 가능성이 매우 크다. 100억~200억원 규모 자금으로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큰 기업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공매도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최초에는 큰 회사 5개만 공매도가 가능했다.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시총이 작은 회사에는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
2013년 시총 4조원에 달하는 셀트리온도 공매도 세력에 당하지 않았나.
“외국인이 힘을 모아 공매도로 대형 종목 주가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겐 장점이 없는 제도 아닌가.
“세계 10대 경제 규모의 증권시장에는 모두 공매도가 존재한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200년이 넘었음에도 해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개인보다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아서다. 해외의 경우 거래량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이 20% 안팎인데, 한국은 70%에 달한다. 해외에선 기관 중심으로 움직여 공매도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공매도 혜택을 간접적으로 나눠주는 셈이다.”
국내 개인들이 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니 직접 투자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공모펀드 시장이 제 역할을 못 했고, 기관을 불신하고 직접투자하는 기류가 있다. 시장의 구조가 해외와 달라 생긴 이슈다. 개인이 기관을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시장의 긴 역사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이 믿고 투자하려면 기관이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나.
“과거 자산운용사 대표들에게 책임이 크다고 지적을 많이 했다. 개인들에게 정보 격차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 손실을 회피하려면 간접투자를 하라고 장려하지만, 현상적으로 많은 투자자가 간접투자의 수혜를 보지 못했다. 펀드가 연 5~6%의 수익률만 꾸준히 내도 신뢰가 생겼을 텐데 지난 10~20년간 간접투자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기관은 원칙에 따라 개인들의 기대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
정치권·금융당국이 다시 공매도를 허용할 것이라고 보나.
“정치권에서 공매도의 기능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공매도를 허용하면 주가가 내려간다든가 오를 주식도 하락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주가를 떨어트리지 못할 기업에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기관이 개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국회의원 시절 이해찬 당 대표에게 증권업계 의견을 청취할 것을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집권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한 바 있다. 증권사 대표 20여명과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증권거래 과세를 폐지해 자본투자를 활성화하고, 소득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세금을 매기자는 취지다. 세무당국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슈를 집권당 대표가 움직임으로써 거래세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대주주 요건 강화도 양도소득세 확대 위한 조치였나.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을 하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차익세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시세차익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2억원을 투자해 25% 상승해야 발생하는 이익 규모인데, 실질적으로 이 정도 투자금과 이익을 보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오해를 많이 샀다. 대주주 요건을 다시 10억원으로 후퇴할 게 아니라 기존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야 했다.”
국민들은 증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원칙적으로 2023년까지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로 간다. 최초 세무당국은 반대했다. 거래세를 연 8조원 걷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론 세수가 감소할지 모르지만, 자본시장을 통해 생산금융이 활성화되면 경제가 활성화돼 법인세가 늘 것이다.”
거래세 철폐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0.15%의 농특세(농어촌특별세)만 남았다. 증권거래 농특세는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영향으로 농민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엔 주식 투자는 부유한 사람들만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았다.”
대출 규제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명분과 이상만 갖고 추진해선 안 된다. 시장의 현황은 모른 채 효과만 기대하는 정책은 부작용만 생긴다. 시장의 대출 수요를 무시하고 강제로 규제해선 안 된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겸손한 자세로 최상의 효과가 나오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시장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하며,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려야 한다.”
선의의 정책도 부처 간 협의 거치면 누더기가 되는데.
“과거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경제 문제가 모두 이어져 5명의 수석이 이견을 조율한다. 각자의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와 각 부처 장관들은 집값 안정이란 순수한 목표로 시작했지만, 분양가를 제한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LTV·DTI 강화로 이어졌다. 이는 분양 시장에서 소외된 30대 젊은이들의 아파트 매입까지 가로막다.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주택도 결국 주변 아파트 시세를 추종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이 또 돈을 버는 결과로 이어진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책 후과를 모두 조율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국토부 주장이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협조가 필요하다.”
협조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해야 할 일이다. 모든 정책을 관장하는 자리다. 다방면에 경험이 많고 지식이 풍부해야 하며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할 수 없는 자리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평생 재벌개혁에 헌신한 최고 전문가지만 국정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을까에 대해 의문은 든다.”
모든 책임을 청와대 정책실에만 물을 수 있나.
“국민은 정보 접근의 기회가 적어 단편적인 생각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 판단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비해 국가 정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하고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필요한 정책은 추진해야 한다. 여론이 나쁘더라도 솔직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며 시류에 흔들려선 안 된다. 정치 리더십은 여론을 선도해야지 추종해선 안 된다.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주가 그래프가 지지율과 오버랩 돼 보일 텐데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흐름에 관심을 두면 큰 흐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주가는 매일 바뀐다. 정치인들이 구체적 의사 표명은 역기능이 더욱 크다. 주가 발언을 자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이 주가지수를 언급한 것은 참모들의 시행착오다.”
현재 주가 수준은 적절한가.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은 2007년을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을 증시에 반영하면 3600 정도가 돼야 적정하다. 오랜 기간 2000선에서 등락했기 때문에 최근 가파르게 오르긴 했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간 선진국 증시는 우상향했는데,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책임이 크다. 연 5~6%의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했다면 시장 전체 수익률도 이에 수렴했을 것이다. 평균 수익률을 달성하도록 상품을 개발하는 게 공모펀드의 역할이다. 공모펀드가 제 역할을 못 하니 사모펀드가 성행한 측면도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가치주 영역이라 증시 저평가는 당연한 일 아닌가.
“한국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이 상승 국면에 9배였던데 비해 선진국은 14~15배에 달했다. 한국의 PER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PER은 15배 수준인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은 19배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은 안보 이슈와 지배구조 리스크가 있어 상당히 저평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안정적이며, 제조업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경제성장률 방어에 성공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증시의 제도적 후진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금융산업이 성장할 잠재력이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를 정점으로 지난 10년간 후퇴했다. 금융은 제조업과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홍콩 사태 이후 발생한 동북아 금융 리더십 공백을 한국이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 서울을 경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표심을 의식해 기능을 분산하려고만 하는데, 금융은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부산은 선박·해양 금융과 파생상품에 특화하고 그 외 기능은 서울에 집중시켜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개인이 증권 시장에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올리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를 접하고 움직이면 늦고, 정보 수집에 한발 앞서야 한다. 이런 개인기는 기관이 보완할 수 있다. 기관을 믿고 힘을 모으면 자본시장이 성장할 것이고, 아니면 모두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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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와 대주주요건 강화처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데 청와대 수석 간에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 중심의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한국금융학회·증권학회 회장을 맡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한 국내 최고 금융·증권 권위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지난 20대 국회에 입성해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을 역임했다.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몰리는 이유는.
“투자수익률 때문이다. 시중에 1400조원 달하는 유동성이 풀렸고, 언제든 수익률이 좋은 자산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자금이 그간 부동산으로 몰렸는데 LTV(담보인 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강해지자 가장 가까운 주식 시장으로 옮아갔다. 시중 유동성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 가는 것보다 생산 금융인 증권시장으로 이동하는 순기능이 있다. 과거 개인은 정보의 수집·분석 능력이 떨어져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보가 공개돼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은행·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시장이 과열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으로 결국 기관·외국인이 개인에 손실을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단기적으론 개인들의 수익률이 기관·외국인을 압도하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1~2년 평균으로 보면 개인이 우월해졌다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실증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패턴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란 확신은 안 선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에 정보 수집 능력의 비대칭은 여전히 크다.”
유동성 공급 등 공매도 순기능 간과해선 안돼
공매도 금지가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주식을 빌리는 행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기능적으론 같다. 시장에 하락 기대심리가 커지거나 실제 하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주가조작 세력이 공매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시가총액이 큰 회사는 주가 하락을 완충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는 시세조종 가능성이 매우 크다. 100억~200억원 규모 자금으로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큰 기업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공매도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최초에는 큰 회사 5개만 공매도가 가능했다.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시총이 작은 회사에는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
2013년 시총 4조원에 달하는 셀트리온도 공매도 세력에 당하지 않았나.
“외국인이 힘을 모아 공매도로 대형 종목 주가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겐 장점이 없는 제도 아닌가.
“세계 10대 경제 규모의 증권시장에는 모두 공매도가 존재한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200년이 넘었음에도 해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개인보다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아서다. 해외의 경우 거래량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이 20% 안팎인데, 한국은 70%에 달한다. 해외에선 기관 중심으로 움직여 공매도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공매도 혜택을 간접적으로 나눠주는 셈이다.”
국내 개인들이 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니 직접 투자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공모펀드 시장이 제 역할을 못 했고, 기관을 불신하고 직접투자하는 기류가 있다. 시장의 구조가 해외와 달라 생긴 이슈다. 개인이 기관을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시장의 긴 역사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이 믿고 투자하려면 기관이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나.
“과거 자산운용사 대표들에게 책임이 크다고 지적을 많이 했다. 개인들에게 정보 격차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 손실을 회피하려면 간접투자를 하라고 장려하지만, 현상적으로 많은 투자자가 간접투자의 수혜를 보지 못했다. 펀드가 연 5~6%의 수익률만 꾸준히 내도 신뢰가 생겼을 텐데 지난 10~20년간 간접투자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기관은 원칙에 따라 개인들의 기대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
정치권·금융당국이 다시 공매도를 허용할 것이라고 보나.
“정치권에서 공매도의 기능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공매도를 허용하면 주가가 내려간다든가 오를 주식도 하락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주가를 떨어트리지 못할 기업에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기관이 개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국회의원 시절 이해찬 당 대표에게 증권업계 의견을 청취할 것을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집권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한 바 있다. 증권사 대표 20여명과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증권거래 과세를 폐지해 자본투자를 활성화하고, 소득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세금을 매기자는 취지다. 세무당국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슈를 집권당 대표가 움직임으로써 거래세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정부 필요한 정책 있으며 설득 통해 추진해야”
대주주 요건 강화도 양도소득세 확대 위한 조치였나.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을 하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차익세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시세차익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2억원을 투자해 25% 상승해야 발생하는 이익 규모인데, 실질적으로 이 정도 투자금과 이익을 보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오해를 많이 샀다. 대주주 요건을 다시 10억원으로 후퇴할 게 아니라 기존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야 했다.”
국민들은 증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원칙적으로 2023년까지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로 간다. 최초 세무당국은 반대했다. 거래세를 연 8조원 걷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론 세수가 감소할지 모르지만, 자본시장을 통해 생산금융이 활성화되면 경제가 활성화돼 법인세가 늘 것이다.”
거래세 철폐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0.15%의 농특세(농어촌특별세)만 남았다. 증권거래 농특세는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영향으로 농민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엔 주식 투자는 부유한 사람들만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았다.”
대출 규제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명분과 이상만 갖고 추진해선 안 된다. 시장의 현황은 모른 채 효과만 기대하는 정책은 부작용만 생긴다. 시장의 대출 수요를 무시하고 강제로 규제해선 안 된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겸손한 자세로 최상의 효과가 나오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시장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하며,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려야 한다.”
선의의 정책도 부처 간 협의 거치면 누더기가 되는데.
“과거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경제 문제가 모두 이어져 5명의 수석이 이견을 조율한다. 각자의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와 각 부처 장관들은 집값 안정이란 순수한 목표로 시작했지만, 분양가를 제한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LTV·DTI 강화로 이어졌다. 이는 분양 시장에서 소외된 30대 젊은이들의 아파트 매입까지 가로막다.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주택도 결국 주변 아파트 시세를 추종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이 또 돈을 버는 결과로 이어진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책 후과를 모두 조율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국토부 주장이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협조가 필요하다.”
주가 수준은 3600 정도가 적정, 결코 안 높아
협조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해야 할 일이다. 모든 정책을 관장하는 자리다. 다방면에 경험이 많고 지식이 풍부해야 하며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할 수 없는 자리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평생 재벌개혁에 헌신한 최고 전문가지만 국정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을까에 대해 의문은 든다.”
모든 책임을 청와대 정책실에만 물을 수 있나.
“국민은 정보 접근의 기회가 적어 단편적인 생각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 판단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비해 국가 정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하고 여론이 불리하더라도 필요한 정책은 추진해야 한다. 여론이 나쁘더라도 솔직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며 시류에 흔들려선 안 된다. 정치 리더십은 여론을 선도해야지 추종해선 안 된다.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주가 그래프가 지지율과 오버랩 돼 보일 텐데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흐름에 관심을 두면 큰 흐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주가는 매일 바뀐다. 정치인들이 구체적 의사 표명은 역기능이 더욱 크다. 주가 발언을 자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이 주가지수를 언급한 것은 참모들의 시행착오다.”
현재 주가 수준은 적절한가.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은 2007년을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을 증시에 반영하면 3600 정도가 돼야 적정하다. 오랜 기간 2000선에서 등락했기 때문에 최근 가파르게 오르긴 했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간 선진국 증시는 우상향했는데,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책임이 크다. 연 5~6%의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했다면 시장 전체 수익률도 이에 수렴했을 것이다. 평균 수익률을 달성하도록 상품을 개발하는 게 공모펀드의 역할이다. 공모펀드가 제 역할을 못 하니 사모펀드가 성행한 측면도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가치주 영역이라 증시 저평가는 당연한 일 아닌가.
“한국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이 상승 국면에 9배였던데 비해 선진국은 14~15배에 달했다. 한국의 PER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PER은 15배 수준인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은 19배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은 안보 이슈와 지배구조 리스크가 있어 상당히 저평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안정적이며, 제조업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경제성장률 방어에 성공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증시의 제도적 후진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금융산업이 성장할 잠재력이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를 정점으로 지난 10년간 후퇴했다. 금융은 제조업과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홍콩 사태 이후 발생한 동북아 금융 리더십 공백을 한국이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 서울을 경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표심을 의식해 기능을 분산하려고만 하는데, 금융은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부산은 선박·해양 금융과 파생상품에 특화하고 그 외 기능은 서울에 집중시켜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개인이 증권 시장에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올리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를 접하고 움직이면 늦고, 정보 수집에 한발 앞서야 한다. 이런 개인기는 기관이 보완할 수 있다. 기관을 믿고 힘을 모으면 자본시장이 성장할 것이고, 아니면 모두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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