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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자체 SW 밀어내는 빅테크의 OS 車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노린다

[애플카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자체 SW 밀어내는 빅테크의 OS 車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노린다

선택 요구받는 완성차… 자체 OS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폴스타2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사진:폴스타
짐 팔리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포드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와 볼보, 르노-닛산-미쓰비시, PSA 등이 이보다 앞서 구글과의 협력을 선언한 바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이들의 움직임이 최근 설이 난무하는 ‘애플카’ 만큼이나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사건으로 본다.
 자동차서 펼쳐지는 OS 경쟁
모바일 시대를 이끈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은 자동차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이들의 연구개발은 다방면에서 진행됐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운영체제(OS)다. 애플은 2014년 카플레이를, 구글은 2015년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유선 혹은 무선으로 자동차 IVI(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n Vehicle Infortainment)에 연결하면 가장 익숙한 스마트폰의 OS를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다. 6~7년 새 이들의 보급은 크게 늘었고, 현재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는 대부분 차에서 이들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차량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다양한 주체의 참여로 이용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한국에선 기존 카플레이에만 탑재됐던 T맵이 최근 안드로이드 오토에 참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제 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되는 자동차는 순정 스크린을 통해 T맵의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일부 브랜드의 신차는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나타나는 T맵 내비게이션이 차량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도 연동된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자동차 IVI에 침투한 애플과 구글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는 모바일OS를 자동차로 확장했다면 이젠 자동차 자체의 OS를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상징하는 게 최근 화제가 되는 ‘애플카’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고 했지만 애플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애플이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려는 욕구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애플카의 정체가 어떤 것일지도 확실치 않다. 테슬라와 같은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만 각 제조사가 만든 차에 애플의 OS를 입힌 차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떤 방향이 됐건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애플의 OS가 탑재된 스마트카’다. “애플의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 생태계 확대의 최 첨병”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서 말하는 OS는 기존에 사용하던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차이가 있다. 자동차의 시동을 켜면 실행되는 기본 OS이기 때문이다. 얼핏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이 OS가 다루는 범위는 기존보다 포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카플레이가 내비게이션과 음악 감상 등 ‘인포테인먼트’에 한정된다면 애플이 만들 ‘애플카’에 탑재되는 OS는 훨씬 폭넓게 자동차 전체를 관장하는 ‘통합제어’의 방향으로 개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는 현재 테슬라 자동차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테슬라는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차량 내 전자장치 구동과 제어를 하나의 OS가 담당한다.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고도 SW 업데이트를 받아 자동차의 성능을 개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애플카’의 위협에서 완성차 회사들은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자체 개발하는 OS로 애플카에 맞설 수 있을까. 글로벌 일부 완성차 회사는 해답을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에서 찾고 있다. 최근 포드의 ‘구글 협력’ 선언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포드와 구글이 선언한 협업의 핵심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한 OS를 탑재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모바일 OS를 차량으로 확장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달리 차량에 내장되는 OS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OS를 설계하기 위한 오픈 소스다. OS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완성차 회사라면 이를 이용해 아주 쉽게 현재보다 훨씬 더 사용자 친화적인 자동차용 OS를 만들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이 OS를 기반으로 열린 생태계를 추구한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된 ‘폴스타2’에 적용된 게 처음이다. 폴스타는 지리자동차-볼보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이자 모델명이다. 해외 매체의 리뷰에 언급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장점은 대부분 사용자 환경(UI)에 관한 것이며,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한 음성제어가 가능하단 점 정도다.

인상 깊은 건 볼보가 최근 개방형 포털을 구축하고 다양한 회사들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차량용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자동차용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소비자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내에서 이 앱을 다운받아 차량에 적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실제 폴스타2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주차 앱 ‘이지파크(easy park)’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 내장 앱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자동차가 주차공간을 나서면 자동으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앱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해진다. 미래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전기화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볼보의 개방형 포털은 차량의 라이다 데이터 세트도 제공해 자율주행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결국 안드로이드는 OS를 통해 미래차 ‘시장’ 자체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것이다.
 선택지 선 기업들… 자체개발 OS 가능성은?
애플카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만드는 미래 자동차 생태계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완성차 브랜드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애플카와 관련해선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일부 완성차 브랜드가 언급되고 있고, 포드와 볼보 등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에 이미 올라탄 상황이다. 물론 무엇이 옳은 노선인지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애플과의 협력 기회는 제한적이고, 자동차의 OS는 스마트폰보다 보안과 안전이 훨씬 중요한 만큼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생태계가 자동차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에 여전히 OS 자체개발이라는 노선은 유효한 선택지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엔비디아와 협력해 2022년부터 출시하는 차량에 자체 개발 OS인 ‘ccOS’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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