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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현모, ‘탈통신’ 선언했지만] 실적 부진에, ‘디지코 KT’는 엇갈린 평가

[KT 구현모, ‘탈통신’ 선언했지만] 실적 부진에, ‘디지코 KT’는 엇갈린 평가

매출 감소·통신업 부진·사업 재편 진통… 사내선 ‘탈KT’ 분위기도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KT가 모처럼 신바람 나는 봄을 보내고 있다. 미디어 콘텐트 사업 확장을 앞두고 주가가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8일 2만3600원까지 떨어졌던 KT의 주가는 4월 현재 2만8000원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곧 주당 3만원을 넘어설 기세다.

최근 KT는 신설 콘텐트 법인 ‘KT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트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OTT 시장의 선두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트를 제작해 시장을 선점했는데, 같은 전략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수천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당장 올해 3분기 중 첫번째 작품을 선보인다.

OTT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더욱더 가팔라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0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가 1100억 달러(약 124조원)로 2019년(930억 달러)보다 18.2%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시장 전망은 141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으니 KT의 주가가 들썩이는 건 당연했다.

통신기업 KT는 지난해부터 이런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KT는 이를 ‘디지코’란 경영 슬로건에 함축했다. ‘통신기업(텔코·Telco)’에서 ‘디지털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성장이 멈춘 통신업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신사업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콘텐트 비즈니스 역시 이 회사가 내세우는 여러 신사업 중 하나다. 구현모 KT 사장은 “미디어는 ‘디지코 KT’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이라면서 “KT그룹의 역량을 미디어 콘텐트에 집결해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핏 KT의 디지코 전략은 순항하는 듯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AI·디지털 전환(DX) 사업 부문에서 5507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4972억원) 대비 10.7%나 성장한 실적이다. 이 사업은 디지코 전략의 핵심 중 하나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공략 중인 시장이기도 하다.
 KT의 탈통신 슬로건 ‘디지코’
그런데 전체 실적으로 넓혀보면 디지코 KT의 성과가 불분명해진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매출은 23조9166억원으로 1.7% 줄었다. 당초 매출 목표로 세웠던 ‘25조원 달성’에도 실패했다. KT의 부진한 실적은 경쟁사와 견줘보면 더 돋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9%, 8.3% 증가했다.

KT는 매출 감소 이유를 ‘금융·부동산 계열사의 부진’으로 설명했다. KT는 부동산 관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운영 중이다. 공기업 시절 사용하던 전화국 주변 토지·건물 등 유휴부지가 대상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매출이 2019년 4852억원에서 2020년 3644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넘게 이어온 팬데믹 때문에 부동산 공실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 계열사 BC카드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오프라인 가맹점 사용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본업이 아닌 일부 계열사의 일시적인 부진인 만큼, 금세 실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KT의 본업인 이동통신업의 경쟁력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2890만2965명에서 올해 2월 2936만1406명으로 가입자 수를 늘렸고,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1428만4074명→1478만587명) 성장세를 보였는데, KT만 줄었다. 1826만8420명에서 1741만4392명으로 감소 폭(-4.6%)도 적지 않다.

번호이동 실적에서도 KT의 흔들리는 입지가 잘 드러난다. 지난해 KT로 번호이동을 꾀한 국민의 숫자는 117만6371명이었다. SK텔레콤(167만3832명), LG유플러스(131만6061명), 알뜰폰 사업자(119만3017명) 가운데 가장 낮은 실적이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반등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올해 2월 누적 번호이동 실적은 알뜰폰(29만5228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SK텔레콤(21만3684명), LG유플러스(16만1606명) 등의 순이었다. KT(15만8811명)는 또 꼴찌였다.
 이통3사 중 유일하게 무선 가입자 감소
일부에선 신사업 성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령 KT가 자랑하는 ‘DX·AI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매출 볼륨이 24조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 AI나 클라우드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KT가 해외에서도 통할만 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KT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KT의 불안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고 2년째 결론이 나지 않았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의 수사가 재개될 조짐이라서다. KT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으로 19·20대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19년 1월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영화된 공기업’ 또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며 정치 권력에 흔들리던 KT가 또다시 사법 리스크와 마주하게 된 셈이다. 특히 현 CEO인 구현모 KT 사장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문제는 가볍지 않다.

성장 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의 진통도 뚜렷하다. KT는 지난 1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무전기 서비스 업체 KT파워텔의 매각을 기습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은 곧바로 KT파워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KT가 비주력 계열사를 타깃으로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추진 중인 만큼, 비슷한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손일곤 KT새노조 위원장은 “IT 업계가 릴레이 연봉 인상을 통해 경쟁적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정작 KT는 뿌리 깊은 관료 문화에 절망하고 기업을 떠날 궁리를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KT 직원 커뮤니티에선 탈통신이 아닌 ‘탈KT’가 화두가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T의 직원은 2019년 말 2만3372명에서 2만2720명으로 감소했다. 디지코 KT의 순항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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