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백신 vs 코로나 마케팅…논란의 ‘남양유업’
국내 증시에서 대표 ‘은둔기업’으로 꼽히던 남양유업이 돌연 주목받고 있다. 14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17.11% 뛰어오른 44만5000원에 시작해 장 초반 한때 48만9000원까지 치솟아 상한가에 근접했다. 오전 내내 40만원 선에서 움직이다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며 전날보다 5.13% 내린 3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평소 2000주 수준이던 남양유업 거래량은 이날 20만주를 넘어섰다. 롤러코스터를 탄 남양유업 주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배경은 이렇다.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다.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소장은 전날(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
남양유업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박 소장은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 백신, 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와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 결과 발표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이 ‘불가리스=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제’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이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가 오름세를 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선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보가 업계나 소비자, 투자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우선 연구소 자체의 신뢰성이다.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가 독립적인 기관이 아닌 남양유업의 산하기관인데다 발표를 진행한 박 소장 역시 남양유업의 임원이면서 남양유업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일각에서 셀프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험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방식이 손소독제 실험과 같이 균을 놓고 살균제를 뿌렸을 때 균이 죽는 과정을 실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통제 변수도 확실치 않아 유의미한 발표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테스트 방식으론 소주를 붓더라도 균이 사멸되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것은 이 방식으로 균이 없어졌다가 아니라 인체에 들어가서 효과가 있는지 여부인데 그것을 알 수 없는 연구”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통상적으로 제약사가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때 진행하는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임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불가리스에 바이러스가 직접 노출 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마실 때도 치료제처럼 사용된다는 것인 지가 불분명하다. 개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 등 일부 동물세포 숙주를 사용한 것 역시 사람에 대한 효과로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놨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남양유업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번 연구 결과를 알리면서 투자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임상시험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한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밖으로 나오면 다 죽는데 일정기간 임상시험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회사가 이런 발표를 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추후 주가추이를 지켜보고 불공정거래가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발효유 제품에 대한 성과 발표로 코로나와 관련된 마케팅적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식품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전달하는 심포지엄으로 인체에 효능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며 “현재 세포실험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고 동물실험단계를 준비 중에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양유업 주가와 관련해서는 “지금 하향세를 타고 있는데 (주식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불충분한 연구를 토대로 이뤄진 발표 탓에 투자자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 속에서도 불가리스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지에스(GS)25와 씨유(CU)에 따르면 불가리스 매출이 전주(4월6일)보다 각각 68.8%, 43.4% 늘어났다. 전날(13일)보다도 89.5%, 47.9% 증가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이런식으로 코로나 마케팅을 하냐”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선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먹어보자”는 호기심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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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가 ‘코로나 백신’ 이라고?
배경은 이렇다.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다.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소장은 전날(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
남양유업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박 소장은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 백신, 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와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개‧원숭이가 숙주… 손소독제 테스트 방식과 동일
해당 연구 결과 발표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이 ‘불가리스=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제’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이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가 오름세를 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선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보가 업계나 소비자, 투자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우선 연구소 자체의 신뢰성이다.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가 독립적인 기관이 아닌 남양유업의 산하기관인데다 발표를 진행한 박 소장 역시 남양유업의 임원이면서 남양유업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일각에서 셀프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험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방식이 손소독제 실험과 같이 균을 놓고 살균제를 뿌렸을 때 균이 죽는 과정을 실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통제 변수도 확실치 않아 유의미한 발표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테스트 방식으론 소주를 붓더라도 균이 사멸되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것은 이 방식으로 균이 없어졌다가 아니라 인체에 들어가서 효과가 있는지 여부인데 그것을 알 수 없는 연구”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통상적으로 제약사가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때 진행하는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임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불가리스에 바이러스가 직접 노출 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마실 때도 치료제처럼 사용된다는 것인 지가 불분명하다. 개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 등 일부 동물세포 숙주를 사용한 것 역시 사람에 대한 효과로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람에 대한 효과는… 불공정거래 가능성↑
질병관리청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놨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남양유업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번 연구 결과를 알리면서 투자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임상시험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한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밖으로 나오면 다 죽는데 일정기간 임상시험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회사가 이런 발표를 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추후 주가추이를 지켜보고 불공정거래가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할 것”…불가리스는 품절사태?
남양유업 측은 발효유 제품에 대한 성과 발표로 코로나와 관련된 마케팅적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식품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전달하는 심포지엄으로 인체에 효능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며 “현재 세포실험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고 동물실험단계를 준비 중에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양유업 주가와 관련해서는 “지금 하향세를 타고 있는데 (주식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불충분한 연구를 토대로 이뤄진 발표 탓에 투자자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 속에서도 불가리스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지에스(GS)25와 씨유(CU)에 따르면 불가리스 매출이 전주(4월6일)보다 각각 68.8%, 43.4% 늘어났다. 전날(13일)보다도 89.5%, 47.9% 증가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이런식으로 코로나 마케팅을 하냐”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선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먹어보자”는 호기심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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