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꿈꾸는 반도체 자립, '미국 견제 이겨낼까'
지난해 반도체 장비에만 21조 투자해 장비 매출 세계 1위 달성
중국이 반도체 장비 분야 최대 시장으로 올라섰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을 선언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 역시 반도체 장비 수입에 열을 올리며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에 전년 보다 39% 증가한 187억2000만 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장비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장비 거래액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사슬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 만큼,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에 전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선 지 10~20년이 흘러, 이미 핵심 공정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에 숙련된 중국인 기술자들이 많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중국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자국으로 들어와 설계와 미세 공정 기술 등을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등까지 감안하면 예상보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2015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반도체 굴기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 남짓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은 지난해 9월 무기 개발 등에 사용한 혐의가 있다며 미국 업체들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술력은 한국이나 대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대만처럼 10nm(나노미터) 이하 급의 미세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장비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심하긴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는 올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 구매 계약을 연장했다.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 SMIC가 미 상무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계약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ASML은 첨단 노광장비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해 세계 반도체 공급사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다만 ASML이 SMIC에 공급하는 장비는 최첨단 미세 공정을 제외한 일반 공정 분야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반도체 장비 기업 매출, 30~40% 증가할 듯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은 711억9000만 달러(약 8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종전 반도체 장비 매출 1위였던 대만은 지난해에만 반도체 장비에 20조원을 썼다. 한국은 지난해 반도체 장비에 2019년보다 61% 증가한 18조433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예고한 만큼, 올해 반도체 장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 업계 투자 재개와 기저 효과로 2021년 대다수 반도체 장비 업체 매출은 30~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부문에 133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122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만 TSMC 역시 올해에만 설비투자에 31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설비 투자액 대비 63% 늘어난 수치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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