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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상 최고 12조원 상속세 납부·4조원대 사회 환원한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26조원 재산, 절반이 세금으로
유족 "이건희 회장 정신 계승해 사회 환원 지속"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한다. 상속세 납부액은 12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더하면 상속재산은 총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재산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셈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2026년까지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연부연납을 하더라도 당장 이달 30일까지 2조원 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유족들은 지난해 받은 삼성전자 특별 배당금 1조 3079억원을 이달 말 상속세 납부에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후에는 유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신용 대출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3조원대 미술품·7000억원 의료 공헌...사회 환원에 4조원 쓴다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7년 호암갤러리에서 ‘조선전기국보전’을 관람하는 모습.
 
삼성일가는 12조원 이상의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할 방침이다.
 
의료 공헌 측면에서 감염병 대응,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먼저 유족들은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을 기부할 방침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다.
 
이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된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유족들은 기부금을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하고,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투입하는 금액은 3000억원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며,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한다.
 
세부적으로는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6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900억원이 투입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란 게 삼성그룹 측의 설명이다.
 
유족들이 이같은 사회환원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란 게 삼성그룹 측의 설명이다.
 

국보 포함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은 기록적인 금액의 상속세 납부와 기부 뿐 아니라 한국 예술계에도 큰 공헌을 한다.
 
28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유족들은 이 회장이 소유했던 고미술품과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등을 기증하기로 했다.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 대상이며, 이 중에는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됐다.
 
유족들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작품 중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를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이 있다.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유족들의 기증으로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라며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들뿐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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