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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재활치료 한다, ‘1호 디지털치료제’ 각축전

27일 호흡 재활 치료제 임상 신청
모바일 앱 바탕 ‘디지털 치료제’
19년 ‘뉴냅비전’에 이에 두 번째

 
 
라이프시맨틱스가 개발한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 호흡기질환자의 호흡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사진 라이프시맨틱스]
코로나19 등 호흡기질환을 겪은 환자들은 호흡 재활을 거친다. 보통 일주일에 3~5회씩, 6~8주간 외래 치료를 한다. 거의 매일 병원을 들러야 하는 셈이다. 이성순 인제대 의대 교수는 “병원에서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사람은 재활을 충분히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가 지난 27일 허가임상 절차에 들어갔다. 라이프시맨틱스에서 개발한 호흡 재활 치료기기 ‘레드필숨튼’(이하 숨튼)이 그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임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허가임상을 통과하면 시장에서 팔 수 있다.
 
그런데 숨튼은 보통의 의료기기와 다르다. 모바일 앱이 치료제 역할을 한다. 모바일 앱에 사용자의 산소포화도와 폐활량을 표시하고, 사용자가 달리기 등 재활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식이다. 이를 활용하면 내원 빈도를 월 2회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는 “숨튼의 재활 효과를 SCI급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며 “올해 말까지 허가 절차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숨튼 같은 의료기기를 식약처에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분류한다. 디지털헬스업계에선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라는 이름을 붙였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고 치료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가 될 거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지난 1월 낸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가 96억4000만 달러(약 11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식약처, 지난해 10월에야 관련 규정 정비

 
숨튼보다 먼저 허가임상 단계를 밟는 치료제도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뉴냅비전’이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환자에게 30분씩 특정 자극을 보내면, 환자가 이를 게임 하듯이 판별해 응답하도록 한다. 이런 반복 훈련을 거치면 환자의 뇌가 다른 부분을 통해 시각 정보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신경과)가 창업한 스타트업 ‘뉴냅스’에서 개발했다.
 
뉴냅스는 당초 지난해까지 허가임상 승인을 끝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3년째를 맞는 지금껏 임상시험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임상 사례를 충분히 모으지 못해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대상자 모집이 어려웠다”며 “현재 임상 목표 환자 84명 중 90%가량을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승인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헬스케어업체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제와 ‘하이’의 주의력결핍장애(ADHD) 치료제 등이 1년 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이렇게 임상시험을 서두르는 업계에 비해 감독 기관인 식약처의 행보는 더디다. 뉴냅스의 허가임상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에야 디지털 치료제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뉴냅비전 같은 디지털 치료제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서 정체성을 갖춘 것은 그보다도 늦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의료용 소프트웨어 품목을 90개로 세분화하고 분류를 신설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관련 규정이 정비되면서 업계가 인허가를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과제는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그래야 일반 국민이 값싸게 처방 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관련 토론회에서 “올해 말은 돼야 결정이 날 것 같다”라고 내다본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9월 이미 모바일 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 re-SET의 시판을 허가했다. 디지털 치료제 중에선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도 치료제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치료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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