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가 남긴 독…홍원식 회장 사퇴에 남는 의문점
홍 회장 ‘대국민 사과’…“회장직 사퇴, 경영승계 없을 것”
등기이사·지분매각 등 구체적 언급 없어…"껍데기뿐" 지적도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자체 조사를 발표하면서다. 어리석은 판단은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 영업정지라는 ‘초유의 행정처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경찰로부터 본사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이 사태로 이광범 대표이사가 물러났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보직해임 됐다. 급기야 홍 회장은 4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직에서 내려오는 한편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식에 대한 언급이 없어 껍데기뿐인 사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회장 사퇴와 관련된 몇 가지 의문점을 풀어봤다.
우선 홍 회장이 등기이사직도 함께 사임하는지 여부다. 홍 회장은 직을 내려놓았지만, 등기임원에서 내려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남양유업 측은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함께 내려오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등기임원에 등재된 상태는 사실상의 ‘경영 참여’로 보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이사는 4명. 이 중 3명이 홍 회장의 가족이다. 전일 물러난 이광범 대표를 제외하면 홍 회장과 그의 아들 홍진석 상무, 홍 회장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 등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는 내부시스템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 구조다.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도 없다. 사외이사가 2명 있지만 이마저도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방식. 오너 경영진을 감시할 인물을 홍 회장 스스로 직접 뽑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 이사회 내에 올라온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유업계 관계자는 “사과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고 어떻게 고객들을 만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며 “지금 지배구조로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분매각도 관심사다. 홍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보유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는 지가 중요해졌다. 남양유업은 지분율에서도 ‘홍원식 왕국’이라 불린다. 홍 회장 개인 지분만 51.68%에 달해 막강한 지배력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아내 이운경씨가 0.89%, 홍 회장의 형제인 홍우식씨와 홍명식씨가 각각 0.77%, 0.45%, 손자 홍승의씨가 홍 회장의 증여를 통해 0.06%를 보유하면서 오너일가 지배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아들은 남양유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남양유업 지분율은 2013년 이후부터 확고하게 유지돼 오고 있는 상황. 다시 말해 홍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여전히 경영 전반에 대한 실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계열사도 관심사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계열사인 금양흥업과 건강한사람들에서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양흥업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계열사고, 건강한사람들은 음료제조업으로 출자한 회사인 남양에프앤비의 바뀐 사명이다.
2개 계열사 모두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 역시 남양유업의 지분 절반 이상을 거머쥐고 있는 홍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퇴는 사과에 대해서만 방점이 찍혀서 얼마든지 뒤에서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향후 남양유업 측에서 추가적인 입장발표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 회장의 사퇴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 위해선 이런 의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오늘 사과는 대응 자체가 늦고 구체성이 부족했다. 경영에서 물러서지만, 지배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미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기업문화 자체를 바꾸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선 등기임원 사퇴나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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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로 이광범 대표이사가 물러났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보직해임 됐다. 급기야 홍 회장은 4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직에서 내려오는 한편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식에 대한 언급이 없어 껍데기뿐인 사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회장 사퇴와 관련된 몇 가지 의문점을 풀어봤다.
사내이사 4명 중 3명 오너가…등기이사도 물러나나
우선 홍 회장이 등기이사직도 함께 사임하는지 여부다. 홍 회장은 직을 내려놓았지만, 등기임원에서 내려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남양유업 측은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함께 내려오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등기임원에 등재된 상태는 사실상의 ‘경영 참여’로 보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이사는 4명. 이 중 3명이 홍 회장의 가족이다. 전일 물러난 이광범 대표를 제외하면 홍 회장과 그의 아들 홍진석 상무, 홍 회장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 등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는 내부시스템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 구조다.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도 없다. 사외이사가 2명 있지만 이마저도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방식. 오너 경영진을 감시할 인물을 홍 회장 스스로 직접 뽑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 이사회 내에 올라온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유업계 관계자는 “사과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고 어떻게 고객들을 만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며 “지금 지배구조로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원식 왕국…개인 지분 51.68% 행방은
지분매각도 관심사다. 홍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보유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는 지가 중요해졌다. 남양유업은 지분율에서도 ‘홍원식 왕국’이라 불린다. 홍 회장 개인 지분만 51.68%에 달해 막강한 지배력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아내 이운경씨가 0.89%, 홍 회장의 형제인 홍우식씨와 홍명식씨가 각각 0.77%, 0.45%, 손자 홍승의씨가 홍 회장의 증여를 통해 0.06%를 보유하면서 오너일가 지배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아들은 남양유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남양유업 지분율은 2013년 이후부터 확고하게 유지돼 오고 있는 상황. 다시 말해 홍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여전히 경영 전반에 대한 실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계열사도 관심사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계열사인 금양흥업과 건강한사람들에서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양흥업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계열사고, 건강한사람들은 음료제조업으로 출자한 회사인 남양에프앤비의 바뀐 사명이다.
2개 계열사 모두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 역시 남양유업의 지분 절반 이상을 거머쥐고 있는 홍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퇴는 사과에 대해서만 방점이 찍혀서 얼마든지 뒤에서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향후 남양유업 측에서 추가적인 입장발표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 회장의 사퇴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 위해선 이런 의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오늘 사과는 대응 자체가 늦고 구체성이 부족했다. 경영에서 물러서지만, 지배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미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기업문화 자체를 바꾸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선 등기임원 사퇴나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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