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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 내려놓는다더니…새로울 것 없는 ‘남양식 쇄신’

이광범 대표 체제 유지하고 쇄신 주도도 내부 인사가…
‘부담스러운’ 남양 간판에 후임 경영진 물색 난항

 
 
지난 2013년 5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떠넘기기로 받은 유제품을 쌓아놓았다. 당시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회원들이 남양유업 본사의 물량 떠넘기기와 폭언 파문에 항의하기 위해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 [중앙포토]
‘불가리스 코로나 효과’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남양유업이 경영진 사퇴에 따른 후속 조치안을 내놨다. 이 발표로 비상 경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남양 측 설명이지만 특별히 쇄신이라고 보이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 결국 내부 인력이 경영을 계속해서 끌고 가는 구조라 당장 급한 불을 끈 것에 지나지 않는단 평가다.
 

“내부 혁신 위해 내부 인사 선임”

 
남양유업은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쇄신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고,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했다고도 덧붙였다.  
 
경영 쇄신안 등을 총괄하는 비대위 위원장은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직위 부장)이 맡는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5개 공장 중 가장 큰 생산 비중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그만큼 공장장 파워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가리스를 비롯해 우유·분유 등 주요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전체 생산량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사의를 표명했던 이광범 현 대표이사는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만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만약 후임자 선정이 늦어진다면 ‘이 대표 체제’는 기약 없이 유지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내부 혁신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 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홍원식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임 여부와 지분 매각 등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지 않았다. 홍 회장은 지난 4일 사퇴 발표 자리에서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영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사과문을 낭독하고, 사퇴 의사만 밝혀놓은 상황이다.  
 
남양유업 측은 “(홍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까지) 결단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사안을 내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또 “(후임 경영진에 대한)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데 언제가 될 진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내 이사는 홍 회장 일가…개인 지분만 51%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와 후속 쇄신책 등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후임 경영진 선임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 이동하기에도 타 업종에서 전문경영인이 이동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자리 아니겠느냐”며 “워낙 논란이 많은 곳이라 총대를 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식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총수 일가의 지분 처분과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남양’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후임 경영자가 오더라도 지분을 통해서 얼마든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남양유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이사는 4명. 이 중 3명이 홍 회장의 가족이다. 이광범 대표를 제외하면 홍 회장과 그의 아들 홍진석 상무, 홍 회장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 등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지분율에서도 홍 회장 개인 지분만 51.68%에 달해 막강한 지배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아내 이운경씨가 0.89%, 홍 회장의 형제인 홍우식씨와 홍명식씨가 각각 0.77%, 0.45%, 손자 홍승의씨가 홍 회장의 증여를 통해 0.06%를 보유하면서 오너일가 지배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퇴 발표 이후 구체적인 변화나 경영 쇄신책 등 진행사항에 대해선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비대위가 구성됐고 많은 분들의 관심이 쏠려있으니 추후 변화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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