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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아시아의 디즈니’ 놓고 승부수

11일 네이버, ‘왓패드’ 인수 완료 발표
같은 날 카카오는 ‘래디쉬’에 ‘타파스’까지
북미 웹툰·웹소설 지식재산 선점 노려

 
 
전 세계 웹소설 사용자 수 1위 플랫폼 '왓패드'. [사진 왓패드]
콘텐트 시장을 둘러싼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1일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의 인수를 완료했다. 같은 날 카카오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인수 사실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의 지분도 100% 확보했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맞붙은 북미 시장은 세계 최대 콘텐트 지식재산권(IP) 시장으로 꼽힌다. 이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콘텐트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양사의 목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투자 규모도 남다르다. 네이버는 왓패드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6억 달러(약 6600억원)를 들였다. 카카오는 타파스와 래디쉬를 각각 5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과 4억4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수천억 원의 실탄을 베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령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의 경우, 매달 찾는 사용자 수가 9400만명이다. 전 세계 웹소설 플랫폼 중 가장 많다. 네이버웹툰의 월간 사용자 수(7200만명)와 더하면 1억6600만명이 넘는 규모다.
 

왓패드 월 사용자 수, 1억명 근접 

 
또 두 업체에 각각 작품을 올리는 창작자 수는 약 570만명(네이버웹툰 70만명, 왓패드 500만명). 이들이 만들어 올린 창작물의 수만 10억 개다(네이버웹툰 130만개, 왓패드 10억개). 네이버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키고, 양질의 원천 콘텐트를 통해 IP 비즈니스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확보한 래디쉬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별명은 ‘웹소설 업계의 넷플릭스’다. 직접 콘텐트를 만들어 올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직접 제작하는 콘텐트가 많아서다. 이 오리지널 콘텐트에서 나오는 매출의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월 이용자 수는 100만명 수준으로 왓패드와 비교하면 적지만, 카카오는 오리지널 콘텐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래디쉬는 현재 1만개 이상의 웹소설 IP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는 애초부터 카카오와 접점이 많은 회사였다. 2016년부터 타파스와 파트너십을 이어오다 지난해 지분 40.4%를 인수하며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카카오는 타파스를 북미 웹툰 시장을 공략하는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 카카오의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 시장에 공급했다. 현재 타파스에 공급하는 카카오의 IP가 타파스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콘텐트 플랫폼 지분투자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IP를 확보하면,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데 용이해서다. 
 
대표 사례가 디즈니다. 이 회사는 2009년 미국의 만화제작사 ‘마블코믹스’를 인수해 약 10년간 20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마블코믹스의 IP를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영화 시리즈로 제작하면서다.  
 

마블 인수한 디즈니는 10년간 20조 수익

11일 카카오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이미 두 회사는 콘텐트 IP의 위력을 절감했다. 카카오의 웹소설 원작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누적 조회 수 6억2000만건, 누적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또 넷플릭스에서 유통되는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올해 초 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달 초 잇따라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도 양사 대표는 웹 콘텐트 사업 확장에 강조점을 뒀다. 지난 4월 2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하반기 양사 인기 콘텐트를 웹툰∙웹소설화할 것”이라며 “이미 왓패드에서 진행 중인 90여 개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포함한 2차 저작물 사업까지 확장해 시너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총 167개(네이버웹툰 77개, 왓패드 90개)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북미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더 속도를 낼 모양새다. 지난 6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타파스에 카카오의 오리지널 IP 공급이 늘어나며 거래액 성장세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만큼, 향후 북미 시장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오는 6월 대만과 태국을 시작으로 더 넓은 글로벌 무대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처음 웹툰 플랫폼을 만든 곳은 ‘다음’(현 카카오 계열사). 2003년 다음 ‘만화속세상’을 무대로 강풀 등 1세대 웹툰 작가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높은 포털 점유율을 내세운 네이버웹툰이 1등 자리를 꿰찼다. 절치부심한 카카오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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