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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도전하면 예상하지 못한 인생이 펼쳐진다”

석종훈 퓨처플레이 파트너
창업 지원 두고 부처 간 엇박자…부처도 새로운 생각 필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기업뿐 아니라 사람도 지원해야

 
 
2013년 카이스트 박사 출신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시즌 2’를 선언했다. 퓨처플레이는 그동안 157개의 스타트업에 440억원이 투자를 집행한 9년 차 액셀러레이터다. 서울 역삼동 마루180을 떠나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서울아크로포레스트 D타워 8층에 자리 잡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카페처럼 꾸며져 있는 쾌적한 환경이 눈길을 끈다. 사무실 곳곳에서 멀리 한강을 볼 수 있고, 전동 높이 조절 책상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100여 명의 구성원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퓨처플레이 구성원 40여 명과 퓨처뷰티, 퓨처라 등의 비즈니스 구성원까지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지난 11일 새로운 공간에서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날의 주제는 ‘Redefine Accelerator(액셀러레이터를 재정의한다)’로 ‘액셀러레이터 산업을 재정의하고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퓨처플레이하면 떠오르는 류중희 대표와 지난 3월 퓨처플레이에 합류한 석종훈 파트너가 맡았다.  
 
석 파트너의 이력은 다채롭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9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고,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첫 창업벤처혁신실장,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 등의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창업가이자 행정가였던 석 파트너는 인생 3막을 액셀러레이터에서 열었다. 왜 액셀러레이터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미디어데이가 열리기 전날 퓨처플레이의 새로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을 그만두고 퓨처플레이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그동안 가능성과 희망이 보이는 것에 도전했다. 1990년대 정보통신 기자를 담당했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기운을 봤다. 취재를 하다 보니 스타트업과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기자를 그만두고 실리콘밸리로 넘어가서 창업에 도전했다. 1990년대 말 첫 창업 도전은 실패했다.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합류했고 미디어다음과 아고라 등을 만들었다. 2007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를 역임했다. 그리고 나무온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청와대에서 일하는 경험을 했다. 이 과정은 모두 나에게 도전이었다. 도전은 내가 가지고 있는 포기 해야 하는 것이다. 도전은 어렵지만 할만하다. 퓨처플레이에 도전한 이유는 가능성과 희망과 봤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이 아닌 액셀러레이터를 선택한 게 놀라웠다.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가 활동한 지 1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창업 생태계도 많이 달라졌다.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이라는 본질은 여전하지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아졌다. 특히 퓨처플레이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부족한 혁신을 스타트업과 연결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했다면 퓨처플레이는 앞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을 도와주는 플랫폼 역할도 하게 된다. 류중희 대표를 여러 번 만나면서 가능성을 느꼈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역할 해야  

 
지난 11일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마다 리소스와 역량을 매칭해주고, 기업 운영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 스타트업 관련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퓨처플레이는 얼마 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LG상사, DB금융투자, 데이터솔루션, 해시드 등이 퓨처플레이에 투자했다. 해외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기 위해 5월 중에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한 오피스도 준비할 예정이다.  
석종훈 퓨처플레이 파트너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퓨처플레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우선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과 인사 분야를 담당하는 COO(Chief Operation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40여 명으로 인원이 늘어나니까 조직에 다양한 팀이 있다. 퓨처플레이가 젊은 조직이고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지만 조직의 안정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퓨처플레이의 구성원이 자신의 꿈을 찾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다. 또한 퓨처플레이의 신사업 분야도 내가 챙기고 있다.  
 
눈에 띄는 이력이 중소벤처기업부 민간인 첫 창업벤처혁신실장과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이다. 정부 부처에서 일할 때도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많은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 지원을 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전환했고, 창업 관련 민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창업 생태계 중심으로 벤처 승인제도나 모태 펀드 투자 규약도 제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구성원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만족도도 높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성숙했다. 물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다. 그렇지만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은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공공의 영역은 법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규제 완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말은 기득권과 새로운 힘이 충돌하는 것이다. 원격 진료나 타다 등의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공공의 영역은 이런 이해 충돌을 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부처 간의 목소리가 다른 경우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장 절차를 간단히 하자고 주장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소극적이다.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위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상장 이후 불성실 공지 등의 문제가 생기면 강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 정부 부처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류중희 대표는 기술을 잘 안다. 나는 기술은 잘 모르지만 조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다. 류중희 대표와 잘 어우러져서 퓨처플레이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 그리고 신사업 등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히 말하는 MZ 세대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 주도력이 있고 어학 능력도 뛰어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의 변화에 불안해하지 말고 수용했으면 한다. 열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도전과 실행을 부담 없이 했으면 한다. 도전해서 실패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기자를 했을 때 창업할 것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창업했을 때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청와대에 들어가 일할 것이라는 예상이나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도전하면 예상치 못한 인생이 펼쳐진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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