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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다 큰 영업손실 LCC, 자본잠식 행렬 “제2 이스타 나올라”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자본금 까먹기 시작… "비수기 2분기가 고비"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상장 LCC 4곳 모두 매출보다 큰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중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티웨이항공을 제외하곤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든 상황이다.

지난 17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이 공시한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곳 LCC는 지난 1분기 시장 전망치보다 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4개 기업 모두 매출보다 영업손실이 큰 기록적인 숫자를 받아들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18억원·영업손실 87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매출 439억원·영업손실 601억원, 에어부산은 매출 319억원·영업손실 472억원, 티웨이항공은 매출353억원·영업손실 449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뒤 LCC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4개사가 모두 매출보다 큰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손실이 공개되진 않지만 에어서울도 매출(116억원)보다 당기순손실(182억원)이 크다.

한 LCC 관계자는 “모든 저비용 항공사가 국내선 공급을 집중해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며 “일부 항공사는 ‘고육지책’으로 운항한 무착륙 관광비행 등이 오히려 적자만 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악의 1분기 실적으로 인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자본잠식상태에 접어들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면서 자본금이 줄어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본잠식이 심화해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경우 자본금 확충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상장폐지는 물론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된다. 법정관리로 향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며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법정관리로 향했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의 사례가 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남은 LCC는 에어서울을 제외하곤 모두 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고용 뿐 아니라 주주들의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최근 매수희망자를 찾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생존이 확실시되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LCC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성수기에 속하는 1분기 실적이 이정도인데, 2분기에는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다. 항공업계는 통상 1‧3분기를 성수기, 2‧4분기를 비수기로 구분한다. 적자가 더 심화하면 티웨이항공도 자본잠식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3곳은 자본잠식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제 2의 이스타가 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LCC들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의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대부분의 LCC들은 든든한 모기업이 존재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은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해 일단 자본잠식에선 벗어난 상태다.

LCC들은 정부의 조속한 금융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2000억원 수준의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 등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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