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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위기‧위기’…건설사 CEO 생존 키워드는?

[건설사 실적 쇼크]②
기업인 “리스크 관리·재무구조 개선·기반사업 강화” 강조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641건…19년 만에 최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올해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렵다’ ‘앞이 안 보인다’라고 할 수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경기 불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는 연간 경영계획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수들이 경영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당연히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곳은 한미글로벌만이 아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올해가 앞으로의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본격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지연, 그리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환율·금리 등의 경제지표 불확실성 확대는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녹록지 않은 경영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체계적인 리스크(Risk)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재무 안정성 확보,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이 ‘불황’과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인한 부실 위험부터 공공주택 분양 감소,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를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만 600곳이 넘는 종합건설기업이 문을 닫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의 폐업 신고는 2023년보다 60건(10.3%) 늘어난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폐업 신고는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을 기록하는 등 최근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등록된 종합건설기업 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종합건설기업(등록 기준)은 1만9242곳으로, 2023년 말(1만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부문별로는 ▲건축업 225곳(-2.1%) ▲토건 38곳(-1.2%) ▲토목 21곳(-0.4%) 순으로 감소를 나타냈다. 폐업한 기업은 늘고 새로 등록한 기업이 이보다 적었다는 뜻이다. 이는 건설업계의 불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건설 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11월 1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줄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건설 업체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취약하면 대출의 80% 이상 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담보대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100% 보증서 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포함한 결제성 자금 등은 예외로 했다.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사에는 많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확실하게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을 중점 관리 업종으로 선정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건설업의 연간 순증 대출 한도를 1조2500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관리가 필요한 건설 업체를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도 2023년부터 건설업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진행했고 건물건설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부터 일반적인 신규 여신 취급을 불가능하게 했다.

기본기 강화‧내실 다지기…건설사 ‘생존 모드’ 전환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기 강화’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기회를 찾기보다는 우선 버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 1월 2일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첨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강화 ▲자이(xi) 리브랜딩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를 밝혔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경영 효율과 체질 개선 실천을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로 업무를 개선하고,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가 활용되도록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말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모든 사업 추진은 현금흐름(Cashflow)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불요불급(不要不急)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리스크 프리(Risk Free) 형태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구분하고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시공 물량을 확보하도록 각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 불황이 심화하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확실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부터 챙기고 지출을 줄이는 등 경영 키워드를 생존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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