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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그룹 지배구조 대해부①] '2인자들의 시간'이 오고 있다

KB금융, 부회장직 신설로 차기 회장 양성
신한금융, 진옥동 행장 명실상부 2인자 독주
하나금융, 박성호 행장 다크호스로 등장

 
 
 
“앞으로는 2인자들의 시간이다.”
 
베일에 가려있던 금융지주의 2인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친(親)회장 성향으로 구성되어 회장의 10년 장기 임기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런 회장의 임기도 결국 통제받는다. 지금까지 4연임을 넘긴 회장이 없는 데다, 3연임도 ‘권력 집중’이라며 업계 안팎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지주 회장의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사외이사처럼 6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각 지주에선 회장의 경영을 이어나갈 2인자 만들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지주 고위 관계자도 이런 이유로 올해를 “금융지주 2인자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2인자의 부상이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KB금융 핵심 업무 부여한 부회장직 신설…실질적 ‘2인자’

 
허인 국민은행장(왼쪽)과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사진 KB금융]
 
KB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이 자리를 꿰찬 양종희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양 부회장은 지주 핵심 사업으로 여겨지는 글로벌 부문과 보험 부문 외에 최고 인사담당 책임자(CHO), 홍보·브랜드총괄(CPRO) 역할도 부여받았다. 2020년까지만 해도 KB금융의 글로벌과 보험, 인사, 홍보 부문은 각 부사장에게 분산돼 있었다. 올해부터는 4개 부문이 모두 양 부회장의 영향력 안에서 관할된다.  
 
KB금융에선 양 부회장만큼 은행과 비은행, 전략부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양 부회장은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후 종합기획부와 재무기획부, 서초역지점장으로 일했다. 이후 지주 이사회 사무국장(2008년), 경영관리부장(2010년), 전략기획부장(2013년)을 역임했고 2015년 지주 재무·IR·HR총괄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았다.  
 
특히 양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부문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포스트 윤종규’에 더 근접하게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캄보디아 프라삭 MFI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을 인수하며 지주 계열사 전체가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특히 KB금융의 해외 진출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늦은 상황이고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사업인 만큼 이를 담당하는 부회장직 신설은 윤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 작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양 부회장에게도 경쟁자는 있다. 3연임에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여전히 명실상부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장만 아니라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허 행장은 윤 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그만둔 뒤 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허 행장 취임 후에도 국민은행은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2조3195억원을 기록, 허 행장이 취임했던 3년 전보다 6.7% 증가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2023년 11월 말에 임기가 종료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2인자’ 굳히기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초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으며 중징계에서 벗어났다. 사전에 통보된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경고다. 만약 진 행장이 문책 경고를 받게 되면 사실상 행장 연임이나 차기 지주 회장 도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징계를 면하면서 진 행장의 차후 행장 연임뿐 아니라 회장직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만큼 신한금융과 신한은행도 CEO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진 행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면한 지난해에도 안정적으로 은행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2조782억원이다. 올 1분기에는 65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최근까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데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영향으로 역대급 충당금을 쌓은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은 현재 조용병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2연임에 성공한 상황이라 차기 회장 선택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진 행장은 2015년부터 1년 간 SBJ(신한일본은행)의 법인장을 역임하고 올해 행장 연임까지 성공하며 지주에 영향력이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리더십과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조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음 급한 하나금융, 여유 있는 우리·농협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왼쪽)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 하나금융]
 
차기 회장을 두고 가장 고민하는 금융지주는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이 올해 4연임에 성공하면서 2012년부터 내년 3월까지 총 10여년 간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지만,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게 돼 있어 1년 안에 새로운 회장을 선택해야 한다.  
 
내부에선 함영주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힌다. 특히 함 부회장은 김 회장과 함께 현 하나금융을 만든 1등 공신이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과정에서 은행장을 맡아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뤘고, 이후 하나은행을 3위 은행으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안정을 위해서 김 회장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함 부회장만 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함 부회장이 은행 채용비리의혹으로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초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할 당시 김 회장과 함께 내부 후보로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박성호 행장을 확정 바 있어 박 행장의 입지가 견고해진 모양새다.  
 
박 행장은 은행과 글로벌, 디지털 부문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뒤 지난해까지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으로 일했다. 하나금융이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장에도 올랐기 때문에 박 행장이 함 부회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회장 인물로 꼽히고 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차기 회장 선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2연임에 성공했고 3연임까지 임기를 이어간다면 최장 5년은 그룹을 더 이끌 가능성이 높다. 농협금융도 지난해 말 김광수 당시 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이 되면서 당시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2022년 12월 말까지다. 앞으로 임기 연장 가능성 등을 따졌을 때 농협금융의 CEO 리스크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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