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메리츠화재 주가, 악재 '단기'로 그칠까
주가 5거래일간 30%↓… '배당성향 축소' 악재에 울었다
향후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경영지표 우수해 주가 반등 가능성 제기
지난주 배당성향 축소 여파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메리츠화재가 반등했다. 이날 메리츠화재는 전 거래일 대비 4% 이상 상승하며 1만8000원대를 회복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메리츠 금융사들의 배당성향 축소로 인한 투자 심리 악화로 향후 메리츠화재의 주가 하락을 우려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경영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폭탄선언에 주가 '뚝'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전 거래일 대비 4.35% 오른 1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메리츠화재 주가는 지난 13일 2만12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21일(1만7250원)까지 5거래일 동안 약 30% 하락했다.
큰 폭의 주가 하락은 지난 14일, 메리츠화재가 발표한 공시 때문이다. 이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들 업체들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메리츠금융지주가 66%, 메리츠화재가 35%, 메리츠증권이 38%였다. 사실상 배당성향을 대폭 낮추겠다는 '폭탄 선언'이다.
지난주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수치다. 메리츠화재는 배당성향 축소와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함께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배당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 셈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는 이슈지만 메리츠 금융사들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 측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관련해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KB증권은 메리츠화재에 대해 "자본정책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투자의견을 하향한다"며 목표가를 1만7000원으로 낮췄다. 같은 날 NH투자증권도 "납득하기 어려운 메리츠의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손해율, 실적 개선세… 경영지표는 우수
단기적인 관점에서 메리츠화재의 이번 배당성향 축소 발표는 '분명한 악재'로 해석되는 분위기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등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 금융사들의 배당성향 축소 배경과 관련,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실체는 없다"며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는 악화되겠지만 메리츠화재의 경영 지표만 따지면 나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년간 꾸준히 실적이 상승해왔다. 2018년(2347억원)과 2019년(3013억원)에 이어 지난해(4334억원)까지 3년 연속 순익이 상승했다. 지난해 순익은 손보업계 2위 현대해상(3061억원)을 누른 수치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에도 1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21.1%, 전 분기 대비 18.7% 상승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177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각종 지표도 개선됐다. 전체 손해율은 77.4%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특히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의 주범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1분기 77.4%까지 떨어졌다. 국내 빅4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약 80%)보다 낮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몇년간 전략적으로 자동차보험 사업 부문은 축소하고 장기인보험 판매를 늘려왔다. 지난해 전체 손보사 중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이 가장 낮은 곳도 메리츠화재(81.9%)였다. 판매를 확대한 장기인보험도 안정적 상품 운용으로 손해율이 올 1분기 77.3%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이밖에 올 1분기 ROE(자기자본수익률)은 20.9%로 전분기(16.3%)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배당성향 축소로 올해 ROE는 1분기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양호한 경영실적을 의미하는 EPS(주당순이익)도 꾸준히 상승세다. 2018년 말 2088원이었던 메리츠화재의 EPS는 지난해 3761원을 기록했다. 올해 증권가 전망치는 3921원이다.
다만 자본규모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에도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손실로 자본규모가 지난해 대비 3500억원 가량 감소했다"며 "10% 수준의 배당성향 발표 역시 높아진 자본관리 필요성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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