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지배구조 대해부②] 男·SKY가 금융지주 움직인다
5대 금융그룹 임원 82명 중 여성 임원 4명 불과
4대 금융 임원 중 SKY 출신 47.4%
당국 “ESG 시대 맞아 임원 다양성 갖출 필요 있어”
고(高)학력 남(男)성이 주름잡는 곳. 이런 구도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곳이 국내 금융권을 움직이는 금융지주다. ‘은행의 별’로 불리는 금융지주 임원은 은행 순혈주의를 넘어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학교 등 SKY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남성 비중은 95%에 달했다. 정형적인 마초들의 조직인 셈이다.
이들 중에서 부사장과 부회장이 나오고 최후엔 지주 회장을 만들어낸다. 결국 금융지주에선 좋은 학벌을 가진 남자들이 인적 피라미드의 끝자리에 앉는 상황이다. 임원 구성의 다양성은 금융지주에선 여전히 먼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기업 문화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기업의 지배구조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에 적합한 기업’이 단순 순이익 등 숫자에만 그치지 않는 시기가 온 것이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대 금융, 올해도 남성들로만 지배구조 갖춰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대 금융지주의 임원(회장 포함, 사외이사 미포함)은 총 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83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KB금융이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17명, 하나금융 16명, 우리금융 13명, 농협금융 6명 순이었다.
이 중 여성 임원은 4명으로, 전체 임원의 4.9%에 그쳤다. 지난해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에 기업 내 여성이사 비율을 30~40%까지 맞출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씨티그룹이 제인 프레이저를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하는 등 선진국에서 여성 임원의 승진 인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지주들은 2001년 설립된 이후 남성 위주의 임원 문화를 바꾼 적이 없다. 역대 회장들도 모두 남성으로만 임명됐다.
금융사 별로 보면 KB금융에는 박정림 지주 자본시장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와 서혜자 상무(준법감시인)가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김혜주 상무(그룹빅데이터부문 CBO)가 유일한 여성 임원이고, 하나금융은 이인영 상무가 임원으로 그룹소비자리스크관리 총괄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회장부터 부사장, 전·상무를 모두 남성으로 채웠다. 특히 우리금융은 올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사외이사까지 모두 남성으로만 채운 지배구조를 갖췄다.
ESG 시대 열렸지만 금융지주는 SKY 출신 선호 유지
고학력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농협금융은 임원의 최종 학력 미기재로 제외)의 회장과 임원 76명 가운데 36명(47.4%)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임원 전체의 절반가량이 소위 ‘SKY 출신’인 것이다. 학사 출신만 아니라 석·박사까지 더하면 SKY 출신 임원 비율은 65%로 높아진다.
국내 금융지주 임원의 SKY 출신 중심 문화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말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대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633명 중 SKY 출신은 전체의 29.3% 수준이다. 금융지주 임원의 10명 중 5명이 SKY 출신인 것과 비교하면 일반 기업들의 임원 구성은 보다 다양한 대학 출신들로 이뤄진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런 구도가 금융지주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2026년부터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는 환경 관련 대응 계획만 아니라 지배구조에서 노사관계와 양성평등 등 사회 이슈 관련 개선 노력도 담겨야 한다. 결국 앞으론 고학력 남성 위주 등 다양성이 부족한 지배구조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단순한 숫자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내부 문화까지 공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지주의 임원진 구성도 자율적으로 바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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