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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①부동산 “공공임대 늘려 주거복지 실현”

文 정부와 닮은 듯 다른 부동산 정책
공공임대주택 확대, 양도세율 인하 언급
용산공원 특별법 바꿔 청년주택 개발 논의?
“총리·당대표 때와 생각 달라져” 지적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방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최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시키며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를 알리듯 문형렬 작가와 대담을 엮은 『이낙연의 약속』을 출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역임하며 느낀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의 고민을 담고 있어 대선을 위한 사실상의 출사표로도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단독 입수해 부동산·경제·산업·청년·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그가 선보일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분석했다. [편집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김민철, 오영환 의원 등이 지난 3월 13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주한미군반환공여지 (구)캠프 시어즈 부지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부동산이 국가의 역할에 대한 국민 신뢰를 좌우할 만큼 민감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정책이 단순한 경기 대응 수단이 아니라 주거복지를 실현하고, 부동산 자산으로 빚어지는 사회 불평등과 근로의욕 저하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봤다.
 
이 전 대표가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밝힌 부동산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급등하지 않도록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계층이동을 위한 사다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간에서 집을 지어 시장에 공급하는 기능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생기는 이익의 일부를 공공으로 돌리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 주택공급 대책(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주도 대도시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민간 토지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문제는 서울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할만한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 규모의 주택 부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서울 도심에서 마땅한 개발지역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들에게 기본소득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취업·결혼 등 과제가 많지요. 그 첫 번째가 집입니다” (『이낙연의 약속』 中)
 
이를 의식한 것인지, 반환을 앞둔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하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용산기지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결국 결단했다”면서도 “이 법을 바꾸려면 사회적 합의를 다시 이뤄내야 한다. 청년세대도 적극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을 고치면 용산기지에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고, 도심 주택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핵심 정책은 세제 개편이다. 그는 양도세를 낮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만드는 한편,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높여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에 비해 ‘반만 닮았다’는 평가다. 문 정부는 양도세와 보유세 모두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8월 2일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하면 2주택자는 최대 50%, 3주택 이상은 최대 60%의 양도세를 부담하도록 했다. 3년 뒤인 2020년 7월 10일에는 다주택자는 물론 2년 미만 단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더 높였다.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기존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로 인상했다. 2년 미만 보유한 주택이나 입주권·분양권에 대해서도 양도세율을 60~70%까지 올렸다. 법인의 주택 양도에 대한 추가 법인세율도 2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월 민주당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감면을 검토한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민주당은 “논의한 적도 없고 논의할 계획도 없다. 부동산시장에 교란을 줄 수 있는 발언은 당정과 배치되든지 해서는 안 되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4‧7재보궐선거 후 부동산 정책 개편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졌다. 이 때문에 재산세 감면 등의 방안이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양도세와 보유세 인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양도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 언급한 셈이다.  
 
용산기지내 반환 지역 '그래픽 김주원 기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포퓰리즘 정책 우려도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커지고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책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과나 해명도 없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고 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지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해 바꾼 것이라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이 쏙 빠졌다는 것이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이낙연 전 대표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사실상 마무리 됐다. 2019년 9월 용산공원 조성 추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했고, 12월에는 이 전 대표가 총리 자격으로 1기 추진위원회 민간위원에 대한 위촉장을 수여했다. 당시 그는 “용산 미군기지는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기억하되 그것을 딛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대도시 한복판의 생태자연공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대선 행보를 내비치면서 불과 2년여 만에 “‘주거를 포함한 청년 거점 시설’로 활용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용산공원 조성은) 서울에 센트럴파크를 만드는 것으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추진했던 사업인데, 소수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발상은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양도세 완화 정책의 경우 부동산시장에 거래가 늘어나는 효과를 줄 수 있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정책이 나와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정부와 여당이 양도세·보유세를 강화했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완화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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