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분쟁 한국GM·르노삼성 ‘강타’
2015년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후 정부 직접고용 요구 커져
르노삼성, 노동부 직접고용 행정명령에 법적 대응 검토 예고
전세계 완성차업계 ‘전기차로 전환, 인력 감축 필연’과 대조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국내 완성차업계를 강타했다. 2015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 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본 이후 국내 완성차업체를 향한 사내 하청 근로자의 직접고용 요구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2019년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국내 완성차업체의 고용 부담은 더욱 커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사업구조를 전기차로 개편하는 압박을 받고 있어 직접고용은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201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완성차 생산과 같은 제조업 생산 공정 업무에서 원청이 도급계약을 맺은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도급인 등의 사업에 대한 실질적 편입 ▶인사·노무와 관련한 결정·관리 권한 행사 ▶계약 목적의 확정,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조직·설비 등의 보유 등 5가지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자 파견은 불법파견이라고 명시했다.
법원 “한국GM 고용방식은 불법파견” 하청 근로자 승소
당장 한국GM이 불법파견 소송의 중심에 섰다.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하청 업체 직접고용 지시에 따라 현대차가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진행하자, 한국GM 사내 하청 근로자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비정규직지회 등에 따르면 5월 27일 한국GM 사내 하청 근로자 14명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승소를 포함 총 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엔 82명 근로자가 2심서 승소했다.
정부도 합세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한국GM에 인천 부평공장과 전북 군산공장의 불법파견 노동자 945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했다. 고용노동부가 기업의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때 적용하는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2019년말 대법원의 기준과 동일하게 개정했기 때문이다.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라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은 하청 업체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현대차와 한국GM을 거친 파견법 여파는 르노삼성으로도 몰아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이 지난 5월 21일 부산공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89명에 대한 직접고용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부산북부지청은 2019년 9월 르노삼성차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그동안 사실 여부를 조사해 왔다. 르노삼성 노조는 “2008년 후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해 정규직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고 했다.
르노삼성은 회사 차원의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1차 행정 판단의 성격을 갖는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명령이 회사와 행정 기관 간 입장 차이에서 촉발된 것으로 판단, 법적 판단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동청이 문제 삼은 189명은 직접생산 공정 업무가 아닌 물류, 창고 관리 등을 담당했다”며 “수행 업무가 원청업체의 완성차 제조·생산 업무와 구별돼 파견법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직접고용 후 전환교육 지원 이뤄져야”
정부의 직접고용 확대 압력은 최근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이 휘몰아치고 있는 완성차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전기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차보다 적게 소요된다. 그런데도 직접고용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형식적으로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원청업체에게서 직·간접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는 불법파견 관행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도 직접고용 이후 전환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는 전기차로의 시대 전환 요구에 따라 현재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지주사 다임러는 전기차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면서 2025년까지 그룹 내 인력 2만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GM·포드·르노 역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5년 내 세계 완성차 종사자 300만명의 일자리 재편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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