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난 4대 그룹 총수 “이재용 사면” 또 꺼냈다
최태원 “경제 5단체장 건의” 말하며 ‘사면’ 꺼내
4월 26일 사면 건의서에 서명·제출 후 1개월 만
김기남 삼전 부회장도 “반도체, 총수 있어야” 강조
정계 “이르면 8월 사면 본격화할 수도” 전망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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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논의가 또 청와대에 닿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내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것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위해 노력한 기업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서 재계 총수들이 다시 이 부회장 사면을 언급한 것이다. 최 회장과 함께 이날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에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언급한 “경제 5단체장의 건의”는 지난 4월 26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5대 경제단체장들이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던 것을 의미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4대 그룹 총수 초청 간담회 관련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한상의 회장이자 SK회장인 최태원 대표가 (오찬 자리에서) 경제 5단체장이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것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사면과 관련한 건의를 경청한 뒤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을 보탰고,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의 이번 이 부회장 사면 건의는 지난 4월 이뤄진 건의에 이은 두 번째다. 앞서 최 회장은 대한상의를 포함한 국내 주요 5개 경제단체의 이 부회장 사면 요구 건의서에 서명,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 제출했다. 5개 경제단체는 당시 건의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재용 부회장 사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때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국민들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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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는 현재 재계를 넘어 정치권과 종교계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기업은 진두지휘 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지난 2월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청와대로 보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도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유교의 중앙기관인 성균관도 지난 4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당 관계자는 “당장 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르면 8월 사면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 관련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6월 2일 현재 총 16건의 사면 청원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들어서만 8건이 올라왔다. 여론조사도 긍정으로 흐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64%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면은 법무부 장관이 건의하고 대통령 결단으로 이뤄진다. 이호승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단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앞서 “이 부회장 사면 논의는 사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법제도와 경제범죄에 대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은 2009년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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