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몰이’ 증권사 ESG 채권…어디에 돈 쓸까
김병욱 의원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ESG채권, 조달금 사용처 감독 소홀”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금융시장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증권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ESG채권 조달금 사용처를 철저히 관리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1100억원 규모의 ESG채권(5년물)을 선보였다. 같은 달 삼성증권도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5년물)을, 3월엔 KB증권이 1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3년물)을 발행했다.
한극투자증권은 이달 중 1500억원 규모의 ESG채권(3년물) 발행을 검토 중이다. 당초 10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을 예상했지만,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3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린 탓에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위한 사업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한다. 4개사가 각각 밝힌 채권 조달금 사용처는 녹색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NH투자증권), 미국 미드스트림 사업과 프랑스 태양광 발전 사업(삼성증권), 녹색사업(KB증권), 태양광 발전 사업 및 풍력 발전 프로젝트(한국투자증권) 등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후죽순 발행된 ESG채권 조달금이 당초 취지에 맞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ESG채권은 발행 후 정기·수시평가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ESG 채권 조달금이 ESG와 관련 없는 곳에 쓰이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SG채권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녹색채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등 녹색채권의 적격성 논란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2014년 프랑스의 엔지(Engei)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엔지(Engie)는 바이오매스·풍력·수력 등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위해 25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다고 공고했지만, 실제 사업계획서에는 환경적 혜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윤 연구원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ESG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프로젝트와 사업 등에 이용되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와 관련 내용 공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실제 녹색발행 목적에 적합하지 않게 자금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법적 제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병욱 의원도 국내 증권사들의 ESG채권 발행에 대해 “ESG채권은 발행 후 평가 의무대상이 아니다보니 금융기관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며 “ESG사업을 하겠다고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후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확한 ESG채권 현황 파악과 더불어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있는 ESG채권 관리를 통해 국제기준에 맞춘 ESG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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