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 이베이코리아 7일 본입찰…시장우위 확보? 승자의 저주?
떨어지는 영업이익률‧수익성도 계속 하락
최근 실적 미공개…실질적 자산도 없어
이베이코리아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본입찰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 롯데·신세계·SKT·MBK파트너스 등 인수 후보업체(숏리스트)들의 실사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적정 몸값’을 두고 막판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는 오픈마켓 1위 사업자라는 데서 당장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인프라 측면에선 치명적 단점이 있어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곳곳에 성장 걸림돌…유한책임회사로 전환 배경은?
관건은 매각가다. 이베이코리아 몸값의 기준점이 돼버린 5조원이 현실적으로 거래가 가능한지다. 이 5조원은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16조원)에 0.3배수를 적용한 수치. 앞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투자 사례에서 받은 배수(0.5~0.6배)를 조정하면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10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 후보자들은 이 기준점에서 파격적인 가격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기준 1위 사업자라는 점 ▲온라인사업 플랫폼 업체 중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초기시장을 선점해 고객 기반이 견고하다는 점 등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지만, 그럼에도 5조원을 지불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픈마켓 이베이 자체를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거래 규모에 의지해 가격 책정을 한 것을 시장에서도 인지한 상황에서 5조원대 거래는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성장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당장의 경쟁력.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취급고 기준으로 0.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5년엔 영업이익 801억원에서 2018년 485억원으로 39.5% 정도 감소했다.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다. 2015년 순매출액 기준 영업이익률이 약 10% 수준이었지만 2018년 기준 4.9%까지 떨어졌다. 절반 가량 감소한 셈이다.
업계 경쟁이 심화된 최근 1~2년 새 성적은 더 바닥을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정확한 사업실적은 알 수 없는 상황. 2019년 말부터 이베이코리아의 경영실적 공시 의무가 사라지면서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후 주식회사 형태를 고수해오다 매각 작업에 돌입하면서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성격을 달리했다.
비상장 유한회사로 운영할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이나 영업이익·배당금·로열티·기부금 등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진다. 해외 대주주가 배당이나 본사 로열티로 얼마를 가져가는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앞두고 이 같이 정보공개를 최소화한 것은 그만큼 외부에 단점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희망하는 매수자들에겐 정보가 제공되지만 외부에서는 회사에 대한 내막을 알 수 없다”며 “이베이 예비입찰에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뛰어든 것도 진성 투자자보다는 회사 내부 실상을 알기 위한 노쇼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투자 없는 사업구조…쿠팡‧네이버와 다른 길
실질적 자산이 없는 것도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그만큼 투자가 크게 이뤄지지 않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 오픈마켓은 소프트웨어와 보이지 않는 플랫폼이 주된 자산이다. 반면 유형자산은 차량운반구와 비품 등으로 규모가 작다. 2014년 말 이베이코리아의 유형자산 규모는 약 595억원. 2018년 유형자산은 약 632억원으로 늘었지만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한 쿠팡·네이버쇼핑·SSG닷컴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하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실질적 자산 확대는 물론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업구조도 다르다. 이들이 식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온라인 점유율을 늘리고 검색 엔진, 간편 결제를 통한 바이어 트래픽을 보장해주는 것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형태다. 이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가교 역할을 해주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베이코리아가 트렌드 전환 과정에서 관련 인프라 투자를 놓쳤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PC를 주력 기반으로 하는데다 4050세대의 연령대가 주 고객이라는 점, 신규 고객 유입도가 떨어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더구나 직매입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온라인 쇼핑 시작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단순 중개 형태 매력도 점차 감소추세다. 5조원을 주고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았다고 해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마저 미국 본사행…떨어지는 가치
‘매각 변수’로 떠오르던 카카오뱅크 지분의 미국행도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이베이코리아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지분 3.74%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당시 120억원을 출자해 4% 지분을 취득했고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유상증자에 200억원씩 추가 출자했다. 이후 지분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재 지분 가치는 약 3500억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대비 6배가 넘는 평가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카카오뱅크 지분 행방이 몸값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카카오뱅크 성장성을 높게 보고 지분을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 돈 되는 것만 남기고 팔려고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베이코리아 딜에서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는 인수 후보자들의 유일한 베팅 장점으로 꼽혔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지분마저 매각 자산에서 빠지면서 몸값 책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파격적인 가격 조정 없이는 당초 기준 금액으로 거래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3조원 밑 평가…유력 후보자는 ‘롯데’
이런 이유들로 시장에선 이베이의 몸값을 3조원 밑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 주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무리한 배팅을 하기엔 성장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후보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는 롯데가 꼽힌다. 롯데가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앞세운 ‘유통공룡’이지만 유독 온라인 쇼핑 영역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롯데와 이베이코리아의 막판 가격 협상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가는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변수도 크다”면서 “이베이 본입찰이 한 차례 밀린 것도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만큼 후보자간 가격 눈치싸움은 막판까지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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