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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들고 쓰레기 줍는 회장님…불붙은 ‘선한 영향력 경쟁’

롯데‧신세계‧현대 ‘유통 빅3’…ESG 경영 박차
전담조직 신설하고 친환경 패키징‧사회공헌 확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구의 날을 맞아 이마트 성수점과 주변에서 플로깅을 실천했다'는 내용의 게시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유통 빅3기업 총수들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최근 ESG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는 중이다. 특히 유통산업은 소비자 삶과 가장 밀접한 산업인 만큼 ESG 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회장님 ‘픽’… 너도나도 ESG 경영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 방침을 발표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롯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평소에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ESG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 뜻에 따라 롯데그룹은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는 3대 중점 실천 과제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선정했다.  
 
계열사별로도 맟춤형 전략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최근 380대에 달하는 업무용 차량 전체를 상반기 내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고, 편의점 코리아세븐은 임직원 헌혈 캠페인, 쪽방촌에 식료품 등을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의 식품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분리배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패키징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생수를 국내 최초로 발매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중앙포토]
신세계백화점도 각 계열사들이 ESG에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린 신세계’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왔던 ESG 경영을 체계화하고 세계적인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최근 경영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안에서 사회공헌 영역에 국한해 활동하던 ‘사회공헌 위원회’를 환경·사회·지배구조 전 영역으로 확대 운영하기 위해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영세 디자이너 브랜드의 재고를 매입하고 지역 특산물을 구매해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이마트는 취약계층에 노트북을 기증하는 등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그룹 총수도 ESG 활동에 적극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4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지구의 날(4월22일)을 맞아 이마트 성수점과 주변에서 플로깅(Plogging)을 실천하는 넉 장의 사진을 게시한 바 있다. 게시물에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직접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창립 50돌’을 맞은 현대백화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비전 2030’ 선포 이후 ESG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했으며, 대표이사 직속의 ESG 전담 조직(ESG 추진 협의체)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 계열사 외에도 의류, 인테리어, 건자재와 같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은 다방면에서 윈윈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사업을 진행 중이다.  
 
패션 계열사 한섬이 대표적. 한섬은 재고 의류 폐기방식을 바꾸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태워 없애는 과거 방식에서 재고 의류를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활용하고 있다. 연간 14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기대된다는 게 한섬측 설명이다.  
 
이밖에도 현대백화점 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결식우려 아동·보호종료 아동 등 소외계층 대상 맞춤형 지원과 순직 소방관 유가족 대상 장학금 전달, 식목일에 교실 숲을 조성, 저소득층 미혼모 자립 지원금 전달 등을 실천하고 있다.
 

가치소비 중시하는 MZ세대…혼쭐 말고 돈쭐   

업계에선 유통기업들의 ‘착한 경영’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이 가치소비를 중시할 뿐 아니라 유통업 자체가 소비자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단순 기부가 아닌 소비자와 함께 실천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성세대가 브랜드 품질, 가격에 따라 상품을 구매했다면 MZ세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얼마나 만족하는 지에 달려 있다”며 “착한기업, 착한가게라고 입소문이나면 혼쭐이 아닌 ‘돈쭐’이라는 방식으로 응원메시지를 전한다거나 유명하지 않아도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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