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국산 게임에 닫힌 중국의 문…판호 발급 언제쯤 정상화될까

사드 배치 갈등은 명분일뿐, 국산 게임 견제 목적
‘검은사막 모바일’ 판호 획득…일각에서 긍정적 전망
전문가들 “판호 규제 완화 가능성 높지 않다”

 
 
 
검은사막 모바일 이미지 [자료 펄어비스]
최근 펄어비스가 중국 판호를 획득했다. 게임사들은 국산 게임의 판호 획득에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판호 발급이 국산 게임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판호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판호 발급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판호가 도대체 뭐길래?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해 왔다. 국산 게임 판호 불허와 관련해 중국은 그동안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게임 업계는 2016년 벌어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드 갈등 이후 판호 재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이 판호를 다시 발급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판호를 획득하면서부터다. 2017년 3월 이후 근 4년 만에 판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핸드메이드게임즈가 개발한 ‘룸즈: 불가능한 퍼즐’이 판호를 획득했으며 이번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으면서 사드 사태 이후 판호를 획득한 국산 게임은 총 3개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획득에 대해 ‘중국이 본격적으로 판호 규제 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 최근 모바일 시장 대세로 자리 잡은 모바일 MMORPG에 대한 판호 발급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9년 3월쯤 중국 퍼블리셔를 통해 판호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중국 서비스 관련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검은사막모바일이 중국 최대 게임 사이트 ‘17173’에 모바일 게임 기대 순위 3위로 기대가 큰 만큼 현지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이 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을 완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드 갈등은 사실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 유저들의 취향이 비슷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한국 게임에 잠식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넷마블이 2016년 신청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한 판호를 아직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판호를 받았음에도 불구, 출시 직전 다른 규제 등을 내세워 출시를 잠정 연기하게 했다. 
 
중국이 판호를 통해 국산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산 게임들이 중국 시장을 사실상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중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았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국산 게임들은 중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고 있다”며 “중국 고위 관료들은 한국 게임이 자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상당히 자존심 상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판호 발급 거부도 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제한으로 게임사 손해 막심...정부도 사실상 손 놓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콘텐츠미래융합포럼에서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2017년 3월 이후 중국 판호 발급이 제한되면서 지난 4년간 수조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위 학회장은 “지난 실적을 기준으로 추산한다면 4년간 10조~17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소멸한 셈”이라며 “판호 재개가 자동으로 한국 게임의 중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동안 경기장 진입조차 하지 못했던 한국 게임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판호 재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판호에 대한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우회적으로 판호를 획득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신들의 대표 지적재산권(IP)을 중국 개발사에 제공하고, 이를 중국 개발사가 게임으로 만들어 출시하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업계의 주목을 받는 크래프톤이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유사성에 대해 그동안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크래프톤은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중국 시장에서 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 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중국 판호가 막히자, 우회적으로 판호를 획득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사실상 판호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게임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에는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이후 문체부 장관이 교체되고 정권이 말기에 돌입하면서 판호 문제는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게임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판호 발급을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위 학회장은 “현재 중국 판호는 ‘천수답 농사’의 형국이다. 중국 정부가 주면 감사하고 안 주면 하염없이 쳐다만 보는 모습”이라며 “국제 통상 질서에서 지금 중국 판호 차별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한중간 불균형은 글로벌 누가 봐도 상식의 수준에서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정부나 게임사가 이를 모른 체하거나 숨고 있다는 데 있다”며 “정부와 게임사가 더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판호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6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7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8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9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

실시간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