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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없이 해외 단체여행 가는 길 열렸다

한-사이판 ‘트래블 버블’ 체결…방역 신뢰국과 첫 결실
예상 시행 시점은 ‘7말8초’…괌·싱가포르 등과도 협의 중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이 체결된 오늘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자가 격리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덕분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과 방역 신뢰 국가·지역에 대한 해외여행자 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 시행 합의문을 체결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조치가 우수한 국가 간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으로, 협약이 체결되면 여행객들은 자가 격리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된다. 특히, 사이판과의 이번 합의는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트래블 버블 추진 방안’의 후속 조치로 방역 신뢰국과 맺는 첫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이판 갔다 오려면 PCR 검사 총 4번 해야  

합의 내용에 따르면 여행객은 양국 국적자나 그 외국인 가족으로 자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14일이 지나야 한다. 양국이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등 4종이다. 얀센은 1차만으로도 접종이 인정되지만,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는 2차 접종까지 마쳐야 한다. 
 
아울러 자국 보건당국이 발급한 예방접종 증명서와 출발 전 72시간 내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도 소지해야 한다. 예방접종증명서는 종이증명서(양국 모두 해당)나 전자예방접종증명(질병관리청쿠브(COOV)앱·한국만 해당)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현지에 도착한다고 해도 바로 여행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착 당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지정된 호텔 객실 안에서 대기한 후 음성이 확인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여행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여행 기간 방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객만 허용된다.
 
아울러 사이판을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은 공항 도착 때부터 귀국 때까지 철저한 방역 보호 관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여행하게 된다. 호텔에는 전용 차량 운전자 포함 백신접종을 완료한 직원만 배치되며, 수용인원은 최대 75%로 제한된다. 엘리베이터는 4인 이상 탑승이 금지된다. 여행 중에는 방역전담치료사를 운영해 방역지침 교육과 주기적 체온측정, 동선 관리 등 여행객들의 방역 상태를 지속해서 관리하게 된다.
  
트래블 버블 통한 사이판 여행 절차. [자료 국토교통부]
 
이런 관리 속에서도 여행 중 양성 판정이 나오면 전담 치료시설로 즉시 격리돼 치료를 받게 된다. 사이판 현지에는 86개 침상, 151개 응급 입원실, 50여개 집중치료실 등이 있으며 치료비용 등은 전액 무료 지원한다.
 
최근 국내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고 전 세계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 체결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트래블 버블은 국가 간 상호적 방역이 안전한 방역 신뢰 국가를 대상으로 하며, 그 대상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단체여행객만 가능하다”며 “사전에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철저히 방역 조치가 완료된 일정만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 당국과 여행객들이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방역 우려는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항공·여행 업계 “비즈니스·개별여행까지 확대해야”  

국토부에 따르면 사이판이 속한 북마리아나제도(인구 6만명)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183명이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147명은 해외 유입자이며, 내부 확진자는 36명에 불과하다. 백신 2차 접종률(6월 29일 기준)도 전체 인구의 63%에 달한다.  
 
시행 후 방역상황이 악화할 때 트래블 버블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도 합의문에 포함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 시행 연기나 서킷 브레이커 발동과 관련 “확진자 수에 대한 정량적인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며 “양국 방역 당국에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시행을 미루거나 잠시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학수고대한 백신 접종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실제 사이판 여행이 가능한 시점이다. 국토부는 “여행사와 항공사 준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나 여행객 모집은 오늘 이후 즉시 가능하다”며 “실제 시행 시점은 우리나라의 현지 사전방역점검 과정을 거쳐 7월 말 또는 8월 초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7말 8초’ 역시 확실한 일정은 아니다. 앞서 싱가포르와 홍콩은 지난해 10월 트래블 버블에 합의했지만, 시행을 앞두고 양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벌써 수차례 연기한 바 있다.  
 
정부는 사이판 이외에 미국령 괌과 싱가포르·대만·태국 등 다른 방역 우수 국가들과도 트래블 버블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괌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 면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첫 트래블 버블이 성사되자 항공·여행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적용 대상을 개별여행객까지 확대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상의 관광산업위원장인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3차 관광산업위원회’에서 정부에 트래블 버블의 조속한 시행과 적용대상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23차 관광산업위원회’에 참석한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본부장은 “현재 정부는 단체여행만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을 추진 중인데, 2019년 기준 외국인의 국내 여행 85%, 내국인의 해외여행 70%가 개별여행이었다”며 “동선 확인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방역 안전이 확보된다면 트래블 버블 대상을 비즈니스와 개별여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한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도 이미 여럿 있다. 현재 유럽 국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여행목적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입국 조건은 나라별로 조금씩 상이하다. 그리스·프랑스·스페인의 경우 한국인은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자가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체코·스위스·오스트리아·터키·네덜란드·크로아티아·포르투갈·몰타·슬로베니아·독일 등의 국가는 백신 접종 또는 음성확인서를 소지한 한국인에 대해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고 있다.  
 
미국령 하와이는 현재 한국인에 대해 ‘방문객 사전 검사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하와이 보건 당국과 협약을 맺은 지정 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음성 확인서를 소지한 한국인은 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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