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면에 볶음면까지”…국물 뺀 ‘농심’ 글로벌에서도 통할까?
배홍동 비빔면 이어 35년 만에 국물 뺀 신라면볶음면 출시
호주·베트남 시작으로 수출지역 확대 계획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1997년 당시 인기를 끌던 농심의 TV광고 대사다. 끝내주는 국물 맛을 자랑하던 농심은 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농심이 이례적으로 국물을 뺀 라면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 농심은 지난 3월 비빔면 제품인 ‘배홍동 비빔면’을 출시했다. 광고모델로는 개그맨 유재석을 발탁하고, 제품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비빔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팔도의 ‘팔도비빔면’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농심의 국물 뺀 제품으로, ‘신라면볶음면’을 선보였다. 이는 1986년 농심 신라면이 출시한 이래 35년 만에 이 브랜드에서 나온 국물 없는 제품이다. 농심 측은 신라면의 신제품 형태로 볶음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국물 없는 라면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을 노린 제품이라는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 라면은 해외에서 지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식품부 수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2018년 5억5600만 달러에서 2019년 6억1205만 달러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7억9225만 달러로 올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소비자, 얼큰한 국물보다 매콤한 면 선호 분석
농심의 유일한 국물 없는 라면 제품이었던 ‘짜파게티’ 역시 영화 ‘기생충’ 개봉 이후에도 지속해서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 인기를 통해 해외에서 국물 없는 라면의 소비자 니즈를 파악했고 온라인상에서 해외 소비자들이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로제 신라면, 쿠지라이식 신라면 등 국물이 없는 신라면을 만들어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이 같은 신제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하다~”를 말하며 국물의 얼큰함을 즐기는 우리나라 소비자와 달리, 해외 소비자는 면에 스며든 강렬한 매운맛과 깔끔한 마무리를 선호한다. 라면을 제조하는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밥까지 말아 먹을 수 있는 국물 라면을 바라는 반면, 해외 소비자들은 탱탱한 면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국물 없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시식 동영상도 인기를 더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먹방’을 통해서 한국의 매운 볶음면 제품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반짝 인기가 아니라 몇 년간 비슷한 영상이 쌓여서 젊은층 사이에서 볶음면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브랜드로 인기 없을 것”vs“해외 판로 이미 탄탄”
올해 농심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에 대해 업계 반응은 둘로 나뉜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 ‘신라면’을 활용해 볶음면 시장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신라면의 주요 소비자층이 중장년이기 때문에 볶음면이 잘 통할지 의문”이라며 “볶음면의 주요 타깃은 대부분이 1020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물 없는 라면은 기존에 농심이 주력하는 제품 형태가 아니다. 농심이 새로 낸 비빔면과 볶음면 모두 팔도와 삼양이라는 업계 1위의 큰 산을 뛰어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심은 이미 해외 판로를 다져놓고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라면볶음면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을 수 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라면업계가 호황이기 때문에 큰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심 해외 매출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농심의 미국 법인 매출은 2019년 2억5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2600만 달러로 올랐고, 중국 법인 매출액은 2019년 2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비교적 신라면 판매율이 높은 호주와 베트남에서 먼저 신라면볶음면을 판매하고 수출국을 점차 늘릴 예정”이라며 “배홍동 비빔면은 현재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지만 내수시장 위주로 출시한 제품이라 아직 해외 판매 규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부 눈치 보기 급했나...‘만족’ 없는 배달 상생안
2수수료 상생안에 프랜차이즈 점주들 난리 난 까닭
3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4"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5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6'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7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8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9“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