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의 기업 네이버, 고용의 질도 양도 신통치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만연” 노동부 조사 결과 발표
코로나19 수혜 누렸지만 ‘고용 적은 성장’
네이버의 노동실태가 정부 조사에 의해 드러났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네이버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계기는 지난 5월 발생한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이다. 조사 결과, 고용노동부는 사망한 직원이 직속 상사로부터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52.7%)이 “지난 6개월 동안 1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변했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답했다. “대응해 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59.5%)”이었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최근 3년간 86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 임신 중인 여성 직원 12명에게 시간 외 근로를 시킨 사실 등 법 위반 사항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은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모든 지적을 경청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 체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어찌 됐든 정부의 조사는 네이버 노동환경의 현주소가 어떤지 잘 보여줬다. 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은 기업집단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회사치곤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를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조직문화가 딱딱하기로 유명한 대기업과 달리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갖추고, 안정적인 대우까지 보장돼 ‘노동의 질’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실상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조직이었던 셈이다.
질 나쁜 네이버의 고용은 양적인 면에서도 신통치 않다. 네이버의 2020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네이버는 총 1541명을 신규 채용했다. 2018년엔 593명을 채용하고 2019년엔 248명으로 줄였다가, 지난해 700명을 새롭게 고용했다. 주목해야 할 건 경쟁사인 카카오와 견줘 신규채용 숫자가 적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난 3년간 총 1854명을 새 직원으로 뽑았다. 2018년엔 958명, 2019년 758명, 지난해 738명 등의 순으로 매년 네이버의 신규 채용 규모를 넘어섰다.
네이버는 실적 성장 속도 대비 고용 증가율도 더뎠다. 지난 2년간 회사 매출이 44.2%(2018년 3조6763억→2020년 5조3041억) 증가하는 사이 고용인원은 13.6%(3585명→407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네이버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특수를 누리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그만큼의 일자리 창출이 발생하진 않았다는 거다.
물론 네이버의 매출 1억원당 고용인원은 0.07명(2020년 기준)으로 같은 시가총액 상위기업과 비교하면 엇비슷했다. 삼성전자(0.04명)나 SK하이닉스(0.09명), 카카오(0.06명), 삼성바이오로직스(0.24명)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기업은 성장 궤도에 따라 고용 창출 능력이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업이 두 배로 커졌다고 해서 직원을 두 배로 늘릴 필요는 없어서다. 정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을 야기한다며 지탄을 받기도 한다. 모든 취준생의 선망을 받는 네이버가 국내 전체 고용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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