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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정용진의 남다른 '대체肉 관심'…사업전략은 달라

고기인 듯 고기 아닌 대체육…2030년 세계 육류시장 30% 차지
‘국내파 신세계 vs 해외파 SK’ 독자 기술개발 혹은 활발한 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SK,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재계 '인싸(인사이더,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로 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체육에 꽂혔다. 두 총수 모두 미래 먹거리 전략으로 대체육을 선택한 모양새다.
 
대체육은 콩을 재료로 고기 맛을 낸다고 해서 일명 '가짜 고기', '콩고기'로도 불린다.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소비’ 바람을 타고 핫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짜 고기에 남다른 관심…서로 다른 전략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40년이면 60% 이상을 차지하며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전망. 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최 회장과 정 부회장은 대체식품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가 국내 기업들의 대체육 시장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두 총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략은 다르다. 최 회장이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주요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반면, 정 부회장은 대체육을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 독자기술을 통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는 대체육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2016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대체육은 그동안 일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으로 여겨졌지만,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맛있는 대체육을 통해 진짜 고기를 즐기는 이들을 겨냥한다는 복안이다. 브랜드명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좋은 대체육으로 인류의 건강과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해 기여하자’는 의미. 정 부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신세계푸드 Better meat. [사진 신세계푸드]
 
정 부회장은 그동안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통해 대체육 사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지난해 이마트는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친환경 먹거리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8월부터 이마트 22개 점포에 식물성 원재료만 취급하는 채식주의존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4월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대체육을 활용한 노치킨 너겟을 선보이며 대체육 시장 성장성을 점치기도 했다. 
 

SNS에 발효단백질 아이스크림 칭찬, 이유는 

정 부회장이 국내를 주 무대로 활동 중이라면 최 회장은 철저히 해외파다. 최 회장이 최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대체식품 역시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들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대체식품을 소개했다.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이날 최 회장은 아이스크림, 고기, 우유, 치즈 등의 대체식품을 소개하면서 “이 중 1등은 단연 발효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 대체 유단백질로 바닐라 맛을 살리기가 가장 어렵다”면서 브레이브로봇 제품을 치켜세웠다. 해당 아이스크림은 미국 발효 단백질 선도기업인 퍼펙트데이의 첫 브랜드. 최 회장이 지난해 약 540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재계 ‘ESG 전도사’로 알려진 최 회장의 대체육 전략은 투자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다. 미국에선 퍼펙트데이를 시작으로 대체 단백질 개발사인 네이처스 파인드에도 약 290억원을 투자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영국의 대체육 생산기업인 미트리스팜과도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중국의 선도 F&B 유통기업인 조이비오그룹과 10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하면서 대체식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중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뒤 아시아 대체식품 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에 ESG까지…황금 시장으로  

업계에선 수장들이 대체식품에 직접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투자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장점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해 대체육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고, 최 회장은 식물성 대체육 분야로의 포트폴리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측은 독자 기술의 대체육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고기는 규제가 많아 해외 수출이 쉽지 않지만 대체육은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수출을 통한 시장 개척이 수월하다. 신세계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뿐 아니라 세계 시장 교두보로서의 활로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재계 화두인 ESG 방향과도 맞닿아 있어 대체육은 그야말로 두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황금 시장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선도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력을 무기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새 활로가 열릴 것”이라면서 “환경과 동물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과 함께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대체육이 곧 일상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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