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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이 다진 금호석화 성장 기반…시장 우려 사라졌다

선제적 설비투자에 지배구조 개편
대표이사직 용퇴 후 회장직 유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위험하다. 성장은 끝났다.” 지난 5월 4일 금호석유화학을 향해 시장의 우려가 쏟아졌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이었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면서 관련 시장에 혼란이 일었다. 그는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 등 계열사 대표직도 모두 내려놨다. 이사회 의장직도 더는 맡지 않기로 했다.
 
시장의 우려는 당연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84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등기이사로 일했고, 오너였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인해 시작한 자율협약의 졸업을 일군 것도 그였다. 박 회장은 차입 없는 특유의 ‘짠물 경영’으로 부채비율을 낮췄고, 본업에 집중해 2010년 1분기 110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을 지난 1분기 6125억원로 키워냈다.
 
박 회장이 떠났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분기 재차 성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으로 2조1991억원의 매출과 75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6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4.3%, 527.3%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다. 영업이익은 2020년의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업계에선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닦아둔 덕이라는 평가다. 실제 그는 용퇴 전 그동안 추진해 온 짠물 경영을 버리고 완전한 변화를 꾀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이 4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 증설에 나서는가 하면 일본의 JSR과 합작해 세운 금호폴리켐의 JSR 지분 50%를 1513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박 회장이 추진한 NB라텍스 공장 증설이 2분기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 박 회장은 의료·헬스케어 소재 시장 공략을 위해 2007년 NB라텍스 연구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7만 톤 증설, 올해 재차 24만 톤 증설을 추진했다.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소재인 NB라텍스는 올해 ‘코로나19 특수’에 맞물렸고, NB라텍스 등 합성고무 사업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35.5%를 차지했다.
 
용인술도 빛을 발했다. “경영 기반이 견고해졌다”고 밝힌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경영 구조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재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강화했다. 특히 자신이 사임한 이사직에 고영훈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장 부사장을 올렸다. 고 부사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생산품인 합성고무 전문가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일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자율협약 후 10년이 흐르면서 회사가 안정적 상황을 넘어 성장가도에 진입한 만큼 전문경영인에게 살림을 맡길 적기라고 판단했다”면서 “2018년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용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배임, 횡령 등으로 처벌 받은 사람은 해당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 받는다.
 
연초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박 회장은 금호석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큰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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