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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경제학③] 뚱뚱한 여성·남성도 ‘OK’…편견 깬 쫄쫄이의 진화

‘애슬레저’부터 ‘웍슬레저’까지… 의류로 성장중인 쫄쫄이
출근용 ‘부츠컷’ 레깅스, 민망함 더는 ‘조거레깅스’ 각광
남성용 레깅스 시대도 활짝… 친환경 레깅스까지 등장

 
 
젝시믹스 화보. 통통한 모델을 써서 주목받았다. [사진 젝시믹스]
 
일명 쫄바지 패션이 ‘레깅스’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올여름 패션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통통한 사람은 날씬하게, 마른 사람은 육감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까지 곁들여졌단다. 놀라운 것은 유명 스타의 파파라치 컷이나 인플루언서의 SNS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 쇼핑할 때, 조깅할 때 심지어 출근할 때도 레깅스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쑥쑥 성장 중이다. 레깅스 열풍에 담긴 '경제학'을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단벌숙녀’로 통한다. 요즘 ‘이것’ 하나로 일주일을 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이거 입고 집 앞 산책도 가고, 헬스도 하고, 수영도 한다”며 “회사에도 입고 가고 싶은데 보수적인 분위기라 입고 갈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쫄쫄이’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와 집 근처 1마일(1.6㎞)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원마일 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레깅스’는 가장 큰 수혜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 레깅스 전성시대가 열렸다면 올해는 대중화가 핵심이다. 요가나 필라테스복으로 착용했던 레깅스는 수영복과 골프웨어로 출시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출퇴근 복장으로도 그 영역이 확장됐다. 레깅스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놀이‧군살 키워드에서 홈트‧외출복으로 ‘진화’

업계에서는 레깅스 유행 이유를 활용도가 높아진 점에서 찾는다. 온라인 쇼핑몰 리뷰 솔루션을 개발한 크리마에 따르면 쇼핑몰 내 레깅스 상품 리뷰에서 레깅스의 활용도 변화가 관찰됐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레깅스 제품 리뷰에서 ‘물놀이’, ‘워터’, ‘군살’, ‘라인’ 등 여름 휴가 및 운동기능과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2020~2021년에는 ‘홈트(홈트레이닝)’, ‘외출복’, ‘편안함’ 등 일상 영역 관련 키워드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크레마 관계자는 “애슬레저룩의 활용 영역이 일상으로까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다르는 지난 6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서스테이너블 컬렉션’을 출시했다. [사진 안다르]
  

“미의 기준이 대체 뭐죠?”…틀 깨는 레깅스  

그렇다면 MZ세대들이 직접 밝히는 레깅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2030세대 레깅스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답은 다양하다. 
 
“몸의 실루엣을 타이트하게 잡아줍니다. 마치 코르셋처럼요.” “단순히 가냘픈 몸매를 넘어 당당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굶는 날씬함’이 아니라 ‘운동하는 건강함’, ‘건강한 섹시’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레깅스에 부여되는 것이죠.” “레깅스는 틀을 깬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죠. 날씬한 사람들의 전유물, 헬스장에서만 입는 옷, 꼭 레깅스는 이럴 때 이래야만 한다는 모든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고 할까요.”  
  
레깅스 마니아들의 말에 따르면 레깅스에 대한 선호는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트렌드를 넘어 MZ세대의 가치관까지 담아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날씬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깅스가 대중화된 데에도 이러한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요가복 브랜드들은 편견을 깨기 위한 시도를 전방위적으로 해오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비교적 통통한 몸매를 가진 모델 화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미의 기준이 대체 뭐죠? 내가 예쁘면 그만”, “나의 가치가 왜 몸매로 평가돼야 하나요?”, “더 이상 자존감을 낮추고 싶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다”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시도들이 소비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레깅스 마니아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고객이 원한다면 Y존도 커버”…다 되는 레깅스  

이 때문인지 레깅스 브랜드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고객들의 후기를 신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것. 수영복인지 레깅스인지 헷갈리는 스윔웨어, 비교적 통통한 이들도 입을 수 있는 빅사이즈 레깅스 등도 모두 소통을 기반으로 탄생된 상품이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자사몰과 SNS채널 고객 후기와 리뷰를 통해 기존 제품의 개선점을 신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자체 R&D센터에서 신상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고객 의견을 반영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초기 레깅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던 ‘Y존 부각’ 문제에 대해 젝시믹스는 ‘마찌패턴(사타구니 부분에 원단을 한 겹 더 댄 형태)’을 적용해 Y존을 커버했다. 특히 올해 2월 출시된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탄생한 대표 제품이다.  
 
젝시믹스 360N 부츠컷 팬츠. [사진 젝시믹스]
 
360N 부츠컷 팬츠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웍슬레저’ 레깅스다. 회사 내에서도 입을 수 있고, 퇴근 후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디자인과 기능을 반영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360N 부츠컷 팬츠는 기존의 딱 붙는 ‘쫄쫄이’ 느낌이 아닌 종아리 아래부터 발목까지 넓게 퍼지는 디자인으로 활동적이면서 깔끔한 오피스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젝시믹스가 새롭게 출시한 360N 부츠컷 팬츠.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웍슬레저’ 레깅스다. [사진 젝시믹스]
 

“저 레깅스 입는 남자에요” 남성 쫄시대 활짝 

소통을 넘어 편견을 깨는 레깅스 브랜드답게 ‘남성 레깅스 시대’도 열리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조거레깅스는 부담스럽지 않게 레깅스를 착용할 수 있어 남성들의 수요가 높다. 이외에도 딱 붙는 레깅스에 반바지를 착용해 운동복으로 즐겨 입고 있다.  
 
뮬라는 지난 7월 '컴포트 애슬레저' 맨즈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 뮬라]
 
레깅스를 즐겨 입는다는 이모(32)씨는 “근육을 잡아주는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레깅스를 입으면 여행·산책 등 활동량이 많은 날 편하다”며 “다리에 딱 달라붙는 외형 때문에 다소 민망하지만 레깅스 위에 짧은 반바지를 입으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레깅스 시대를 처음 연 것은 ‘안다르’다. 안다르는 지난해 ‘맨즈 캡슐 컬렉션’으로 남성 에어쿨링 레깅스와 에어스트 쇼츠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의 남성용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안다르 맨즈 에어쿨링 레깅스는 출시 후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레깅스 입는 남자’ 트렌드를 이끌었다.  
 
안다르 관계자는 “맨즈 컬렉션의 경우, 기존 여성 제품라인에 만족도가 높았던 고객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남자형제와 공유하고 싶다는 지속적인 요청으로 확장된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안다르 맨즈 레깅스는 9부와 8.2부, 수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5부까지 다양한 길이로 출시됐다.  
 
조거핏 레깅스는 트레이닝 바지처럼 넉넉한 품에 발목과 허리에 밴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안다르]
 
뮬라도 2020년 ‘뮬라맨즈’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뮬라 관계자에 따르면 “보디빌더 업계의 스타 IFBB(국제보디빌딩연맹) 프로 선수 10명을 영입해 뮬라 프로팀을 구성했다”며 “프로 선수들과 전문 헬스 트레이너를 매주 정기적으로 인터뷰해 실제 운동하는 사람이 입었을 때의 움직임과 기능을 고려해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젝시믹스도 지난 6월 ‘미디움페더 조거팬츠’를 출시했다. 여름을 겨냥해 젝시믹스의 여름용 상의인 아이스페더 원단을 적용했다. 안다르는 올 가을 신제품으로 레깅스와 트레이닝 바지를 합친 ‘조거핏 레깅스’로 남성 수요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조거핏 레깅스는 트레이닝 바지처럼 넉넉한 품에 발목과 허리에 밴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거핏 레깅스는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다. 레깅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일부에서 보인 ‘민망한 옷’이라는 반응에 대응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트레이닝 바지처럼 편안하고, 덜 부담스럽게 입을 수 있는 레깅스라는 점에서 남녀 불문하고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녀·장소·용도 불문, 이젠 환경까지…한계는 어디

레깅스의 경계는 점점 더 허물어지고 있다. 국내 레깅스 제조업체들은 ‘쫄쫄이’의 진화를 거듭하며 꾸준히 새로운 라인들을 선보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신경 쓰는 것을 넘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다르 레깅스 광고. [사진 안다르]
 
안다르는 지난 6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서스테이너블 컬렉션’을 출시했다. 서스테이너블 컬렉션은 자연에서 얻은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하거나, 생산공정에서 버려져야만 했던 원단을 통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킨 라인이다. 뮬라웨어도 친환경과 리사이클 트렌드에 맞춰 이를 반영한 새로운 원단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안다르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성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바라보는 지향점까지 제품에 함께 녹아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완성된 제품이야말로 진정한 ‘업그레이드 제품’이라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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