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경제학②] ‘쫄’로만 보지 마라…수영복‧화장품도 넘본다
화장품에 아웃도어까지…상품군 확대하는 레깅스 브랜드들
상품 다각화로 안정적 수익 창출…종합 패션기업으로 성장
일명 쫄바지 패션이 ‘레깅스’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올여름 패션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통통한 사람은 날씬하게, 마른 사람은 육감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까지 곁들여졌단다. 놀라운 것은 유명 스타의 파파라치 컷이나 인플루언서의 SNS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 쇼핑할 때, 조깅할 때 심지어 출근할 때도 레깅스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쑥쑥 성장 중이다. 레깅스 열풍에 담긴 '경제학'을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국내 레깅스 전문 기업들이 판매 품목을 넓히고 있다. 종전까지 레깅스만 판매했다면 이제는 운동에 필요한 용품부터 수영복, 골프복 등 아웃도어 패션, 기능성 화장품까지 제작하고 판매한다. 언뜻 보면 ‘운동’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여성 쇼핑몰처럼 보인다.
국내 레깅스업계 1위 ‘젝시믹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5월 수영복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더니, 올해 3월에는 입술에 바르는 틴트 제품을 시작으로 헤어브로우·아이브로우·선블락 등 코스메틱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젝시믹스는 언더웨어, 골프웨어 등 다양한 패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2·3위를 달리고 있는 ‘안다르’와 ‘뮬라웨어’ 역시 상황은 같다. 안다르는 지난해 6월 슬랙스(품이 넉넉한 바지)를 출시하더니, 현재는 원피스와 치마까지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운동할 때 숨쉬기 편한 기능성 마스크도 판매한다. 뮬라웨어는 레깅스용 언더웨어를 비롯해 헤어 제품 등 비교적 작은 패션 소품을 선보이고 있다.
틴트 만드는 레깅스 회사? 내놓자마자 동난 비결은
소비자 반응은 좋다. 젝시믹스가 올해 내놓은 틴트 제품은 초도 물량 6000개가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됐다. 수영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하면서, 올여름 베스트셀러 상품 목록에 올랐다.
안다르의 마스크 역시 브랜드 내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안다르 마스크는 출시 당시 4일 만에 초도 물량 15만장이 모두 동났고, 현재 마스크 상품에 대한 소비자 후기만 해도 4만개가 넘는다. 뮬라웨어의 언더웨어는 레깅스 전용 언더웨어로,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어도 속옷 자국이 나지 않도록 디자인돼 ‘레깅스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언데웨어를 산 소비자 후기가 1만개가 넘을 만큼 뮬라의 베스트셀러 역할을 하고 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갑자기 화장품을 출시한 것이 아니라, 잘 지워지지 않는 틴트와 아이브로우 등 모두 운동과 관련된 아이템들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모두 기존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레깅스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헬스&뷰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상품 다양화 전략…추가 투자 위한 포석 시각도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레깅스 기업들이 판매하고 있는 타 품목 매출은 사실 전체 기업 매출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품목을 다양화하는 것은 추가로 투자를 받기 위해서 매출 증가 가능성을 계속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성장동력을 ‘레깅스’ 제품 하나로만 내세우기엔 힘이 부족하자, 상품 다양화 전략을 꾀한다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동하는 2030 여성들이 늘면서, 운동과 관련된 패션과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는 것을 알고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레깅스만으로는 매출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패션과 뷰티 시장으로 발을 돌려 운동을 즐기는 2030 여성 소비자 시장 파이를 빼 오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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