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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남양유업’에 복직‧승진”…돌 맞는 홍원식, 속내는?

눈물의 사퇴 뒤…홍 회장과 두 아들 모두 건재
매각 발표 하루 전날…장남 복직, 차남은 승진
진정성 의심·노쇼 논란은 여전…법정행 불가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결국 홍 회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로펌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판단을 법정에 맡기는 분위기.  
 
홍 회장은 당초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몸값 31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시주총을 돌연 연기하면서 매각 파기설이 돌았고 한앤컴퍼니와 입장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간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엔 물러나겠다던 홍 회장이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두 아들이 복직과 승진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 클로징에 대한 진정성을 계속해서 의심받고 있는 상황. 홍 회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이광범 대표도 그대로…홍 회장 상반기 보수 ‘8억’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 직함은 ‘회장’과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기재돼 있다. 홍 회장의 두 아들 역시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로 승진했다. 두 아들에 대한 인사는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5월26일 이뤄졌다.  
 
이를 두고 남양유업 경영 쇄신에 의문이 일고 있다. 사실상 달라진 게 없어서다.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이광범 대표이사도 여전히 재직 중이다.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던 홍 회장은 회장직 유지는 물론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장실을 비우지 않고 때때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업계에선 회사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전 홍 회장이 두 아들의 자리보전을 매각 계약 종결 조건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홍 회장은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심’, ‘노쇼’, ‘매각 파기’ 등의 비판을 받자 최근 “당사자 간 계약 과정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며 계약을 불발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매각은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당사자 간 계약이라 외부에서 계약 조건들로 어떤 것들이 오갔는지 알 수 없다”면서 “매각 발표 전날 이뤄진 것을 보면 한앤 측과도 어느 정도 얘기가 된 부분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매각과 무관한 시기상 오해? 껍데기 사과 지적 

일각에서는 이들의 내부 상황과 매각은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남양유업의 정기 인사는 지난 4월 불가리스 사태로 이뤄지지 못하다 5월에서야 인사가 진행됐고 반기보고서에 내용이 반영되면서 시기상의 오해를 낳았다는 것. 
 
원포인트 인사가 아닌 정기 인사였을 뿐 아니라, 장남 홍 상무의 복직 역시 위기 속 경영 정상화를 위한 행보였단 해석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 상무의 복직이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은 자숙과 반성이 이뤄질 틈도 없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 측은 매각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여론에 돌 맞는 이유도 명확해 보인다”면서 “경영에서 물러서지만, 지배권은 여전히 가지겠다는 ‘껍데기뿐인 사과’를 불식시킬 만큼 지금의 남양유업에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연합뉴스]
또 다른 관계자도 “불가리스 사태로 회사가 명운을 달리할 만큼 타격을 입었지만 오너일가, 대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셈이 됐다”면서 “종결까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로펌까지 선임한 것을 보면 매각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매각과 인사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장남은 4월에 퇴직했다가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거쳐 5월26일 복직했다”며 “차남은 외식사업 총괄 관리로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성과 창출을 위해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각 계약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 계약 종결 이후 자사임원은 변동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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