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기로에 선 HMM, 수출 '물류대란' 가시화될까
HMM 해상·육상노조 “임금 정상화 필요”
사측 “3주 파업 시 약 6800억원 손실 발생 우려”
HMM 해상연합노조(선원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90% 이상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육상노조(사무직 노조)도 쟁의권은 확보한 상태다.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1976년 창사 이래 45년 만에 첫 파업 수순을 밟을 모양새다. 만일 파업이 단행될 경우, 수출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노사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HMM 해상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전체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434명이 참여해 400명(재적 대비 88.3%, 투표자 대비 92.1%)이 찬성표를 던졌다.
해상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가결에 따라 오는 25일 사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선원법에 따라 당장 파업에 임하는 데 제한이 있는 만큼 사직서 제출 등으로 파업에 준하는 집단 행동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HMM 선원들을 대상으로 채용작업을 했던 스위스 해운업체 ‘MSC’에 단체 지원서를 낸다는 계획 등도 전했다.
육상노조도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는 23일 조합원들에게 쟁위 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임시총회를 오는 30일 오전 8시부터 31일 오전 8시까지 진행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했는데, 임금은?…파업 타임라인
‘임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두 노조의 입장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처우 및 임금 수준은 제자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는 1조193억원, 2분기에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HMM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 임직원의 지난해 육상직·해상직 평균 연봉은 6246만원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노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 수준의 격려금 지급 안을 고수해 교섭부터 난항을 겪었다. 사측은 조정 끝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생산성 장려금 200% 등을 제시했으나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조정 중지에 이르렀다.
파업 시 ‘물류대란’ 적신호 켜져…사측 “열린 마음으로 협상 임해 달라”
따라서 HMM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수출 물류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 4340.18을 기록하고, 성수기인 3분기를 앞두고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다. 수출기업에겐 악재의 연속인 셈이다.
한편 노조는 “회사에서 전향적인 안을 가지고 오면 다시 협의 가능하다”고 길을 열어둔 상태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조가 열린 자세로 협상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HMM 측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임금인상 8%에 격려·장려금 500%를 더하면 연간 기준 육상직원은 9400만원, 해상직원은 1억1561만원 가량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주간 파업을 하면 예상 피해액은 직접적 영업 손실 등을 포함해 5억8000만달러(약6800억원)로 추정된다"며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노조도 열린 자세로 협상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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